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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5. 인파 속을 달린 결심 77일 차

#누만예몸 #실천법 #달리기 #러닝 #런린이 #나이트런 #인파

by Maama


오늘(8월 19일 월요일)도 달렸다.


오늘 트랙은 사람이 만원이었다. 원래도 많이 달리러 나오는 요일이었지만 오늘은 유독 더 많았다. 어제 소나기 때문에 못 달린 사람들이 전부 나온 것일까? 하여간 근래에 본 가장 많은 사람들이었다.


사람이 몰릴 때를 대비해서 공공장소에는 룰이란 게 있는 건데 룰은 잘 지켜지지 않았다. 아무 레인에서나 걷고, 아무 레인에서나 뛰었다. 친구나 일행끼리 2~3 레인을 차지하는 경우도 흔했다. 어깨빵을 할 것 같은 칼치기도 다반사였다. 큰소리로 통화하는 사람, 음악을 틀고 뛰는 사람까지 더 해져서 트랙은 혼잡하고 시끄러웠다.


개중엔 웃통을 벗고 뛰는 사람도 있었다. 더워서인지 과시를 하기 위해서인지는 판단하지 않겠지만 남녀노소가 사용하는 공공의 공간인데 TPO에 맞지 않는 행동이었다. 예전 중국에 갔을 때 길거리에서 봤던 아저씨들이 생각이 났다. 실제로 경기장 관리인이 나와서 웃통을 벗고 뛰는 사람들에게 옷을 입으라고 지시를 했다.


경기장 위쪽엔 산책로가 있다. 반려동물은 트랙에 들어갈 수 없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데려온 사람들은 트랙이 아닌 산책로를 걸었다. 그런데 몇몇 크루가 트랙에서 뛰지 않고 산책로로 올라와서 뛰기 시작했다. 산책로는 좁다. 그 좁은 길을 우르르 빠른 속도로 뛰어다녔다. 산책로에선 자전거나 달리기를 하지 말라는 현수막도 걸려 있었다. 뉴스에 나왔던 비매너 크루들의 행태를 라이브로 목격을 했다.


잘 달리는 것과 에티켓을 잘 지키는 것과는 상관관계가 없었다. 오히려 반비례하는 것 같기도 했다. 다른 사람들의 불편과는 상관없이 나만 잘 달릴 수 있는 요령이 있는 것 같았다. 그래서 고인 물, 썩은 물은 어디서도 환대를 받지 못하는 것 같다. 반대로 페이커가 사랑받는 이유도 알 것 같았다. 실력에 걸맞은 행동.


날도 더운데 불편한 광경을 보고 있자니 더위가 더 밀려왔다. 이기주의와 기회주의를 트랙 위에서도 봐야 한다는 것이 답답했다. 자기 입에 달면 자기만 삼키고, 자기 입에 쓰면 제일 먼저 뱉는 이기주의자, 기회주의가 자기 몸 관리하겠다고 다른 이들의 정신 건강을 망치고 있었다. 회사에서, 대인관계에서 보던 사람들을 트랙에서도 마주했다.


내가 77일 간 느낀 달리기는 나에게 집중하고, 나와 대화하고, 머리를 비우고, 무아지경을 경험하게 해주는 매우 수양적 성격의 운동이었다. 자신에게도, 남에게도 관대해질 수 있는 운동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불편하게 할 필요는 없지 않나 생각했다. 이해와 관용이 넘치는 트랙을 만들어 보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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