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 생 쥘 플로리스트

작약 있어요?

by 마봉

《세라비: 장하다 라를르의 딸》은 장편 소설입니다.

◆ 캐릭터 소개

◆ 처음 오신 분은 1화부터 읽어 주세요.


ⓒ Mabon / AI

수색대가 도착했다. 그들은 숲 속으로 구르고 자빠지며 달려와 왕과 이카리아 대사를 숲 가장자리께의 나무가 듬성하게 난 곳까지 안내했다. 여기서부터는 땅이 고르고 평평해서 말을 타고도 갈 수 있었다.


“마차를 부르러 사람을 보내는 바람에… 죄송하지만 말이 한 마리밖에 없습니다.” 수색대원 중 하나가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는 나라에서 가장 높은 사람인 왕과 여성이신 이카리아 대사 중 누구를 말에 태워야 하는가 생각하며 혼란스러워하고 있었다.


“대사님이 다치셨으니 타고 가시죠.” 게로스는 세라비에게 말을 양보하려다가, 세라비가 아직도 한쪽 어깨에 붕대를 감고 있는 것을 보고 아차, 하고 생각했다. 그래서 두 사람은 대련 전에 상대방에게 경례하듯 공손하게 서로에게 고개를 숙인 다음 같이 말에 올랐다.


마차는 숲이 끝나는 곳의 좁은 흙길 위에 서 있었다. 레이와 코린은 마차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게로스와 세라비가 오는 것을 보고 달려왔다.


“폐하! 괜찮으십니까? 무사하셔서 정말 다행입니다. 다치신 데는 없나요?” 코린은 거의 울먹이며 말했다.


“나는 괜찮은데 세르비카 대사님이 다쳤어.” 게로스는 이렇게 말하며 세라비에게 손을 내밀어 말에서 내려 주었다. 레이는 “세라비 님이 다쳤다고요? 어디를요?”하며 와락 달려들다가 멈칫했다.


‘어라…?’


두 사람이 눈도 마주치지 못하고 왠지 어색하게 서 있는 것을 본 레이는 상황을 대충 눈치챘다. 레이는 마차에 게로스와 세라비를 밀어 넣고 자신도 타려고 하는 코린을 팔꿈치로 쿡 찔렀다.


“왜요?”


코린은 레이의 눈짓을 보고 마차에 앉은 두 사람을 쳐다보았다.


‘아…!’


그는 조용히 마차 문을 닫았다.


“저희는 말 타고 갑시다.” 코린은 이렇게 말하고는 마차를 출발시켰다. 마차는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마차 안에서 이른 낙엽이 휘날리는 바깥 풍경을 바라보는 게로스의 모습은 평온하고 침착했다. 그러나 그의 마음속은 숲을 나오기 전에 자신이 한 짓(?)에 크게 놀란 상태였다.


‘싫었으면 어쩌지? 동의를 구하고 했어야 했나?’


한편, 맞은편에 앉은 세라비는 속에 폭풍과 해일이 몰아치는 중이었다.


‘아까 그건 뭐지? 왜 그런 거지? 왕은 원래 그렇게 하는 건가? 하지만 우리나라 마르셀 폐하는 안 그러셨는데! 물론 했다면 무지 기분 나빴을 것 같아! 하지만 플로르 왕자님이라면? 그건 조금 귀여울 것 같기도 하다!’


세라비는 고개를 아주 조금 들어 맞은편에 앉은 게로스를 몰래 바라보았다.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평온하게 창밖을 바라보고 앉아 있는 그를 보며 세라비는 생각했다.


‘방금 그거 왜 그런 거냐고 물어보면 너무 바보 같겠지? 나도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해야 되나? 폐하가 제발 뭐라고 말을 좀 해주면 좋을 텐데! 하지만 뭔가 말을 하면 더 부끄러울 것 같아! 어쩌지! 마차에서 내릴까?’


게로스는 세라비의 눈길을 느끼고 고개를 돌렸다. 세라비의 얼굴에 ‘이거뭐예요왜그런거예요대체뭐죠왜그런거죠’라고 쓰여있는 것을 보고 그는 저도 모르게 웃었다.


그러나 그도 긴장한 탓에 뭐라고 말을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는 뭔가 말하는 대신 세라비에게 옆으로 오라고 손짓했다.


세라비는 얼떨떨한 상태로 일어나 게로스의 옆자리로 다가가 앉았다. 숲에서 계속 게로스의 팔을 잡고 걸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은 게로스 옆에 앉아있다는 것이 숨이 쉬어지지 않을 정도로 떨렸다.


