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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4. 마른번개 치는 날 달린 결심 66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나이트런 #번개 #낙뢰

by Maama


오늘(8월 5일 월요일)도 달렸다. 요즘 날씨가 미쳤다. 아침에 일어나면 이미 30도다. 밤낮으로 꾸준히 덥다. 꾸준함의 힘은 대단히 무섭다는 것을 자연도 알려준다.


월요일이다 보니 사람이 북적북적했다. 날은 식지 않았고 사람들의 열정도 식지 않았다. 달리는 사람들도 점점 다채로워지고 있었다. 달리기의 인기가 절정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됐다. 다수가 '나도 한 번 해볼까?' 하는 순간이 보통 정점이다.


저녁 무렵에 하늘색이 잠시 이상했다. 뭔 일이 나기 직전처럼 하늘이 수상쩍어졌다 다시 멀쩡해졌다. 밖으로 나갔더니 확실히 더웠다. 어떤 기대도 할 수 없는 더위였다. 그저 무리를 하지 않는 것 밖엔 방법이 없었다. 그런데 웬 걸 갑자기 마른번개가 치기 시작했다. 하늘에서 스트로보가 터지는 것 같았다. 이상하게 천둥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영화에서 보는 그래픽 효과처럼 텅 빈 하늘에 전기가 퍼져 나갔다.


그렇게 마른번개와 함께 워밍업을 하면서 온몸은 이미 땀에 젖어 버렸다. 달리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으로 육수를 뽑기 시작했다. 땀은 계속 닦으며 달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북쪽에서 바람이 계속 불어줬다. 시원은 했는데 달리는 방향 정면이라서 힘은 더 들었다. 달리는 도중에도 계속 마른번개가 쳤다. 사람들은 환호를 했는데 넓은 평지여서 조금 불안도 했다.


계속 마른번개만 치더니 가끔 천둥소리도 들렸다. 바람도 점점 거세졌다. 옳거니! 소나기가 온다더니 비가 올 모양이로구나! 앗싸 우중런 각이로다!


계속 마른번개와 천둥과 바람이 불었지만 비는 정말 소소하게 내렸다. 그래도 시원했다. 비가 적게 와서 습해 죽을 줄 알았는데 그러진 않았다. 비는 신발이 젖지 않을 정도로 내렸다. 머리에 살짝 빗방울들이 모인 정도랄까.


비가 살짝 내리면서 러너들이 대거 트랙을 이탈했다. 근데 정말 큰 비가 올 것 같긴 했다. 장마처럼 쏟아져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전주곡이었다. 하늘은 계속 번쩍번쩍했고, 가끔은 귓전 때리는 천둥소리도 났다. 남아 있던 러너 중 2명의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소녀들은 마른번개가 칠 때마다 콘서트에 온 것처럼 환호성을 질렀다.


달리기 중반부터 부끄러운 듯 내리던 비는 1시간이 다 되어서도 여전히 쑥스러운 듯 내렸다. 그래도 얼마나 시원했는지 덕분에 너무 잘 달렸다. 잘 달리고 쿨다운을 하는 데 비가 조금씩 강해졌다. 이것도 좋다! 사실 쿨다운을 할 때가 땀도 제일 많이 나고, 몸도 제일 뜨겁고, 힘도 제일 든다. 한두 방울 내리던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하니 몸이 빠르게 식었다.


더 지체하면 소나기를 맞을 것 같았지만 쿨다운을 대충 할 수 없었다. 정해놓은 시간을 채우고 집에 와서 아이싱을 했다. 생각지도 않았던 우중런 덕에 시원하게 하루를 달릴 수 있었다. 이런 것도 기쁨이 되는구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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