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03.특별할 것 없는 하루가
내겐 회복의 증거였다

편도암으로 인한 항암과 방사선 치료 후 퇴원 14일차의 기록

by 마부자

지난밤에도 불면은 여전했다. 새벽 어스름에 눈을 떠 몸을 일으키고 짧은 명상으로 마음을 가다듬었다.


창을 열어 서재로 스며든 차가운 새벽공기를 깊이 들이마신 후 책장을 펼쳤다. 단 몇 장을 읽었을 뿐인데 그 시간이 내 하루를 정돈해주는 의식처럼 느껴졌다.


늘 그렇듯 아내와 막내를 배웅하며 하루가 시작되었다. 특별한 일은 없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편안했다.


햇살은 여전히 날카로웠지만 바람이 제법 불어주어 굳이 에어컨을 켜지 않고도 하루를 보낼 수 있었다. 계절이 조금씩 변하고 있다는 걸 내 몸도, 마음도 느끼는 듯했다.


이번 주부터 새로 정한 운동 루틴도 놓치지 않았다. 아주 간단한 동작이지만 내 몸은 조금씩 그 리듬을 기억해가고 있다.


땀이 맺히고 근육이 미세하게 반응할 때마다 나는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고 있음을 확인한다.


병을 마주하며 잃어버린 것들을 세던 시간은 길었지만 이렇게 다시 작은 루틴을 쌓아 올리며 되찾아가는 하루하루는 그보다 훨씬 단단하다.


평범하다는 말 속에 얼마나 큰 위안이 숨어 있는지를 이제는 안다.


오늘도 특별할 것 없는 하루였지만 바로 그 평범함이 내겐 회복의 증거였다. 그래서 오늘은 감사한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