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부엉이는 숲의 목소리에 둥지로 돌아가고

당신이 그리울 거예요

by 마봉

《세라비: 장하다 라를르의 딸》은 장편 소설입니다.

◆ 캐릭터 소개

◆ 처음 오신 분은 1화부터 읽어 주세요.


슐로스 루와얄 안의 왕의 집무실 문이 무겁게 닫혔다. 집무실과 이어져 있는 작은 회의실에서는 게로스와 세드릭, 코린, 총리대신 앙투안, 재무국장 마틸드 슈타이너, 그리고 국방국장인 장 바티스트 로셀이 긴급회의 중이었다. 오스틴에 심어두었던 정보요원 하나가 접선지에 나타나지 않았던 것이다.


“달튼 리지와 레드워터와 그레이브웰에 보낸 요원들은 다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에이번홀트에 있던 요원이 연락이 안 됩니다.” 코린이 긴장된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몰라 삼일 더 기다리다가 그레이브웰만 남겨놓고 나머지는 귀국 중입니다.”


에이번홀트는 오스틴의 수도이고 달튼 리지, 레드워터, 그레이브웰은 각각 오스틴의 주요 도시나 군사 거점들이었다. 게로스는 브레보뉴 숲에서 돌아오자마자 이런 일이 생긴 것이 믿어지지가 않았다. 그가 보낸 첩자가 실종되는 일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게다가 브래넌은 갑자기 귀국했다고? 말도 없이?” 게로스가 물었다.


“윌러드 달튼이 오늘 아침에 급하게 알려 왔습니다.” 코린은 파렌베르크 시내의 거점 정보원을 통해 전달된 돌돌 말린 작은 종이쪽지를 게로스에게 보여 주었다. 거기에는 아름답게 흐르는 듯한 필기체로 이렇게 쓰여 있었다.


『부엉이는 숲의 목소리에 둥지로 돌아가고,
작은 새들도 따라서 깃을 펼치네요.
당신이 그리울 거예요.』


“이게 브래넌이 귀국한다는 뜻입니까?”하고 마틸드 슈타이너가 물었다.


“그는 이미 떠났습니다. 대사관 직원들도 떠날 준비를 하고 있구요.” 코린이 대답했다.


“원래대로라면 휴가를 가더라도 우리 외교국에 알리고 갑니다.” 세드릭이 설명했다. “대사관 공관 마차 출입 시간을 조사해 보니 한밤중에 급히 출발한 것 같습니다.”


“레오폴드는?”


“그는 아직 있습니다. 하지만 떠나려고 준비하고 있는 듯했습니다.”


“마르벤과 포르 칼레즈에서는 무슨 얘기 없나?”


“별다른 조짐은 없습니다. 혹시 몰라서 경계하라고 해 두었습니다.” 장 바티스트가 대답했다. “그런데… 마지막에 ‘당신이 그리울 거예요.’라는 것은 무슨 암호입니까?”


코린은 종이를 다시 말아 주머니에 넣으면서 말했다.


“이건 아마 윌러드 달튼이 하고 싶은 말을 적은 걸 겁니다. 그 사람은 파렌베르크를 진짜 좋아하거든요.”


게로스는 좋지 않은 징조라고 생각했다. 최근에 오스틴과 했던 회담에서 마르벤의 민간 교류 허가를 본국에 물어보겠다고 한 것이 브래넌으로부터 들은 마지막 말이었는데, 그가 고작 그런 것을 물어보러 본국으로 갑자기 가진 않았을 터였다.


“루스카 용병 부대는 아직인가?”


세드릭이 대답했다. “도착하려면 보름 남았습니다.”


“너무 늦어. 날씨가 나쁘면 더 늦어질 텐데.”


“생로랑 섬만 지나면 요새 바람이 좋아서 포르앙블루까지 금방 들어올 겁니다.”


“폐하,” 코린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카리아 왕자와 대사 일행은 어떻게 할까요? 만약 위험한 상황이 온다면 파렌베르크에 계시면 안 되지 않겠습니까?”


게로스는 말이 없었다. 왕자 일행을 파렌베르크에 계속 두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그들은 조심하느라 궁 안에 거의 갇혀 있다시피 했으니 차라리 지방 어딘가로 보내서 이카리아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편안히 지내시도록 하는 것이 맞았다.


그는 마지막 희망이라고 생각했던 솔렌과 뤼넬을 생각하며 침통한 심정이 되었다. 그가 브레보뉴에서 돌아오자마자 브리엘 부대사와 코린이 ‘샤토 데쥬의 신전은 완전히 무너졌고, 솔렌은 건졌지만, 뤼넬과 결합시켜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라고 했던 것이다.


솔렌은 지금도 그의 품 안에 들어 있었다. 태양 모양 같기도 하고 꽃받침 모양 같기도 한 솔렌은 게로스가 처음 받아 들었을 때 희미하게 금빛 광채를 띠는 듯했다. 그러나 빛은 곧 사라지고 솔렌은 다시 태양 모양의 둥근 받침으로 돌아갔다.


신전에서 보았을 때보다 왠지 기운이 팍 죽은 도미니크 아르노는 게로스에게 와서, 신전이 무너진 것에 대한 책임을 모두 지고 사임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러기 전에 신전과 회당의 모든 기록을 뒤져 솔렌과 뤼넬의 사용 방법을 알아내겠다고 약속했다. 게로스도 별다른 방법이 없었으므로 그녀의 말을 받아들였다.


