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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월 11일 일요일)도 달렸다.
오늘은 완전히 첫 날로 돌아갔다. 첫날에 비하면 풍부해진 지식과 경험이 있었지만 운동 강도는 첫날과 같았다. 천천히 꼼꼼하게 워밍업으로 동적 스트레칭을 했다. 그리고 걸었다. 한참을 걷다가 걷는 것보다 느리게 뛰면서 통증이 느껴지는지 점검했다.
욕심과 망각이 인간을 생존케 했는지는 모르겠으나 고통을 주는 것도 사실이었다. 나는 이미 달리는 쾌감을 알아 버렸다. 이미 알고 있는 쾌락을 자제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다. 풀코스 마라톤을 뛰는 러너들도 '이 미친 짓을 다시는 하지 않겠다'라고 하면서 2주만 지나면 다음 대회 예약을 한다고 한다. 나 같은 런린이가 그런 수준은 아니지만 나도 역시 내 수준에서의 쾌락에 절여져 버렸다.
달리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지만 그냥 걷고, 걷는 것보다 느리게 뛰었다. 계속해서 자세만 점검하고 천천히 걷는 것을 반복했다. 그래도 땀은 똑같이 났다. 워낙에 그냥 더운 날씨인지라 살살 걸어도 땀은 많이 났다. 흐르는 땀이 내 욕망을 조금 위로해 주었다.
계속해서 1시간 동안 4km 정도를 걸었다. 걸으면 4km, 뛰면 8km. 하찮다. 그런데도 욕심이라고 몸은 말해주고 있었다. 과유불급은 정말 인생 진리의 말이다. 오늘 뛰는 건 과유불급이었다. 오늘의 쾌락을 위해서 뛰면 6주간 아무것도 못하게 될 수도 있었다.
쾌락 과잉 시대다. 쾌락은 줄지 않는다. 유지하거나 늘어날 뿐이다. 유지되지 않으면 즐겁지 않다. 줄어들면 공포스럽고 우울하다. 도파민의 노예가 되지 않으려면 강도를 낮춰야 한다. 그리고 빈도를 높여야 한다. 안 그러면 내 삶의 모든 결정을 본능이 하게 된다. 본능이 주도하는 삶이 어디가 어떠냐고? 나는 그 삶의 과정이 마약 중독의 과정과 같다고 생각한다. 내 생각이다.
나는 캡슐 커피를 내릴 때 올라오는 향을 좋아한다. 들숨 한 번이면 끝나는 쾌락이지만 매번 기쁘다. 나의 달리기는 딱 그만큼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내일은 쉬는 날이고, 계속해서 몸 상태를 돌 볼 예정이다. 달리는 쾌락이 감소했으니 다른 소소한 것을 찾아야 한다. 그래서 내일은 생 옥수수를 삶을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