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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 최악치 갱신한 결심 55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펀러닝 #나이트런 #폭염

by Maama


오늘(7월 21일 일요일)도 달렸다. 오늘은 하루종일 에어컨을 켜야 했다. 해가 떠 있었지만 습기는 완전히 마르지 못했다. 덥고 끈끈했다. 한동안 쉬고 있던 로청을 깨워 하루 종일 쓸고 닦게 했다.


일요일은 월요일과 더불어 트랙에 사람이 많은 날이다. 덥고 습했지만 역시나 사람들이 많이 나왔다. 일요일엔 러닝크루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이 특징이라면 특징이었다.


저녁이 늦어져서 밥을 먹은 지 2시간 만에 달리러 나갔다. 결과적으로 죽을 뻔했다. 하루종일 내리쬔 햇볕 덕에 습기가 좀 날아갔는지 땀은 잘 흘렀다. 그런데 소화되지 않은 위 때문에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달리는 효과가 났다.


소화가 충분히 되지 않은 채 달렸더니 페이스가 엄청 떨어졌다. 물론 더운 것도 컸다. 달리기 시작하고 난 후부터 땀이 엄청났다. 땀이 뚝뚝 흘렀다. 근데 그건 문제는 아니었다. 문제는 소화가 안 돼서 숨쉬기가 어려웠다. 호흡이 불안정하니까 페이스가 돌아오질 않았다. 깨달음도 소용이 없었다.


앞으론 일찍 든든하게 먹은 후에 나와야겠다. 매우 당연한 기본인데 익숙해지면 쉽게 간과하게 된다. 기본의 적은 익숙함이다. 익숙함은 중요함을 희석시킨다. 최신, 새로움, 낯섦 같은 것에 끌리는 것이 본성이다. 본성은 힘들게 깨달은 기본을 익숙하다는 이유로 잊게 한다. 그리고 돌고 돌아 결국 결론은 기본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시간, 돈, 에너지를 다 때려 넣은 후다. 문제는 때려 넣지 않으면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많은 분들이 달리기를 발바닥이나 무릎이 아파서 못한다고 한다. 나도 그랬다. 2010년대 초반 즈음 출근 시간에 전철 안 놓치려고 뛰다가 돌부리를 세게 밟은 후 족저근막염이 생겼다. 그 뒤론 오래 걷는 것도, 서 있는 것도, 맨발로 걷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서 실내에서도 창이 두꺼운 EVA 슬리퍼를 신는다. 키도 크고 덩치도 있어서 단거리 말고는 뛰는 걸 잘못했다. 그래서 달리기는 나에겐 나쁜 운동이었다. 그런데 나는 지금 달리고 있다.


달리기에서 발바닥이나 무릎이 아픈 부상을 당하는 경우는 기본을 지키지 않아서인 경우가 많다. 숨이 차고 몸이 달아오를 때까지 위밍 업을 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다. 운동 후 쿨다운 스트레칭을 하거나, 찬물로 아이싱을 하는 경우도 많지 않다. 적절한 신발을 고르고 주법을 고민해야 부상을 피할 수 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과욕에 의한 무리를 하지 않을 자제력을 가져야 한다.


기본을 지키지 않은 채 달리기는 관절에 나쁜 운동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 그랬던 과거의 나를 반성한다. 그런데 밥을 잔뜩 먹고 달리러 갔으니 나는 어리석음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다리에 힘도 올라오고, 깨달음도 얻고 하니까 건방져진 것이다.


너무너무 힘든 달리기를 겨우 마쳤다. 1시간을 달렸는 데도 목표한 거리를 달리지 못해서 좀 더 달렸다. 여러 유형의 힘듦을 겪었는데 오늘의 달리기는 또 새로운 유형의 어려움이었다. 쿨다운 스트레칭까지 마치니 그때야 소화가 되었다. 내일은 절대로 먹고 바로 뛰지 않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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