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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ma May 27. 2024

160. 오르면서 깨달은 결심 12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런린이 #펀러닝 #계단오르기


    오늘은 올랐다. 트랙을 달리진 못했지만 심장 박동은 충분히 높았다.


    비가 왔다. 오전에 달렸어야 했는데 패착이었다. 저녁 내내 계속 트랙을 쳐다봤다. 혹시 달리는 사람이 있는지. 나 홀로 멋지게 우중 러닝을 할까도 생각했다. 스스로 생각하기에 꽤나 멋진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날은 짙게 어두웠고 아쉽게도 트랙엔 함께 멋있고 싶은 동반자가 없었다. 거기에 기온도 쌀쌀했다. 로망을 펼쳐볼 요량으로 저녁 9시까지 계속 비의 양을 체크했다. 하지만 결국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다른 대체 수단이 없었다면 뛰었겠지만 그것도 아닌 마당에 무리를 했다가 여러 날 쉬게 되면 그게 더 손해라 생각했다.


    어제는 정기 휴식일이었고 오늘까지 쉬어 버리면 내일은 내적 자아와 매우 치열한 싸움을 할 것이 자명했다. 그래서 오늘은 꼭 달리기를 했어야 하는 날이었다. 아쉽지만 180 bpm의 목탁 비트와 친해지는 것은 내일로 미뤄야 했다. 다신 오늘은 계단을 올랐다. 예전에도 다리 운동을 못하는 날이나 음주를 한 날에는 계단을 올랐었다. 매우 좋은 하체 운동이고, 속도를 조금 높일 수 있다면 매우 좋은 유산소 운동이기도 하다.


    오늘은 총 63층을 올랐다. 계단수로 하면 대략 1008개 이상의 계단이었다. 예전에도 많이 했던 계단 오르기지만 오늘은 좀 느낌을 달리했다. 헬스의 하체운동을 하는 입장에서의 계단 오르기는 앞으로 내민 발로 바닥을 밀어줄 때 허벅지 근육과 엉덩이 근육에 힘이 들어가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래서 계단을 오르고 나면 허벅지와 엉덩이가 뻐근해졌다. 다른 글에서도 거듭 말했지만 남자한테는 최고의 운동이다. 예전의 '누만예몸' 글을 찾아보면 계단을 오르는 법에 대해서 쓴 글도 있을 것이다.


    오늘의 느낌은 달랐다. 예전에 앞으로 내민 발로 바닥을 강하게 밀어주는 것이 핵심이었다면, 오늘은 앞으로 내민 발에 힘을 주는 것이 아니라 뒷에 남은 발을 빨리 위쪽 계단에 올려놓는 것이 핵심이었다. 슬릭백 댄스를 연상하면 거의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즉, 강하게 발을 차서 몸을 올리는 것이 아니라 발을 가볍고 빠르게 앞으로 계속해서 옮겨서 몸을 올리는 방식인 것이다. 이론상 물 위를 걷는 법이랑 비슷한 느낌이다.


    이렇게 계단을 오르면서 깨달음이 왔다. 아~ 무릎이 앞으로 나가는 게 이런 거구나. 아~ 발을 차고 달리는 게 아니라는 게 이런 거구나. 아~ 몸 중심 앞으로 발을 빠르게 옮기는 게 이런 거구나. 물론 깨달음은 곧 사라진다. 그리고 노력하면 조금 업그레이드된 깨달음이 또 찾아온다. 깨달음도 항상 전진만 하는 것도 아니다. 어떨 땐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기도 하고, 결국 처음이 끝이라는 허탈한 진리를 또 깨닫기도 한다. 난 한 번만 깨달은 사람이 아니라 깨닫고 있는 사람이다. 그래서 오늘의 깨달음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안다. 부족한 건 흉이 아니다. 부족한 걸 숨기는 게 흉이고, 부족하지 않은 척하는 게 흉이다.


    내일도 비가 온단다. 역사적인 우중 러너의 첫발을 디딜 것인지 귀추가 주목되는 날이다. 그러니 오늘도 푹 잘 자자. 나를 알고, 이 글을 읽는 모든 분들도 치유의 밤이 되시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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