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 진짜로 두려웠던 이유

브레보뉴 숲 (7)

by 마봉

《세라비: 장하다 라를르의 딸》은 장편 소설입니다.

◆ 캐릭터 소개

◆ 처음 오신 분은 1화부터 읽어 주세요.


세라비는 열을 내며 앓기 시작했다. 게로스는 세라비의 이마에 손을 올려 보았다. 지혈도 했고 소독도 했는데 열이 왜 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그는 세라비의 가방 안에 있던 손수건을 찬 물에 적셔 이마에 올려 주고, 살면서 왕자이자 국왕으로서 신전에 수도 없이 가서 전례와 행사에 참여했으나 실제로는 믿어본 적도 없는 신을 처음으로 마음속에서 찾았다.


그는 열에 들떠 신음하는 세라비의 손을 잡고, 땀에 젖어 얼굴에 달라붙은 머리카락을 치워 주며 나직이 불러 보았다.


“세라비, 죽지 마… 집에 가야지.”


어젯밤보다 더 통통해진 로나가 서쪽 하늘로 져 버리자 밤하늘에 별들이 총총하니 밝게 빛났다. 세라비는 이제 열은 내린 것 같았다. 그러나 땀이 식으면서 체온이 내려갔는지 손이 차가워서 게로스는 모닥불에 나무를 더 던져 넣고 세라비의 손을 주물러 조금이라도 온기가 오르도록 했다.


세라비가 눈을 뜬 것을 한밤중이 지나서였다. 게로스는 세라비의 손이 미세하기 움직이는 것을 깨닫고 정신을 차렸다. 세라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보고 있었다.


“정신이 들어요? 괜찮아요?”


세라비가 입을 움직이며 뭐라고 말하는 것 같아 게로스는 고개를 숙여 귀를 기울였다.


“저는…”


유언인가! 하고 게로스는 세라비의 손을 꼭 잡았다.


“…새를 원래 싫어해요…”


게로스는 잡고 있던 세라비의 손에 얼굴을 묻었다. 기쁘고 웃긴데 왠지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아침이 되자 따뜻한 햇빛이 숲을 비추기 시작했다. 세라비는 게로스가 먹여주는 대로 물을 마시고, 뭔가 부지런히 찾아다 주는 먹을 것을 받아먹으며 옆 나라 평민인 자신을 왕이 이렇게 시중을 들게 해도 되는 것일까, 감옥에 안 보낸다는 약속을 미리 받아두길 정말 잘했어, 등등의 생각에 잠겨 있었다.


‘어서 이 숲을 나가야 해. 더 있다가는 저분에게 무슨 폐를 더 끼칠지 모른다. 이건 두 국가 간의 외교 문제야!’


그래서 세라비는 게로스에게 일으켜 달라고 해서 천천히 일어나 보았다. 게로스의 부축을 받아 몇 걸음 천천히 걸어 보았으나 다리에 힘이 풀려 금방 주저앉았다.


“아직은 움직이면 안 될 것 같은데요.” 게로스는 세라비가 어떻게든 걸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것을 보고 이렇게 말했다. “오늘까지는 여기에서 쉬고 내일 기운 차려서 다시 가봅시다.”


“걸을 수 있어요. 처음에만 조금 부축해 주세요. 빨리 여기에서 나가고 싶어요.”


“하지만 무리해서 움직였다가는 여기 더 오래 있어야 할지도 모릅니다. 누운 자세도 이젠 불편하실 것 같으니 잠깐 앉아 보세요.”


세라비는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왠지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게로스는 나무에 기대앉은 세라비의 등 뒤에 코트를 말아서 대어 주다가 세라비가 눈물을 글썽거리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아니, 왜 그러세요? 아파요?”


“빨리 나가고 싶은데 몸이 안 움직여서요…” 세라비는 울먹였다.


게로스는 세라비가 갑자기 눈물을 뚝뚝 흘리며 울자 당황했다. “산에서 자는 게 저보다 더 익숙하신 분이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떡해요?”


