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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부자 Dec 24. 2024

<일상>24.12.23 월요일의 생각

우리는 모순 속에서 모순을 초월하려는 노력은 인간만의 능력이다.

명상, 목표 읽고 쓰기, 공감 및 댓글 달기, 일기 쓰기, 오늘도 정상 루틴대로 하루를 시작했다. 모자가 출근과 등교를 마치고 다시 내 시간이 돌아왔다. 12월부터는 매일 나에게 같은 일상이지만 주말에는 와이프를 위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어 루틴에서 벗어나는 일상으로 지내다 보니 살짝 흔들리는 마음이 생긴다. 좀 더 잘까, 숙취도 있는데 명상은 내일 할까, 독서는 하루 쉴까, 피곤한데 운동은 오늘하루 더 쉬어야겠다….등등등 나와의 싸움을 시작해야 했다. 


우리 뇌가 행동을 습관으로 인식하기까지 21일 동안 매일 꾸준히 하면 다음부터는 기억으로 자리잡고 습관처럼 하게 된다고 하는데 난 오늘이 23일인데 아직 내 뇌는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이렇게 나와의 싸움을 아침부터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면…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어쩌면 습관이 되었다고 느낄 수 있는 것은 싸움에서 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주말을 제외하고 나머지 모든 하루는 결국 이겨내고 루틴을 완성했으니까, 그래서 역시 오늘도 새로운 책을 펼쳤다. 오랜만에 다시 소설을 한권 읽기 시작했다. 


블로그 이웃님의 추천으로 오늘 '모순'의 첫 장을 넘겼다. 그리고 마지막 장도 결국 오늘 넘겼다. 첫 장부터 끝까지 단 한순간도 손을 놓게 할 수 없는 이야기였다. 흥미진진하거나, 머리를 쾅 때리거나, 심장이 멈추는 쫄깃함 같은 이유가 아니었다. 그냥 재미있고 궁금했다. 작가의 필력이, 주인공의 일상이, 다음 나올 황홀한 문장들이 그냥 궁금했다. 그래서 책을 손에서 놓을 수가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다.


소설이라는 그것도 연애 소설이라는 장르로 알고 읽었던 책 '모순' 에서 나는 인간 경험과 사유의 복잡성에 대한 부문을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모순'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그것이 인간의 사고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깨닫는 과정은 철학적 탐구의 전형적인 여정을 보게 되었다. 우리는 행복과 불행, 삶과 죽음 같은 대조적인 개념들이 단순히 양립할 수 없는 두 가지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얽히고설킨 관계 속에서 의미를 형성한다는 점을 느끼게 되었다.


모순이라는 착각의 늪에 빠지는 것은 인간이 자신의 선택과 감정을 정당화하거나 해석하려는 노력의 일환이 아닐까. 그러나 이 과정은 필연적으로 복잡한 내적 갈등과 충돌을 초래한다. 선택한 것이 항상 진실이길 바라는 마음과 선택하지 않은 것을 거짓으로 치부하려는 마음은, 우리 사고가 진실과 거짓이라는 이분법에 의존할 때 자연스럽게 나타나는 현상일지도 모른다.


흥미로운 점은, 이런 모순들이 사실상 인간 사고의 부산물이라는 것이다. 우리가 그것을 문제로 인식하고 풀고자 하는 시도 자체가, 생각의 틀 안에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다시 모순으로 돌아간다. 결국, 이러한 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생각 자체를 관찰하거나 넘어서려는 태도가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면, 이것은 철학과 명상, 혹은 마음챙김 등의 방법론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지점이기도 한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 책이 지닌 매력은 바로 이런 복잡하고 아이러니한 사고의 흐름을 독자에게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모순을 모순으로 바라보고, 그 자체를 수용하면서도 나아가려는 여정을 탐구하게 만드는 것이, 단순한 텍스트 이상의 감동을 주는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모순 속에서 모순을 초월하려는 노력은 인간만이 가능한 독특한 여정이 아닐까.... 


그렇게 독서를 할까 말까 망설이던 내 모습과는 달리 난 4시간의 몰입을 경험하고 결국 책을 다 읽었다. 역시 눈을 감고 생각을 했다. 한편의 시 같은 문장들, 그리고 마지막에 나를 쓴 웃음 짓게 하는 반전이 있는 짧은 드라마를 한편 본 듯한 느낌이었다. 작가라는 직업의 신비함이 저절로 생기는 책이었다.


운동을 하고 주말에 하지 못한 청소를 시작했다. 반려묘와 함께 살면서 가장 신경을 쓰는 것은 이 녀석의 날리는 털이다. 하루라도 청소를 하지 않으면 온 바닥에 고양이 털로 가득할 정도로 털이 날린다. 내 성격이 완전 깔끔한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틀간 청소하지 않은 거실바닥에 오전에 해가 비추면 햇살위로 자신이 마치 무슨 새의 깃털 인 것 마냥 떠다니며 아래 위로 날아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 후 청소를 시작했다. 마지막 걸레질을 하려고 베란다에 나갔는데 와이프가 잘 키우고 있는 아니 잘 키우고 있었던 이라고 해야 하는 화분들이 보였다. 율마와 다육이. 율마는 물을 많이 먹는 식물이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번은 물을 줘야 한다. 그러나 반대로 다육이는 물을 많이 주는 식물이 아니기 때문에 한 달에 두 번 정도 아주 조금씩만 주는 식물이다. 


와이프가 출근을 하고 나서부터 이 녀석들에게 잘 신경을 쓰지 못한다. 결국 집안일을 맡아 하기로 한 내 책임으로 넘어온 것이다. 이 녀석들도 생명인데 다시 잘 키워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어 일단 율마에 물을 흠뻑 주었다. 그리고 다육이의 건강상태를 살폈다. 평소에는 주름이 자글자글한 모습으로 있다가 물을 조금 주면 통통하게 자기 잎을 마치 성형이라도 한 것처럼 모든 주름을 없애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녀석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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