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24.바닥난 체력은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편도암으로 인한 항암과 방사선 치료 후 퇴원 33일차의 기록

by 마부자

어제 오후 의도치 않게 베란다에 있던 화분 20여개를 한꺼번에 들고 내려놓았던 일이 내 몸을 이렇게 괴롭힐 줄은 몰랐다.


허리와 어깨, 온몸이 욱신거려 밤새 뒤척였고 깊은 잠은 끝내 오지 않았다. 무심히 해낸 행동이었지만 지금의 내 체력은 그때와 같지 않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어둠이 내려앉은 새벽, 침대에서 일어나 책상에 앉았다. 잠을 대신해 짧은 명상을 하고 책을 펼쳤다. 독립운동가들의 기록이 담긴 책의 전편이었다.


나라조차 자신들을 지켜주지 못하던 시대에 그들은 왜 목숨까지 내놓을 수 있었을까. 그 물음 앞에서 나 또한 내 삶의 의미를 다시 되묻게 되었다.


그런 물음을 담아 내 지나간 삶을 잠시 뒤돌아보게 되었다. 늘 타인의 질문에 답을 찾으려고 했던 나를 보게 되었고, 그 순간 나는 ‘질문’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바닥난 체력은 하루 종일 나를 무기력하게 만들었다. 앉았다 일어나는 순간에도 키보드를 두드리는 순간에도 통증이 밀려왔다.


그제야 나는 뼈저리게 깨달았다. 나는 아직 환자라는 사실을. 단지 조금 더 나아졌을 뿐 예전의 일상으로 성급히 돌아갈 수는 없다는 것을.


이런 깨달음이 들 때마다 스스로를 책망한다. 알면서도 무리했다는 생각에 바보 같은 짓을 했다는 질책이 쏟아진다.


하지만 동시에 이제는 조금 더 나를 용서해야 한다는 생각도 든다. 질책보다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지켜내는 일. 환자로서의 나를 인정하고 회복의 시간을 받아들이는 일.


오늘의 아픔은 결국 내게 또 하나의 경고였다. 더디더라도 무리하지 말고 한 걸음씩 다시 걷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것.


아직은 멀었지만 나는 충분히 잘 치유되고 있는 것이다. 무기력한 체력으로 인해 활동적인 시간은 갖지 못했지만 덕분에 독서를 하는 시간을 더 오래 붙들 수 있었다.


책장을 넘기다 꾸벅꾸벅 졸음을 참지 못한 순간조차 결국은 치유의 한 과정이었다. 그렇게 하루종일 독서와 짧은 잠으로 이어진 오늘 하루였다.


이 또한 잘 이겨낸 하루였다고 조용히 스스로를 다독이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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