세라비의 심장은 라를르 마을 대장간의 망치 소리만큼 크게 뛰었다. 세라비는 가빠지는 숨을 가다듬으며 크게 심호흡했다. 그리고 용기를 내서 게로스의 어깨에 조심스럽게 기댔다.


게로스는 안도의 한숨을 쉬며 세라비의 어깨를 안았다. 마차 밖 풍경이 낙엽이 날리는 시골길에서 돌이 깔린 강둑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마차가 파렌베르크에 도착할 때까지 그렇게 앉아 있었다.




파렌베르크의 아침 거리는 커피 냄새와 버터 향으로 가득했다. 아직 이슬에 젖어 반짝이는 거리의 돌바닥 위로 햇살이 내려앉았다. 길모퉁이의 빵집에서는 뚱뚱한 빵집 주인이 갓 구운 황금빛 빵을 진열대에 늘어놓고 있었다.


바스락거리는 종이 포장지에 빵을 받아 든 사람들은 가게 앞 높은 테이블에 기대어 커피 한 잔과 빵으로 아침을 먹고 짧은 담소를 나누다 일터로 향했다. 파렌베르크 사람들의 비음과 부드러운 모음이 많은 대화 소리와 철제 의자가 긁히는 소리와 커피잔 내려놓는 소리가 어우러져 골목은 아침의 생기로 가득 차 있었다.


제라르 달탱은 빵집을 지나 조금 더 걸어갔다. 오래되어 바랜 갈색 나무판에 흰색 페인트로 ‘생 쥘 플로리스트’라고 적힌 간판이 나타났다. 가게 앞에 놓인 철제 꽃바구니에는 알록달록한 야생화가 가득 담겨 있었다. 하얀 난간에 달린 작은 화분이 바람에 흔들리며 햇빛에 반짝였다.


제라르는 꽃집 문을 열고 숨을 깊이 들이켰다. 향긋한 꽃향기가 코 속으로 깊숙이 들어왔다.


사람 좋게 생긴 꽃집 주인이 그를 알아보고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제라르는 가게 안의 꽃을 둘러보았다. “꽃다발이 필요해서요.”


“물론이죠! 오늘도 클레르 양에게 꽃을 보내시나요?”


“네, 오늘 작약이 있나요?”


주인의 순둥한 얼굴에 진지한 미소가 떠올랐다.


“작약 철은 아니지만 저희 집은 온실에서 작약을 가져오기 때문에, 마침 좋은 작약이 들어와 있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주인은 가게 안쪽으로 가더니 큼직한 붉은 꽃 몇 송이를 가지고 돌아왔다. “어떠신가요?”


제라르는 마음에 든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작약은 금방 시드니까, 빨리 보내야겠네요.” 주인이 말했다.


주인은 재빠른 손놀림으로 작약과 스위트피, 캄파뉼라 등을 포장대 위에 펼쳐 꽃다발을 만들기 시작했다. 제라르는 그에게 가늘게 돌돌 말은 종이를 건넸다. 주인은 작약의 굵은 줄기에 종이를 감고 종이가 젖지 않도록 기름종이로 한 번 더 감쌌다.


꽃다발이 완성되었다. 제라르는 꽃다발 값을 치르고 가게를 떠났다. 주인은 심부름하는 소년을 불러 꽃다발을 건네주었다.


“클레르 리모넬 양에게.” 주인이 말했다. “바르노 거리 12번지. 시들기 전에 빨리 갖다 드려.”


소년은 꽃다발을 받아 들고 재빨리 사라졌다.


파렌베르크 중심가에서 벗어난 바르노 거리의 어느 오래되고 조용한 주택가의 낡은 집 안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던 클레르 리모넬은 현관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어깨에 덮고 있던 숄을 내려놓고 일어났다. 문이 열리자 심부름하는 소년이 꽃다발을 내밀었다.


“어머나 예뻐라. 오늘은 작약이네.” 클레르는 이렇게 말하고 소년에게 동전을 몇 개 쥐어주었다.


소년이 돌아가자, 클레르는 집 안을 돌아다니며 덧문을 모두 닫았다. 그리고는 조심스럽지만 재빠른 손으로 꽃다발을 풀어헤쳤다.

꽃집 카운터 앞에 돌돌 말린 종이를 들고 선 제라르 달탱. 카운터 위에는 작약과 여러가지 꽃이 놓여 있다. ⓒ Mabon / AI

◆ Illustrations by Mabon de Forêt(AI-assis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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