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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May 22. 2024

156. 초심으로 돌아간 결심 8일 차

#누만예몸 #극사실실천법 #달리기 #런린이 #펀러닝 #초심


    오늘은 야간 러닝을 했다. 이유는 누군가 트랙을 통째로 빌렸기 때문이었다. 처음엔 무슨 행사인 줄 알았으나 자세히 보니 촬영 중이었다. 오전 시간을 뺏기고 오후엔 끝날 줄 알았는데 화면에 노란끼가 끼기 전까지 촬영은 계속되었다. 본의 아니게 야간 달리기를 하게 되었는데 이게 해보니 생각보다 좋았다. 모자, 버프, 선크림 없이 달리니 답답하지 않아서 좋았고, 더위도 덜해서 좋았다. 알고 보니 오늘 낮 기온이 29도 가까웠었다.


    달리기 시간을 바꿔야 하나 잠시 생각했다. 나름 자유직의 혜택을 누리기 위해선 오전 시간이 딱 좋다. 너무 이른 아침과 저녁은 월급쟁이의 시간이라서 뭔가 손해를 보는 느낌이다. 내가 그랬듯이 월급쟁이들이 회사에 갇혀 있을 때가 가심비가 가장 좋은 시간대이긴 하다. 날도 점점 더워지고 있어서 고민스럽다. 그래도 햇볕을 좀 더 쐬야겠다는 초심을 상기하면 오전 시간 중에서 조금 당기는 걸 고려해 봐야겠다.


    어제의 결심대로 상체에 집중을 하면서 달렸다. 그런데 이 달리는 동작이라는 것이 상하체를 나눠서 구분 동작을 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았다. 유기적으로 연결되고 영향을 주고받다 보니 따로따로 마스터를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오늘 달리면서 느꼈다. 결국 복잡하지만 신경 써야 할 것들을 모두 신경 쓰면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나는 30여 년을 맥주병으로 지냈었다. 그러다가 어느 날 갑자기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골프장 인수차 출장을 간 필리핀의 한 호텔 수영장에서 아침 운동을 하면서였다. 내가 수영(자유형)을 할 수 있게 만들어 준 건 함께 출장을 갔던 후배였다. 그 후배의 한 마디 덕에 나는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 후배가 나에게 해준 말은 바로 "물이랑 싸우지 마세요"였다. 정말 신기하게도 이 말 한마디에 깨달음을 얻은 나는 그날 자유형 호흡을 마스터했고, 그럴듯한 폼으로 25m 자유형 수영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지금 '물이랑 싸우지 말라'는 하나의 문장을 찾고 있다. 수영도 달리기 못지않은 전신 운동이고 신경 써야 할 부분들이 많다. 그 모든 것을 꿰뚫는 말이 나에게는 '물이랑 싸우지 말라'였다. 나의 달리기에도 분명 저런 말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 한 줄의 문장을 찾기 위해서 오늘도 궁싯대며 달렸다.


    그런데 이제 겨우 8일. 너무 욕심이 과하다는 생각도 했다. 아직 기본적인 동작도 습관이 들지 않았을 것이다. 괜히 진도만 빼다가 기초적인 자세마저 숙달이 안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렇다! 안 풀릴 땐 처음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예전에 일이 안 풀릴 때도 그랬다. 기획을 하다가 막히면 '이걸 왜 하려고 하지?'에서부터 다시 생각했다. 그럼 신기하게도 이제까지 왔던 길도 체크가 되고 가야 할 길의 방향도 보였다. 


    그래! 초심이다. 무릎을 드는 동작부터 어색하지 않도록 하는 거다! 오늘은 이렇게 어둠이 깔린 트랙을 거대한 망아지 한 마리가 겅중거리면 뛰는 날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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