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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t Dec 03. 2021

[Interview] 모든 게 잘될 거야,
뚜또베네!

따뜻한 공간을 꾸리는 작가 겸 베이커리 사장 이용제


여러분의 한 해는 어떠했나요? 이용제 님에게 올해는 새로운 일을 시작한 해예요. 1인 출판사를 세워 에세이집을 내고, 이따금 시나리오를 써 단편영화 제작에도 힘을 쏟으면서 최근에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죠. 지난여름 천호동에 문을 연 ‘뚜또베네’는 요즈음 핫한 디저트인 아메리칸 스모어 쿠키를 파는 베이커리입니다. 하루도 빠짐없이 쿠키를 만들고, 활기찬 얼굴로 손님을 맞이하는 그는 주변 상인들에게 요즈음 시대에 보기 드문 건실한 청년이라 칭찬받죠. 에세이 작가, 단편영화 감독, 베이커 겸 사장 등 다양한 타이틀을 떼고 그냥 '이용제’이고 싶다는 그. 한 해를 마무리하며 새로운 내일을 계획하는 연말, 함께하기만 해도 마음이 따뜻해지는 이용제 님을 만났습니다. 







안녕하세요. 공간이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네요. 생긴 지 얼마 안 됐다고 알고 있는데, 벌써 많은 사람이 찾는 곳이 됐어요. 우선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뚜또베네라는 수제 쿠키 전문점을 운영하는 이용제입니다.



앞에 붙는 수식어가 많아요. 영화감독, 작가, 지금은 베이커리 사장님까지. 되게 부지런하다는 생각도 들어요. 다양한 일을 동시에 해낼 수 있는 원동력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불안감이에요. 새로운 것에 대한 갈망도 꽤 큰 편이고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무의식 속 생각이 나태하거나 발전 없이 제자리걸음 하는 순간의 저를 조금 더 움직이게 하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도 당연히 소중하지만, 이런 불안감이 원동력이 돼 지금의 저를 만들었어요. 그래도 종종 나태해질 때가 있는데, 너무 늘어지면 어느 순간 공포심이 생기더라고요.


유럽 여행에서 보고 느낀 순간을 담은 책 'STRANGER'(왼) 소장하고 있는 유럽 여행 티켓(오)


자기 자신의 공백을 못 견디는 거네요. 수식어를 하나하나 짚어보면 용제 님이 어떤 사람인지 더 잘 알 수 있을 것 같아요. ‘작가’라는 타이틀부터 이야기해볼까요. 유럽 여행 중 찍은 사진에 본인이 쓴 각본에서 발췌한 글을 더해 책을 냈죠. 이 책을 보고 그 여행은 어떤 것이었고, 어떤 의미로 남았는지 궁금해졌어요.

제가 좋아하는 순간을 만들 수 있는 경험이었어요. 새로운 경험으로 얻은 흥미로운 감정들이 삶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해줬죠. 그 순간이 너무 좋아 사진을 찍게 됐고, 그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책을 냈어요. 그 전에 써둔 영화 각본도 더하면 더 잘 어우러지겠다고 생각해서 덧붙였죠. 좋은 순간들이 모여 이 책을 이룬 거예요. 단순히 자기만족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제가 느낀 좋은 순간을 다른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서 책을 냈어요.



처음 시도하는 일이라 누군가의 도움을 바랄 만도 한데, 1인 출판사를 설립해 혼자 만들었어요. 그렇게 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이건 제 성격 같은데, 혼자서 독립적으로 무언가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또 그렇게 했을 때 성취감이 더 크더라고요. 물론 지금도 일정 부분은 많은 분의 도움을 받아서 일하고 있지만, 일단 혼자 해보는 게 어떤 위기나 어려움을 스스로 극복할 힘을 기를 수 있는 또 다른 기회라고 생각하거든요.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저 자신이 더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독립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 노력에 단편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포함되겠네요. 최근에 만든 단편영화는 어떤 건가요? 지금도 꾸준히 제작하는 중인가요?

최근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마지막으로 제작한 게 2년 전이에요. 사실 그 영화는 개인적으로 마음에 들지 않아 만들어놓고 폐기했죠.(웃음) 그 전에는 <디폴트 모드>라는 SF 영화를 만들었는데, 주인공들이 빛보다 빠른 물체를 발견해 만두 가게에 모여서 시간 여행을 하는 내용이었어요. 요즈음은 베이커리 일로 짬이 나지 않아 작품을 구상할 시간이 없더라고요. 그래서 영화감독으로 소개하기가 조금 어색하죠.



지금 가장 몰두하는 일이 쿠키를 만들고 베이커리를 운영하는 거죠. 베이커리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뭔가요? 다른 일과는 동떨어져 보여요.

