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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월 29일 목요일)도 달렸다.
어제는 쉬는 날이었다. 문화의 날이기도 해서 저녁에 반값에 영화를 봤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기에 반값은 챙겨줘야 한다. 사실 부끄럽지만 두 달 연속으로 영화를 잘못 골라서 극장에서 졸았다. 극장에서 보는 영화는 집단 지성의 힘을 믿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 그래서 선택한 8월의 영화는 '에일리언 - 로물루스'였다. 대성공이었다. 볼거리도 있고, 생각거리도 있었다. 뻔하지만 불편하지 않았다.
오늘 트랙은 대만원이었다. 날씨가 좋아지면서 새롭게 시작하는 사람들이 추가된 것 같았다. 뜨거운 여름을 같이 달렸던 익숙한 폼의 주인을 찾는 게 어려울 지경이었다. 그런데 정말 밖에서 걷거나 뛰기 좋은 날씨가 되어가고 있는 건 맞는 것 같았다.
태풍 탓이겠지만 바람이 많이 불었다. 그런데 바람이 너무 시원했다. 땀이 많이 났지만 전부 날려 버릴 정도로 강하게 많이 불었다. 너무 만족스러웠다. 앞에서 불 땐 힘들지만 그 구간을 뚫고 나가면 등을 밀어줬다.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균형이 맞을 때가 있다. 도덕, 양심과 본능, 탐욕을 오가며 살다가 아주 잠시 균형을 이룰 때가 있다. 마음속 탐진치가 가라앉고, 양심에 거리낌이 없어 현실이 너무나 평안한 순간이 있다. 찰나의 순간이지만 마치 멈춘 것 같은 그런 균형이 주는 평안함과 만족감은 삶의 에너지가 된다.
계절로 보면 봄과 가을이 그렇다. 균형이 맞는 시절이 오면 그 안에 속한 것들은 생기를 얻는다. 하늘도 땅도 그 사이에 존재하는 것도 모두 열려 있는 상태가 되는 것 같다. 균형이 맞는 자연 속을 헤집고 다니는 것만큼 만족스러운 일이 또 있을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