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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 뜨거웠던 주중3연런, 결심 53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펀러닝 #나이트런 #장마런

by Maama


오늘(7월 18일 목요일)도 달렸다. 어제랑 똑같았다. 오전엔 쏟아졌고 오후엔 잦아들더나 저녁엔 그쳤다. 공기 속엔 수증기가 가득했고, 트랙엔 러너들이 가득했다.


하루종일 제대로 된 끼니를 못했다. 달리다 쓰러질까 봐 베이글 반쪽을 달리기 1시간 전에 먹었다. 뜻대로 안 된 일정 탓에 기분도 별로였다. 몸뚱이는 절대 감정을 이기지 못한다. 다운된 기분은 몸도 다운시켰다.


터벅터벅 달리기 시작했다. 일단 달리기 시작하면 육체적 힘듦이 모든 걸 지배한다. 숨을 쉬고, 발짝을 떼는 데 온 에너지를 쓰게 된다. 어제 깨달은 깨달음의 순서를 복기하면서 거리를 누적시켜 나갔다.


무거운 몸으로 1시간을 달리고 쿨다운을 시작했다. 보통 쿨다운은 15~20분 정도를 했다. 오늘 쿨다운을 하다가 어제의 깨달음을 또 업그레이드시켰다. 순서를 바꾼 C-A-B는 달리기 사이클을 완전하게 이미지화시켜 주었다. 이 깨달음을 보다 더 쉽고 명확하게 하는 방법을 찾았다.


우리는 무언가를 배울 때 구분 동작을 통해 배운다. 그런데 난 이거 반대다. 배우는 것이 무엇이던 실제로는 이렇게 구분되어서 진행되지 않는다. 구분 동작으로 연속된 무언가를 익히면 연결 동작이 부자연스러워진다. 그래서 발전을 방해한다. 운동이건 기술이건 사고하는 법이건 다 똑같다. 모든 건 단절되어 있지 않다. 연결되어 있고 영향을 주고받는다. '이건 그렇다 치고'라는 가정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 치는 순간 다른 변수가 새롭게 연결된다. 그래서 그렇다 치는 건 의미 없다.


C-A-B는 좋은 이미지였다. 그런데 A-B를 (D)로 묶을 수 있었다. 결국 동작은 C-(D)로 단순화할 수 있었다. 더 솔직히 말하자면 C와 (D)는 순차적인 동작이면서 동시에 발생하는 동작이었다. 'C(D)' 이렇게 단순화가 가능했다. 그랬더니 동작이 매우 간결해졌다. 느낌을 찾기도 매우 쉬워졌다. 머릿속에서는 C-A-B로 이미지화된 사이클로 뇌를 납득시키고, 몸은 C(D)로 거의 동시에 액션을 할 수 있었다.


내 경험상 세상의 모든 핵심들은 비슷한 경향성을 갖는다. 무언가를 기획할 때도 그랬다. 일단 쭉 늘어놓고, 핵심을 찾은 후엔 매우 극단적으로 단순화를 시킨다. 기획안이나 메모나 메일을 쓸 때도 똑같았다. 필요 없는 말들은 다 걷어내고 핵심만 남겼다. 그런데 달리기까지 그럴 줄이야. 달리기 가지고 유난을 떠는 것이 아니다.


몸이 튼튼하면 그냥 달리면 된다. 실제로 트랙에 나온 러너들을 보면 같은 모습으로 달리는 사람이 없다. 각자의 폼으로 달린다. 그렇게 지속가능하면 된 거다. 문제는 지속가능하지 않고, 심지어는 아픈 경우까지 생기는 것이다. 오늘도 경쾌하게 나를 앞질러 간 커플이 있었다. 한참을 뛰고 있는데 그 커플은 걷고 있었다. 지나면서 들렸던 대화는 '더 뛸 수 있는데 무릎이 아프다'였다. 숨이 차진 않는데 무릎이 아픈 경우다. 무릎이 아픈 건 자세가 잘못되었다는 뜻이다. 자세에 따라서 발바닥, 아킬레스건, 정강이, 종아리, 무릎(내측, 외측), 햄스트링, 엉덩이, 허리까지 아플 수 있다. 그래서 나에게 맞는 잘 달리는 법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업그레이드된 깨달음으로 폭풍 질주까지 가능해졌다. 쿨다운 말미에 폭풍 질주를 해봤다. 머리털 나고 이렇게 빠르고 경쾌하게 달린 것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달리기가 쾌감이 만만찮다는 걸 새록새록 알게 되었다. 시작할 때 무거웠던 마음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대신 몸이 가벼워져 있었다. 하지만 땀에 흠뻑 젖은 스스로가 만족스러워 무거운 마음을 조금 덜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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