신전을 부순 파괴 마법사는 지팡이를 반납했다. 레이는 그가 한 마법이 대단한 파괴 마법은 아니라며 마법사 자격 박탈까지는 하지 말아 줄 것을 청했다. 그러나 게로스는 신전을 무너뜨린 일이 설령 실수라 하더라도 심각한 죄라고 생각하고 그 청을 거절했다.


“일반인이 그렇게 했다면 실수라 하더라도 감옥에 갇혔을 겁니다. 700년이나 된 신전을 무너뜨렸는데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넘어갈 수는 없습니다.”하고 그는 레이에게 말했다. 레이는 게로스의 말에 결국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게로스가 어떠한 방식으로 그동안 칼베르를 통치해 왔는지 조금은 알 것 같았다.

희미한 빛을 내고 있는 솔렌을 손에 든 게로스 ⓒ Mabon / AI

레이는 브레보뉴 숲에서 돌아온 후 더 이상 게로스 앞에서 세라비를 치켜세우거나 대화를 유도하는 등의 짓을 하지 않았다. 사실 이젠 그럴 필요도 없었다. 이미 그가 원하는 대로 되었기 때문이었다.


게로스는 회의가 끝나자마자 뤼미에르관으로 갔다. 세라비는 어깨에 입은 부상을 치료받고 있다가 게로스가 온 것을 알고 환하게 웃었다.


의사와 간호사가 돌아가자, 세라비는 새로 붕대를 감은 어깨를 게로스에게 보여주었다.


“흉터는 좀 남을 수도 있대. 그래도 잘 아물었나 봐.” 게로스 옆에 다가앉으며 세라비가 말했다.


“흉터가 남는다고? 그럼 어깨 드러나는 드레스 같은 건 못 입겠네.” 게로스는 이제까지 보아 온 귀족 여성들의 드레스들을 생각하며 진짜로 안타까워서 이렇게 말했다.


“난 어차피 그런 거 안 입어서 괜찮아.”


게로스는 웃었다. “그걸 어떻게 알아? 살다 보면 입을 일이 생길 수도 있지.”


“난 절대 안 입어 그런 거.” 세라비는 단호하게 말하고 웃었다. 게로스는 따라 웃으면서, 세라비에게 지금부터 할 얘기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를 잠시 무거운 마음으로 생각했다.


“세라비,” 게로스는 조심스럽게 말을 꺼냈다. “당분간 플로르 왕자 데리고 발렌도르에 가 있어.”


“발렌도르? 오귀스트 대공님 계시는 발렌도르? 거긴 왜? 가까워?”


“빨리 가면 한 5일… 천천히 가면 일주일 정도.”


세라비는 게로스의 얼굴이 어두운 것을 깨닫고 웃음을 멈췄다.


“당분간이 얼만큼인데?”


“한 달이 될 수도 있고 3개월이 될 수도 있고…” 게로스는 말을 흐렸다. “좋은 곳이야. 가면 마음에 들 거야.”


“그렇구나. 근데 갑자기 왜 가는 건데?”


“파렌베르크에 있으면 여기서 답답하게 갇혀만 있잖아. 여기 계속 있으면 불편하니까, 어차피 조만간 거기로 보내려고 생각하고 있었어.”


“내가 자꾸 담 넘을까 봐서 그러는 거야?”


게로스는 손가락으로 세라비의 볼을 찔렀다. “거기 가서는 담 넘으면 안 돼.”


“플로르 왕자님은 보내는 게 맞는 것 같아. 그치만 나도 가야 해?” 세라비는 조금 부끄러워하면서 말했다. “네가 여기 있으니까 나도 그냥 여기 있는 것이…”


게로스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몰라 대답 대신 세라비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에 돌돌 말았다 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세라비는 그런 게로스의 얼굴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 사람, 불안해하고 있어… 왜지?’


게로스는 세라비가 심각한 얼굴로 자신을 쳐다보는 것을 깨닫고 세라비를 안아 주었다. 그녀의 머리카락에서는 숲의 바람과 풀 냄새가 났다.


세라비를 얼마나 못 보게 될지 게로스도 확신할 수 없었다. 아무 일도 없을 수도 있었다. 첩자는 그냥 다른 일로 늦어진 것이고 브래넌은 오스틴의 집에 무슨 일이 생겨서 급히 돌아간 것이고 윌러드 달튼도 괜히 예민해져서 그런 전갈을 보냈을 수도 있었다. 제발 그런 거라면 좋을 텐데, 하고 게로스는 슬픈 마음으로 생각했다. 세라비하고 하루라도 마음 놓고 놀러라도 가 보기는커녕 숲에서 돌아오자마자 며칠 되지도 않아 헤어져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씁쓸했다.


“금방 내가 발렌도르로 보러 갈 테니까 그동안 담 넘지 말고 잘 지내고 있어.“


“그게, 담이 있으면 자연스럽게 그냥 넘게 돼.“ 세라비가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두 사람은 이어서 발렌도르 대공저의 담과 파렌베르크의 유명한 건물들의 담에 대해 키득키득 웃으며 이야기했다. 그리고 그 쓸데없는 대화 덕분에 게로스는 잠깐 동안 첩자도 오스틴도 솔렌도 잊을 수 있었다.

심란한 표정으로 세라비를 안고 있는 게로스와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의 세라비 ⓒ Mabon / AI

◆ Illustrations by Mabon de Forêt(AI-assis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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