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새로운 시작을 위한 본격적인 독서 루틴을 만들기 위한 스타트!
언제까지 카운터를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일단 당분간은 나 자신에 대한 의지를 다지는 의미에서 해보기로 했다. 오늘은 약속이 없다. 현재로서 내가 계획한 가장 큰 목표는 오전 12시까지는 독서에 집중하는 것이다. 6시부터 시작해서 와이프 출근, 막내의 등교를 챙기는 1시간 정도를 제외하면 5시간 독서를 하는 것이다. 이제는 책 읽는 것도 어느 정도 습관이 돼서 2시간 정도는 무리 없이 읽는 수준까지 왔지만 아직 5시간을 연속으로 책을 읽는데 투자한 적은 없기 때문에 긴장이 좀 되는 것도 사실이다.
얼마 전 딸이 퇴직 기념이라고 나에게 용기와 격려가 담긴 책 두 권을 선물했다. 시크하게 앞좌석에 배달된 두 권을 던지듯 하고 돌아가는 딸의 뒷모습이 대견함을 넘어 나보다 더 어른스럽게 보였다. 집에 와서 확인해 보니 에세이 한 권과 장편소설 한 권이 곱게 포장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중 한 권을 오늘 읽기 시작했다.
제목은 ‘모든 삶은 흐른다.’이며 프랑스 철학자의 책이다. 삶을 바다에 비유하고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기 성찰이 필요한 시점, 무언가 인생에 중심을 찾고 싶을 때 도움이 되는 자기 개발서였다. 많은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한 것 같았다. 다시 한번 딸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하며 내 마음이 딸의 가슴에 전달되기를 바랐다.
5시간의 독서가 쉬운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포기하지 않고 읽어 내려갔고 정확히 시간을 맞춘 것은 아니지만 12시에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고 책을 덮었다. 정말 철학자들의 생각은 경이로울 정도로 신선하고 충격적인 것 같다. 아니 생각보다는 그들의 바라보는 시선은 놀라울 정도였다.
정말 자주 가서 보던 그냥 평범한 바다의 풍경을 보며 어떻게 이런 생각들을 할 수 있을까? 또한 망망대해에 위에 솟아 있는 섬 하나, 작은 배 하나, 밀물과 썰물을 보며 우리의 삶이 너무도 같다는 것을 설명하는 표현력과 상상력은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것은 저자가 말하는 모든 것에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구 논문이나 실험 등을 바탕으로 적은 책이 아니라 자신이 본 것에 대한 감정을 철학적으로 해석해서 읽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준다는 것이 정말 쉽지 않다는 것을 요즘 내가 썼 던 일기를 다시 보면서도 매번 느끼며 반성하고 있는데 저자가 말하는 바다가 바로 삶이라는 것에 반론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에 더욱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일단 독서후기는 오후에 작성하기로 하고 계획된 루틴대로 옷을 갈아입고 실내 자전거 위에서 페달을 밟았다. 뜨거워진 몸과 열린 땀구멍 사이로 쏟아지는 땀방울에 쾌감을 느끼며 40분간의 운동을 마치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청소를 시작했다. 청소기를 돌리고 물걸레질을 하고 간단한 정리를 하고 나서 시계를 보니 두 시를 가리키고 있었다.
아주 정확한 계획한 대로 시간이 흘러가고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느꼈다. 이제 시작인데 너무 과하지도 그렇다고 빈둥대지도 않는 시간 계획을 짠 나 스스로가 대견했다. 간단한 점심으로 계란 두 개, 토마토 주스를 마시고 책상에 앉아 후기를 작성했다. 포스트잇을 붙이고 형광펜으로 밑줄 그은 부분을 다시 한번 보며 내 생각을 정리하다 보면 처음 읽었을 때와는 다른 감정과 느낌이 드는 시간이고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글을 쓴다는 마음으로 한 문장씩 적어 내려가다 보면 은근히 시간이 많이 들어가는 작업이다.
그러나 이런 행위들이 내가 꿈꾸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하고 절대로 소홀히 하면 안 된다는 것을 늘 마음속에 다짐을 해야 한다. 조금이라도 귀찮거나 힘들다는 생각이 들면 그것은 포기로 가는 문턱에 서 있게 되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다행히도 아직까지 후기를 작성하는 시간이 재미있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좋아할까 하는 생각을 하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흘러가는 줄 모른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