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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9월 2일 월요일)도 달렸다.
9월이다! 9월이다!! 9월이다!!! 9월이고야 말았다. 터져 버린 웃음처럼 막을 수 없었다. 맞닥뜨렸으니 이제 순응하는 수밖에 없는 9월이 되었다.
9월과 함께 황금 시즌도 왔다. 정말 우리나라 날씨는 엄한 훈육관 같다. 적응 시간 따위 주지 않는다. 오늘 트랙은 완연한 가을이었다. 해가 진 하늘마저도 높고 푸르렀고, 바람은 시원했다. 분명 며칠 전까지 습한 땀을 흘렸는데 이젠 땀이 나면서 마르기 시작했다.
황금 시즌을 맞은 트랙은 역대급 인파였다. 가을이 되면 달리기 시작하겠다는 사람들까지 더해져 트랙은 물고기들이 물을 거슬러 한쪽 방향으로 헤엄치고 있는 거대한 양어장 같았다. 말소리, 발소리로 정신을 똑바로 차리지 않으면 리듬을 유지하기 힘든 정도였다.
이런 황금 시즌은 그리 길지 않다. 지금처럼 간단한 복장과 준비물로 달릴 수 있는 기간은 짧다. 조금 있으면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질 거고, 낮엔 더울 거다. 그러다가 한낮에 달리는 것이 좋은 시절이 오면 준비물이 많아지는 귀찮은 시절이 찾아온다.
자전거로 자출을 할 때도 그랬다. 여름엔 반바지에 손수건이면 됐지만, 날이 추워지면 장갑에, 양말에, 마스크에, 방한버프에, 귀마개에 챙길 것이 많았다. 제일 번거로운 건 속옷은 젖어도 겉옷은 따뜻해야 하는 것이었다.
어쨌든 황금 시즌은 왔고, 그 시즌을 잘 활용해야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지금이 황금 시즌인걸 안다는 점이다. 인생은 그런 걸 알려주지도 않지 않는가? 지금이 황금 시즌인지, 다음이 황금 시즌인지, 아니면 지나버린 건지 알 수 없다. 사실 이런 점이 인생의 난도와 불확실성을 높여 공포에 빠지게 하고, 잘못된 판단을 하게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매 순간 부딪히고 깨지고 대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고 회피하면 나중에 돌이켜봤을 때 매 순간이 후회일 것 같다. 최선을 다하는 것을 비웃고, 소확행과 워라밸만 추구하고, 노력을 혐오하는 세태가 저물고 있다고 한다. 경험에서 오는 깨달음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난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뛰었고 내일도 최선을 다해서 뛸 생각이다. 왜냐면 날이 너무 좋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