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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at Feb 28. 2022

[Style] My Souvenir

내 입맛대로 고른 특별한 물건


어떠한 여정이든 지갑은 반드시 열리기 마련이죠낯선 여행지에서 취향껏 고르고 선택해 지금 곁에 남아 있는 물건은 이야기를 가득 머금은 지니의 램프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당시 머문 시공간 속 기억과 감상을 환기하는 강력한 매개체가 되어주기도 하니까요가만 보면 이 물건을 고른 자신의 꽤 많은 부분을 대변하기도 합니다크기가 작디 작아도쓰임을 다했더라도 아무렴 괜찮아요존재하는 것만으로 기분을 올려주는 행복의 대상이자 도구이 물건 어쩐지 자신과 닮아 있지 않나요?






물건의 용도 퍼퓸 오일. 기억을 되살리기 위한 도구이기도 해요. 가격 당시 환율로 약 3천 원. 어떤 여행이었는지 2013년 학부 시절, 교수님, 몇몇 친구들과 함께 스리랑카로 예술 교류를 갔던 여정이었어요. 구입 장소와 발견 경로 가파른 산길을 봉고차로 굽이굽이 돌아가고 있던 길에서 우연히 허름한 상점을 발견했어요. 가게 한 켠에 이름만 다르고 비슷하게 생긴 보틀들이 잔뜩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첫 인상 라벨지에 너무도 선명하게 표기된 ‘OSAKA’ 단어 때문에 ‘어째서 이름이 오사카 퍼퓸일까?’라는 의문이 강하게 들었죠. 느낌상 일본의 도시를 의미하는 것 같지 않아서 더 궁금했어요. 이 물건 하면 떠오르는 단어 세 개 열대우림, 스리랑카, 불교. 그곳에서의 인상적인 맛 로컬 카레 식당에서 식사를 했어요. 굉장히 매콤하고 이국적인 그 맛이 생생히 떠오르지만 그보다 음식을 손으로 먹어야 했던 상황이 더 매운맛이었던 것으로 기억해요. 이걸 사길 잘했다고 생각했던 때 그 여행에서 뭔가를 잔뜩 사 왔는데 모두 선물해버려 정작 제 것은 없더라고요. 딱 하나, 이 보틀이 저에게 남은 유일한 물건이죠. 볼 때마다 스스로 잘 남겼다는 생각이 들어요. 현재 놓여있는 곳 침실의 나무 선반에 두고 가끔 뚜껑을 열어 향을 맡곤 해요. 이 물건 옆에 꼭 있으면 좋을 아이템 용액이 남아있지 않아 오로지 향만 맡을 수 있어요. 사용할 수 있는 다른 향수가 옆에 있으면 좋겠죠? 이것과 관련해 가장 애착이 가는 기억 어느 날 이 향수를 손목에 바르고 수업에 갔더니 교실에 있던 모두가 이국적인 향의 주인공이 저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만큼 향이 강렬했나 봐요. 자신과 닮은 부분 쉽게 드러나지 않는 특별함과 아름다움을 숨기고 있다는 점. 이 물건의 가장 아름다운 점 현재 잔류하는 향 역시 결국엔 소멸될 것이라는 사실이 역설적으로 아름답게 느껴져요. 만약 이 물건으로 소설을 만든다면 희미한 기억을 더듬어가며 스리랑카의 열대우림 속으로 미지의 향을 구하러 떠나는 모험 넘치는 기행이 떠올라요. 이것과 어울리는 음악 명상을 위한 Zen 음악. 이름을 짓는다면 나를 강하게 끌어당겼던 ‘OSAKA’. 물건을 구매하는 기준 보기에 좋은 기분이 드는지, 꼭 필요한 것인지 그리고 내 공간과 잘 어울리는가! 물론 가격도 중요하죠. 근래 구입 목록 1호 새로운 조명을 만들기 위한 전기재료를 구입했어요. 본인을 맛에 비유한다면 저는 크림인데 매운 크림 같아요. 굉장히 부드럽고 약간 고소한데 그 안에 매운 맛이 숨겨져 있지 않나, 싶어요. 그렇다고 너무 느끼하진 않은.(웃음)


유리 공예가 박혜인 @gloryhole_light_sales



Editor 박지현

Photographer 김병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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