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7월 14일 일요일)도 달렸다. 오늘은 가족 행사에 참석하고 덕수궁 산책을 했다. 뜨거운 날씨라 고궁 산책이 살짝 어울리진 않았지만,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재밌게 설명을 해주신 역사 해설사님 덕분에 재밌고 즐거운 궁궐 나들이를 할 수 있었다. 고궁 방문에 대한 좋은 팁도 많이 알려주셔서 재방문을 기약해 보기로 했다.
오늘은 무작정 달리기를 하기로 한 후 50일째 달린 날이다. 언제 시작했나 싶었는 데 벌써 50일이 되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은 Just Do It의 우리식 표현이 아닐까 한다. 시작을 했더니 이만큼 왔다. 자리에서 일어나 양말을 신고, 운동복을 입고, 신발끈을 다시 멨던 첫날을 기억한다. 그렇게 100m는 뛰고 100m는 걷었던 그날 이후 50번째 달리기에선 8km를 뛰고 2km를 더 걷고 끝냈다.
50번 달리기를 하는 동안 참 많은 깨달음이 있었다. 여러 차례 여러 종류의 깨달음을 얻었고, 깨달음이 합쳐지고 연쇄 작용을 하는 등 깨달음으로 점철된 나날들이었다. 달리기란 무엇인가에 대한 체육학적, 신체적, 물리적 고찰부터 어떻게 달리는 게 좋은 것인지, 나이와 체력과 날씨에 따라서 어떻게 대응을 해야 하는 것인지에 대한 깨달음까지 다양한 종류의 깨달음이 있었다.
적어도 50시간 동안 다양한 생각들을 한 셈이다. 그 시간들은 모두 즐거웠고 좋은 깨달음으로 남았다. 그런데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은 나와 같은 필부필부는 복잡하고 난해한 깨달음을 찾기보단 단순하고 직접적인 깨달음이 삶에 훨씬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나는 오늘에서야 비로소 뛴다는 것에 대한 느낌을 얻었다. 발바닥과 무릎과 골반이 아프지 않고 달린다는 것이 무엇인지 오늘 확실하고 명확하게 느꼈다. 이 느낌은 첫날 가장 먼저 깨달았던 것이었다. 그 뒤로 돌고 돌아 결국 그것이 답이라는 것을 확인했다. 핵심을 깨달아놓고 그것이 미덥지 못해서 50일 동안 시행착오를 한 것이다.
첫날의 깨달음에 집중을 했다면 더 일찍 알 수 있었을까? 50일의 시행착오가 있었기에 지금에라도 알 수 있었던 것일까? 지금도 내 삶을 아름답게 해주는 핵심을 깨달아 놓고 엉뚱한 파랑새를 쫓고 있는 것은 아닐까? 왜 나는 처음 얻은 깨달음은 낮은 수준의 깨달음이라고 여겼을까? 깨달음의 본질은 깨달음에 이르는 여정을 의미하는 것일까 아니면 결과를 말하는 것일까? 나의 깨달음과 성인(聖人)의 깨달음은 질적으로 차이가 있는 것일까? 어렵다.
50일간의 경험으로 말하건대 달리기의 효과는 매우 좋았다. 생존 체력 비축이 필요한 20~30대에게도, 노화와 싸우기 시작하는 40대에게도, 노년을 준비해야 하는 50~60대에게도 달리기는 매우 훌륭한 운동이라 하겠다. 지방 잘 빠진다. 지방은 땀으로 빠지는 것이 아니라 호흡으로 빠진다. 살 빼는데 최고다. 혈액 순환 잘 된다. 남자들은 꼭 해라. 아니다 하지 마라. 나 혼자 하련다. 스트레스 해소에도 좋다. 비 오는 날 뛰어보면 광인이 된 쾌감을 맛볼 수 있다. 이전에도 사과를 했지만 달리기를 등한시했던 것에 대해서 달리기에게 미안하다.
이제까지 직접 해 본 경험 상 70대가 되어서도 할 수 있는 운동을 꼽으라면 두 개를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하나는 달리기고, 또 하나는 클라이밍이다. 둘 다 모두 원초적인 운동이면서 전신 운동이고 안전한 운동이다. 물론 무리를 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제 첫날의 그 깨달음으로 다음 50일을 또 달려 보고자 한다. 이제껏 달린다는 느낌보단 달리듯 걷는다는 느낌이 더 강했는데, 이제 달리는 느낌과 쾌감이 뭔지 알 것 같다. 다리가 근질근질 하지만 내일은 휴식일이니 잘 쉬고 결심을 새롭게 다져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