“익숙해도 싫어요. 이렇게 있으면 안 된다고요. 빨리 나가야지 안 그러면 외교 문제가 될 텐데…!” 세라비는 이렇게 말하고는 울음을 터뜨렸다.


게로스는 어쩔 줄을 몰랐다. 자기 앞에서 누군가 울음을 터뜨린 것은 평생 처음 있는 일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세라비는 ‘여기서 더 있다가는 외교문제 국제문제’ 어쩌고 하면서 흐어어엉 하고 울었다. 게로스는 무슨 말인지 이해가 가지 않았지만 어쨌든 세라비가 진정할 때까지 기다려 주었다.


세라비는 한참이 지나자 겨우 울음을 그쳤다. 게로스는 그 옆에 앉아 미안하고 민망해서 얼굴도 못 들고 있는 세라비의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씩씩하게 노숙도 잘하고 잘 걷더니 갑자기 아이처럼 흐느껴 울지를 않나, 세르비카 대사는 정말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었다. 그는 벽을 타고 올라와 테라스에 난입했던 이상한 이카리아 대사가 죽을까 봐 마음 졸이며 지샜던 지난밤을 생각했다.


그랬다. 그는 진짜로 세라비가 죽을까 봐 두려웠다. 그녀의 열에 들뜬 얼굴을 바라보며 두려움에 휩싸였던 것은 숲에 혼자 남는 것이 무서워서였을까?


세라비는 다시 게로스에게 일으켜 달라고 해서 조금씩 걸어 보았다. 열 걸음 걷고 해가 질 지라도 움직이고 말겠다며 걸음을 옮기던 세라비는 처음에는 비틀거리고 다시 주저앉을 뻔했지만 조금씩 걷는 것이 수월해져서, 정오께에는 게로스의 팔을 잡고 천천히 걸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 있었다.


세라비는 힘겹게 걷느라 땀이 나기 시작했다. 시원한 한 줄기 바람이 불어와 두 사람은 잠시 멈춰 섰다.


나무들 저편에서 한 줄기의 소용돌이치는 바람이 은빛 꼬리를 끌며 다가왔다. 세라비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레이다…”


게로스는 놀라서 물었다. “뭐라고요?”


세라비는 바람이 세라비 앞의 허공에 은빛 소용돌이를 그리는 모습을 보며 대답했다.


“레이가 우리를 찾고 있어요!”


게로스는 은빛 소용돌이가 왔던 방향으로 다시 돌아가는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것이 브리엘 부대사가 가지고 있던 라마야나의 지팡이 꼭대기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이던 소용돌이들 중 하나인 것을 그도 이젠 알아볼 수 있었다. 그러나 세라비가 그걸 보자마자 “레이다!”하고 즉시 알아보는 걸 보니 왠지 기분이 복잡했다. 자신이 끼어들 수 없는 두 사람 사이의 유대가 실감이 났다.


두 사람은 혹시 연인 관계일까? 그러나 브리엘 부대사가 자기 앞에서 세라비를 이카레이유 최고 미인이라는 둥 대놓고 칭찬하거나 둘이서만 대화하도록 자꾸 유도하는 것을 보면 그것은 확실히 아닌 것 같았다.


“이제 살았어요! 저희를 데리러 올 거예요!” 세라비가 기쁨에 넘쳐 외쳤다.


게로스는 옆을 돌아보고 여전히 자신의 팔에 의지해 선 채 기뻐서 환하게 웃는 세라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전날 밤 세라비 옆에서 간호하며 진짜로 두려웠던 이유를 깨달았다.


그는 저도 모르게 세라비를 끌어안았다. 세라비의 깜짝 놀란 듯한 떨림이 그의 팔에 전해졌다. 두 사람 다 예상치 못한 갑작스러운 입맞춤이었다.

붕대를 감고 코트를 어깨 위에 걸친 세라비에게 입맞추는 게로스(꺅) ⓒ Mabon / AI

◆ Illustrations by Mabon de Forêt(AI-assisted)


세라비 사상 최고수위 장면 잘 감상 하셨나요?(죄송합니다 이게 최고수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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