집에서 소소하게 베이킹을 하는 게 취미였어요. 그렇게 혼자서 만들다가 우연히 백화점에서 파는 쿠키를 보고 꽤 큰 영감을 얻었죠. 그러고 집에 돌아와서 바로 쿠키를 만들기 시작했거든요. 그 쿠키를 맛보지는 않았지만, 모양과 냄새에 큰 흥미를 느꼈어요. ‘저런 쿠키가 있구나!’ 싶어 신기했죠. 이처럼 취미로 쿠키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베이커리를 오픈하게 된 것 같아요.



바로 행동으로 옮길 정도면 그 쿠키가 되게 인상 깊었나 봐요. 레시피는 직접 개발한 건가요? 어려운 점이 많았을 것 같은데, 그 과정이 어땠는지 궁금해요.

레시피는 제가 개발한 건 아니고, 기존에 있는 걸 조금 더 저만의 스타일로 바꿨어요. 원래 스모어 쿠키는 너무 달아서 부담스러운데, 그러지 않게 재료 배합을 달리하고 아몬드 같은 재료를 조금 더 추가해서 식감을 살렸어요. 또 더 맛있는 쿠키를 만들고 싶어서 서울에서 유명한 쿠키 가게는 다 가본 것 같아요. 온종일 쿠키를 만들어 삼시 세끼 그것만 먹으면서 많이 테스트하고 연구했죠. 



열정이 가득 담긴 쿠키군요. 이 공간에서도 뜨거움이 느껴져요. 베이커리 이름인 ’뚜또베네(Tutto Bene)’가 이탈리아어로 모든 게 잘될 거라는 의미라고 들었어요. 이 이름은 앞서 말한 유럽 여행에서 영감을 얻은 거겠죠? 

네, 맞아요. 이탈리아의 한 농장에서 노부부랑 지냈는데, 할머니가 일하러 나가시면 주로 할아버지랑 같이 시간을 보냈거든요. 그런데 할아버지는 이탈리아어만 하시고, 저는 이탈리아어를 할 줄 몰라서 의사소통이 잘 안 됐죠.(웃음) 그런 힘든 순간마다 할아버지께서 항상 “뚜또베네?” 하고 물어보셔서 기억에 남았는데, 알아보니 의미도 좋아서 베이커리 상호로 정했어요. 이탈리아에서는 ‘Tutto Bene?’가 ‘How are you?’ 같은 뜻으로 되게 자주 쓰는 인사말이에요. 사람들에게 이런 인사를 늘 건네고 싶다는 의미도 담겨 있죠. ‘뚜또베네?’ 하면 ‘베네베네(좋다)’라고 대답할 수 있게 만나는 사람들에게 더 밝고 좋은 에너지를 전달하고 싶어요. 이곳에 찾아오는 분 모두 밝은 에너지를 얻고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습니다.



사람이 풍기는 분위기도 무시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분명히 상대방이 좋은 기분을 느낄 수 있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발산하거든요. 스스로 본인이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나요?

부정적인 생각을 안 할 수는 없지만, 긍정적인 생각과 행동이 좋은 일을 끌어당긴다고 생각해 조금 더 그런 사람이 되려고 노력해요. 사람마다 타고난 기질이 있는데, 저한테 유독 이런 성향이 내재되어 있지 않나 싶기도 하고요. 부정적인 감정은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이런 상황에서 긍정과 희망을 잃지 않아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이번 호 주제가 '웰던'이에요. 잘했다는 긍정과 격려의 메시지를 담고 있죠. 뚜또베네라는 베이커리 상호와도 연관성이 많아요. 스스로 자신에게 또는 주변 사람에게 이런 말을 자주 하시나요?

그런 말을 자주 해서 주변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가 많죠. 가족들도 제가 워낙 낙천적이고 긍정적이라 걱정을 많이 하고요.



올해를 되돌아봤을 때 ‘웰던’이라고 할 수 있을 만한 일은 뭐가 있었나요?

소소한 것도 되나요?(웃음) 어제 미루던 건물 화장실 청소를 했는데, 속이 아주 시원하고 뿌듯하더라고요. 항상 미루다가 마음먹고 했는데, 참 잘했다 싶어요. 또 엊그저께 가고 싶어 하던 초밥집에 드디어 가봤어요. 별것 아닌데 기분이 되게 좋더라고요. 매번 이런 작은 일에서도 성취감과 행복을 느껴요.



같이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좋은 에너지를 얻었어요. 앞으로 용제 님은 어떤 사람이 되고 싶나요?  

'배는 항구에 머물면 안전하지만 그게 배의 존재 이유는 아니다.’ 가게 앞 나무판자에 적혀 있는 이 문구가 제 삶의 모토예요. 태풍을 맞더라도 항상 도전하며 살고 싶거든요.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고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면 당연히 더 좋겠죠. 내년도 스스로 ‘웰던’이라고 말할 수 있는 한 해가 되기를 바라요.




Editor 우수빈

Photographer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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