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215. 군가를 부르며 달린 결심 67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나이트런 #번개 #폭염

by Maama


오늘(8월 6일 화요일)도 달렸다. 어젯밤과 아침까지 내린 비 때문에 습기가 다시 충만해졌다. 어제보다 조금 더 각오가 필요했다.


첫 바퀴를 돌면서 바로 알았다. 어제랑은 확실히 다르구나. 무리를 하려야 할 수가 없었다. 첫 바퀴부터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끈끈하게 흐르는 게 아니라 말 그대로 뚝뚝 떨어졌다. 땀을 하도 흘려서 농도가 낮아진 건가?


자연스레 페이스가 떨어졌다. 1시간 동안 630 페이스를 한 번도 못 찍었다. 나에겐 기록이 중요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6분대 페이스가 중요한 이유는 달리는 재미 때문이다. 6분대 페이스가 되어야 제대로 된 달리기 폼이 나온다는 것을 알아냈다.


어제 비를 맞은 것보다 티셔츠가 더 젖었다. 바람도 불지 않아서 땀도 마르지 않았다. 발걸음이 점점 무거워졌다. 숨이 차는 게 아니라 힘이 들어서 다리를 옮기질 못했다.


케이던스도 떨어지는 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나도 모르게 군가를 부르면서 SPM을 맞추고 있었다. '깊은 산 높은 골'로 시작하는 '전선을 간다'라는 제목의 군가였다. 난 이 군가를 좋아한다. 가사가 언제 들어도 가슴을 뛰게 한다.


높은 산 깊은 골 적막한 산하

눈 내린 전선을 우리는 간다

젊은 넋 숨져간 그때 그 자리

상처 입은 노송은 말을 잊었네

전우여 들리는가 그 성난 목소리

전우여 보이는가 한 맺힌 눈동자


'이동 중 군가 한다. 군가는 전선을 간다. 요령은 악으로 깡으로. 하나 둘 셋 넷'으로 떼창을 시작했었다. 다 같이 부르는 떼창은 카타르시스를 준다. 찐한 호르몬을 뿜어내 스트레스나 고통도 잠시 잊게 해 줬다. 그때의 기억이 강렬해서일까? 전선을 간다가 박자에 착착 붙었다. 물론 좀 빠르게 불러야 하지만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몇 번을 반복해서 불렀는지 모르겠다. 다른 군가가 기억이 안 나는 것도 있었지만 계속해서 '전선을 간다'를 불러 재꼈다. 물론 속으로. 난 빌런은 아니다. 아~ 오늘은 역주행 DJ 빌런이 등장했다. 심지어 트랙 바깥이 아니라 트랙 안쪽 사람들 사이를 역주행했다. 진심 왜 그러는 건지 궁금해졌다. 스마트폰을 보거나 통화를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사고가 날 확률이 없지 않았다. 사고의 기운이 누적되고 있었다. 사고는 '설마~'하는 시점에 발생한다.


당분간은 군가를 자주 부르게 될 것 같다. 그 시절 에너지라도 끌어와야 할 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분간은 7~8분대 자세 훈련 러닝을 반복해야 할 듯싶다. []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214. 마른번개 치는 날 달린 결심 66일 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