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15.작은 일들이 쌓여 하나의
하루가 된다.

편도암으로 인한 항암과 방사선 치료 후 퇴원 25일차의 기록

by 마부자

다행히도 불면의 밤은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언제 그랬냐는 듯이 입면장애는 사라졌고, 단지 새벽에 두 번 깨는 것이외에는 깊은 잠을 잘 수 있게 되었다.


하루를 마무리하며 일기를 쓰려고 서재에 앉아 오늘 하루를 뒤돌아보는 시간을 가진다. 그러나 오늘 하루는 참 조용하게 흘러갔다.


특별히 기억할 만한 사건도 누군가에게 들려줄 만큼의 큰 일도 없었다. 하지만 이젠 그런 날도 내 겐 더 소중하다.


치료와 병원 생활을 겪은 뒤로는 아무 일 없는 하루야 말로 가장 큰 선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 스스로가 알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은 늘 그렇듯 간단히 식사를 하고 아내와 막내를 배웅하면서 시작되었다. 창문을 열자 바람이 한층 선선해졌다.


계절이 분명 조금씩 바뀌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 내 몸도 서서히 회복의 길 위에 있다는 확신이 다시금 든다.


점심 무렵엔 책상에 앉아 책장을 넘겼다. 습관의 힘에 관련된 새로운 책을 읽으며 글자들이 머리에 잘 들어오지 않는 순간도 있었지만 괜찮다며 나를 다독였다.


짧게 라도 읽고 잠시라도 생각을 붙잡는 일 자체가 회복의 훈련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운동 루틴도 빼먹지 않았다.


지난주 보다 자전거 페달을 밟는 시간을 5분 더 늘렸고, 스쿼트와 웨이트의 개수도 한 개씩 늘렸고, 이번주부터 복근운동을 시작했다.


조금씩이나마 운동량을 늘릴 수 있다는 사실이 내 겐 소소하지만 분명한 성취였다.


저녁 무렵 아내와 함께 마주 앉아 오늘 하루 별일 없었다는 말을 나누며 웃었다. 예전 같으면 지루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평범한 대화였지만 지금은 그 평범이 곧 안도이고 감사다.


이렇듯 작은 일들이 쌓여 하나의 하루가 된다. 그리고 그 하루들이 이어져 결국 나의 삶을 다시 일상으로 이끌 것이다.


오늘도 무탈하게 지나간 하루에 고개 숙여 감사하며 잠자리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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