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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부자 Dec 21. 2024

진화의 색다른 관점
'아파야 산다'를 읽고

질병은 퇴치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하며 진화에 도움을 받아야 한다. 

토요일 아침 막내가 무심히 던져 준 한 권의 책 '아파야 산다'를 다 읽었다. 인간이 생존하면서 질병과 함께 진화했다는 설명을 과학적으로 증명해가며 앞으로도 인간은 진화하기 위해서 수많은 질병과 싸워야 하고 이겨내야 한다는 의미다. 결국 질병은 우리에게 퇴치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극복해가며 진화에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존재로 만들어 가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하는 책이다.


이는 비단 질병뿐 아니라 인생을 살면서 우리 삶에 적용해야 할 당연한 이치이기도 하다. 내 인생에 닥칠 불행과 고통을 잘 이겨내서 내가 성장하는 과정의 자양분으로 삼는다면 더 큰 나로 진화할 수 있을 것이란 것을 배웠다. 막내가 무심코 던져준 질문 같은 책을 통해 진정한 진화의 길은 공존이란 것을 깨닫는 소중한 하루였다.

그리고 그 서평으로 일기를 마무리한다.


 이 책의 서평을 쓰기 전에 읽으시려고 하는 분들께 먼저 ‘리처드 도킨스의 이기적 유전자’를 먼저 읽어 보실 것을 추천합니다. 유전자에 대한 심도 있는 이야기를 하는 책입니다. 인간의 몸은 유전자가 생존하기 위해 빌리는 생존 기계라는 말을 과학적으로 풀어가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것이 너무 많아도 문제이고 너무 적어도 문제라는 아주 쉬운 논리를 인체학 적으로 쉽게 설명하는 내용입니다. 이 말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지만 생명체를 유지하기 위해서 우리 몸은 늘 변화하고 진화한다는 것입니다.


저자는 ‘진화란 경이로운 과정이지만 완벽하지는 않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적응이란 일종의 타협이다’라고 말하는 것에 공감을 합니다. 진화란 불로장생의 몸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변화에 보다 더 잘 적응할 수 있는 단계를 높여 생존의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바로 진화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인간이 마치 대단한 진화를 하며 살아온 것 같지만 사실 이 진화라는 측면을 더 깊게 들여다보면 인간은 너무 초라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기생생물들, 식물, 곤충의 진화 과정을 보면 어쩌면 인간은 진화의 맨 위쪽에 자리 잡은 위대한 생명체가 아니라 맨 아래쪽에서 다양한 생명체가 생존을 하기 위한 도구로 쓰인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은 것은 ‘공존’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인간이 우월하다는 자만에 사로잡혀 오로지 인간만 살아남기 위해서 다른 생명체들을 제거할 방법을 찾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영역인데 인간의 이기적인 유전자로 인해 그것을 망각하고 있는 것에 대한 메시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저자가 책 속에서 일관되게 주장하는 한 가지는 바로 유전자의 다변화의 가능성입니다. 하나를 바꾸면 다른 하나가 다시 변화하게 되어 다른 유전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함부로 유전자에 영향을 인위적으로 주는 것은 위험하다는 말입니다. 이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나비효과’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얼마 전 본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오펜하이머’가 떠올랐습니다. 핵을 개발했던 이유는 인간의 생존을 돕고자 하는 순수한 마음에서 시작되었지만 결국 이 새로운 무기의 개발은 인간을 죽이는 가장 무서운 무기가 되었다는 사실을 되돌아보면서 인간의 욕심에 의해 함부로 튀는 유전자에 바이러스를 투입해 돌연변이를 만들기 시작한다면 아마도 지구상에 우리가 생각할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이 닥칠 수도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면 학문에 관한 많은 혼란이 온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천주교 신자인 내가 신의 존재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인간의 생명을 연장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맞는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말라리아, 당뇨병에 대한 의학을 배웠고 모든 생명체들이 생존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유전학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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