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지구를 위한 ‘찐환경 생활’ 아이템 3
집 안 한쪽에, 수북이 쌓인 일회용품. 씻어서 배출해도 재활용이 어려운 플라스틱이 많다는데 이대로 괜찮은지 의문이 들었어요. ‘쓰레기를 제로로 만드는 건 어렵지만 10에서 9로 줄여보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 완벽해야 한다는 마음은 잠시 내려두고 나만의 속도로 탄소발자국 줄이기에 나섰습니다. 불필요한 샘플은 거절하고, 텀블러를 챙겨 다니고, 냉장고 속 재료로 요리를 해 먹기 시작했어요. 식재료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레 텃밭 일구기로 이어졌고, 직접 기른 채소를 수확해 먹는 기쁨을 알고, 음식을 낭비하지 않는 태도를 지니게 됐죠. 사실 익숙한 습관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이에요. 기억해야 할 것도 많고 부지런해야 하죠. 하지만 작은 노력이 꽤 많은 걸 바꿀 수 있습니다. 조금 서툴고 때때로 일회용품의 유혹에 무너져도 괜찮아요. 오늘 할 수 있는 일부터 시작해보세요. 나와 지구를 위한 ‘찐환경 아이템’을 소개할게요.
캡슐 커피 대신 재사용 필터로 내린 커피
우리나라 성인의 1년 커피 소비량은 353잔. 하루 한 잔꼴로 커피를 마시죠. 특히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늘면서 편리한 캡슐 커피 소비가 늘었습니다. 그런데 캡슐 커피는 재활용이 어려워요. 덮개 부분을 떼어내고 커피 가루를 완전히 제거해도 입구에 남아 있는 실리콘 때문에 대부분 일반 쓰레기로 처리되죠. 매립지로 보내진 캡슐이 분해되는 시간은 200년. 이를 대체하기 위해 드립 커피를 마셔도 종이 필터라는 젖은 쓰레기가 발생합니다.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재사용 커피 필터예요. 재배 시 면보다 물이 덜 필요한 헴프 코튼(삼베)으로 만들어 그린 라이프를 실천하는 이들에게 사랑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꾸준히 사용하려면 제대로 내릴 수 있어야 할 텐데 ‘물이 잘 안 빠지면 어쩌지?’ 하는 염려가 앞서죠. 막상 사용해보니 오히려 종이 필터보다 커피 기름을 더 많이 추출해 부드럽고 향이 짙은 에스프레소를 내릴 수 있었어요. 내구성이 뛰어나 튼튼한 덕분에 빨아서 재사용할 수 있으니 하루에 커피를 두 잔 이상 마신다면 경제성 면에서도 이롭겠죠?
가격 유기농 재사용 커피 필터 4천 원
문의 @thepicker
다회 용기로 배달 음식을 더 맛있게
이제 배달 음식도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어요. 배달 플랫폼 ‘요기요’는 올해 10월부터 서울시와 환경부, ‘리턴잇’과 함께 플라스틱 줄이기 서비스 시작했습니다. 이용 방법은 아주 간단해요. 요기요 메인 화면 ‘다회 용기’ 아이콘 클릭 → 서비스 이용 가능한 맛집 선택 → 메뉴 선택 → 다회 용기 체크 표시. 1천 원이라는 이용료를 지불해야 하지만 음식이 묻은 플라스틱 용기를 일일이 헹굴 필요가 없고, 쓰레기통이 불어날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죠.
무엇보다 식사를 마친 뒤 기분 좋게 뒷정리를 할 수 있어요. 수거 방법도 편리해요. 다회용 배달 가방에 부착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해 메시지를 보내면 12시간 이내에 수거합니다. 혹시 음식을 남겼다면 그대로 용기에 담아 넣어두면 돼요. 제로 웨이스트 용기 리턴 서비스를 운영 중인 ‘잇그린’에서 음식물 쓰레기로 배출한 후 9단계 세척 및 살균 소독을 진행하니까요. 현재 강남구 일대 음식점 60여 곳에서만 가능하다는 점이 아쉽지만, 내년 1월까지 100곳 이상의 참여를 목표로 서비스 지역을 넓히고 있다고 해요.
가격 다회용기 수거 비용 1천 원
문의 1661-5270, 카카오톡 플러스친구 요기요 고객센터
자연에서 온 소프넛 열매와 수세미로 설거지
텀블러와 다회 용기를 사용하다 보면 설거짓거리가 늘어납니다. 거품을 풍성하게 내야 깔끔하게 닦이는 기분이 드는데 세제를 많이 사용하는 건 어쩐지 죄책감이 들어요. 이럴 때 떠올리면 좋은 것이 소프넛입니다. 과피에 계면활성 성분인 사포닌이 들어 있어 과일 세척제, 설거지 비누, 세탁 세제로 활용하는 무환자나무 열매예요. 지구에 무해한 열매 소프넛은 사용 후 말려 보관하면 3~4회 재사용할 수 있고, 피부 질환을 완화하는 의약품으로 사용할 만큼 순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어요.
다용도 소프넛 세제 만드는 방법
1. 빈병에 소프넛 4~5알과 물을 적당히 넣고 뚜껑을 닫은 후 잘 흔드세요.
2. 설거지통에 씻을 그릇을 담고, 1의 우린 물을 부어 세척하세요.
tip. 냄비에 물(1.5L)과 소프넛(15~20알)을 넣고 끓여서 진하게 우러난 물을 용기에 담아두고 주방 세제처럼 필요할 때마다 사용할 수도 있습니다.
생수세미는 소프넛과 찰떡궁합을 이루죠. 수세미외를 삶아 말려 만드는 생수세미는 세제를 조금만 묻혀도 거품이 잘 나고 세척력이 우수합니다. 일반적으로 아크릴 수세미가 친환경 수세미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아크릴실은 폴리아크릴로나이트릴로 만들기 때문에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합니다. 반면 생수세미는 천연 식물이기 때문에 낡아서 버리더라도 환경에 해를 입히지 않아요. 수세미외만 있으면 집에서도 손쉽게 만들 수 있는 데다 용도에 맞게 잘라 쓸 수도 있기 때문에 가벼우면서도 의미 있는 선물로도 좋겠네요.
가격 소프넛(200g당 5천 5백 원), 유기농 수세미(4천 5백 원), 몽땅 수세미(2천 5백 원)
문의 @freshbubblegram, @farmchangdae
Editor 노유리
Photographer 김병준
Food Stylist 조선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