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겨울을 위해 우리집 연탄 창고에 새연탄이 채워졌다.
금주 10일째, 오늘도 어김없이 내 아침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했다. 명상으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목표를 다시 읽고 쓰며 다짐을 되새겼다. 그리고 누군가의 이야기에 공감하며 댓글을 남기는 작은 실천까지. 이 모든 것이 나의 아침을 채우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창밖을 바라보니, 어제보다 더 강력한 한파가 예상된다는 소식이 떠올랐다. 새벽의 바깥공기는 어제와 다름없이 매서웠고, 어딘가 조금 더 날카롭게 느껴졌다. 하지만 그 차가운 공기를 바라보며, 나는 그 속에서 오히려 작은 단단함을 느꼈다.
한파 속에서도 꾸준히 이어지는 내 루틴은 마치 내 마음을 덮는 따뜻한 이불 같았다. 이 작은 실천들이 쌓여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 금주 10일째라는 시간도 마찬가지였다. 단순히 술을 끊는 것을 넘어, 나를 더 온 더 온전한 방향으로 이끄는 길이라는 걸 알기에 나는 이 시간들을 더 소중히 여겼다.
추위가 몰려오는 것과는 반대로, 새벽의 하늘은 어둠을 조금씩 벗어던지는 듯했다. 아파트 너머 저 멀리 산 위로 약간 붉은 빛이 떠오르는 느낌이 들기 시작했다. 붉은 기운이 희미하게 번지는 하늘을 보며 창가에 섰다. 차가운 새벽 공기가 느껴지던 순간, 문득 아파트 사이에서 검은 물체 하나가 주차장 위를 빠르게 배회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처음에는 웬 까마귀인가 싶었다. 이 도심 한가운데서, 그것도 한파가 몰아치는 새벽에 저렇게 빠르게 날아다니는 새가 있다니. 하지만 뭔가 어딘가 이상했다. 움직임이 너무 들쭉날쭉했고, 마치 바람에 휘말린 듯 위아래, 좌우로 불규칙하게 움직였다.
자세히 보니 그것은 새가 아니었다. 그것은 커다란 검정색 비닐봉지였다. 바람에 휩쓸린 비닐봉지는 마치 생명을 얻은 듯 한파 속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비닐봉지가 주차장 위로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모습은 창밖의 바람이 얼마나 거센지를 체감하지 않아도 알 수 있게 해주었다.
붉은 새벽빛과 춤추는 비닐봉지를 번갈아 바라보며, 나는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 찬란하게 떠오르는 아침과 혼란스레 날아다니는 비닐봉지. 대조적인 두 장면이 한 공간 속에 공존하며, 나에게 어딘가 모를 메시지를 전하는 듯했다.
이 새벽은 그야말로 이중적이었다. 차갑고 혼란스러운 한파 속에서도, 하늘은 여전히 빛을 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나는 이 순간을 나만의 해석으로 새기며, 또 하나의 하루를 시작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부터 바람이 너무 많이 불었다. 그 매서운 바람을 맞으며 출근할 아내를 떠올리니, 아무렇지 않게 넘길 수가 없었다. 나는 자연스레 차를 몰고 그녀의 출근길에 나섰다. 픽업을 하면서도 어쩌면 작은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그녀가 고마워해 줄지도 모른다는 기대.
생각지도 못했는데 아내는 차에 타자마자 고맙다며 밝게 웃었다. "어제 저녁에 이어 오늘 아침 서비스도 최고야. 신랑 진짜 최고다!" 그녀의 말 한마디는 차가운 바람마저 녹이는 따뜻한 에너지가 되어 내게 돌아왔다.
나는 행복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했다. 어쩌면 이 기분을 느끼고 싶어서 일부러 그녀를 데려다 주러 갔던 것일지도 모른다. 그녀의 미소와 칭찬이 만들어주는 이 따뜻한 순간이 나에게는 얼마나 소중한가를 새삼 깨 달았다.
그 생각 마저도 또 하나의 행복이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작은 노력을 하고, 그 노력이 바로 돌아오는 감사와 미소로 보답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 기적 같은 일이었다.
어제 저녁, 18년 만에 감동적인 만남을 가진 책 "내 인생의 무지개 원리". 다시금 그 책의 밑줄 그은 부분과 플래그를 붙여둔 페이지를 정독하며 서평을 작성했다. 책을 읽으며 떠오르는 생각들이 너무 많아, 페이지마다 얹어진 나의 흔적들이 마치 그 당시의 나와 대화를 나누는 것 같았다.
이 책은 내가 인생에서 붙잡아야 할 원칙들을 명료하게 정리해줬다. 단순히 원리를 제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것이 내 삶의 어느 순간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깨닫게 해주는 과정이 깊은 감동을 주었다. 18년 전 이 책을 읽었을 때와 지금, 나의 인생과 마주하는 태도가 얼마나 변했는지, 그리고 여전히 변하지 않은 핵심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되었다.
할 말이 너무 많았다. 내 삶과 맞닿은 부분, 그리고 앞으로의 나를 이끌어줄 방향에 대한 깨달음들이 줄줄이 떠올랐지만, 아쉬움도 있었다. 책 한 권 분량의 모든 감동을 일기에 다 담아낼 수 없었다는 것.
서평을 쓰고, 유튜브 영상을 만들고, 집 정리를 마친 후 간단한 웨이트로 오전을 마무리했다. 오랜만에 느껴본 운동의 여운이 가슴과 어깨에 남아 있었다. 한동안 어깨 통증으로 미뤄왔던 팔굽혀펴기를 이번 주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첫날인 월요일에는 불과 한 달 전에 10분에 150개를 거뜬히 해내던 내가 고작 50개도 간신히 마쳤다.
그리고 화요일 아침, 밀려오는 근육통은 나를 완전히 압도했다. 가슴과 어깨가 무겁게 아파왔고, 순간적으로 하루를 쉴까 고민도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운동을 멈추지 않기로 했다. 조금씩이라도 다시 해내며 나를 되찾아야 한다는 생각이었다.
결국 꾸준히 움직인 덕분에 오늘은 10분에 80개까지 다시 올라왔다. 여전히 예전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근육이 내 몸의 루틴을 기억하고 있다는 신비로움을 다시 한 번 느꼈다. 나의 노력과 의지가 근육 속 어딘가에 새겨져 있다는 사실이 나를 한결 가볍게 만들었다.
한때 10분에 200개를 목표로 삼았던 나의 욕심이 떠올랐다. 그때는 무리 없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지만, 나이를 고려하지 않았던 지나친 자신감이었던 것 같다. 이제는 10분에 150개라는 현실적이고 꾸준히 유지할 수 있는 목표로 루틴을 변경했다.
오늘의 뻐근한 근육통 속에서도, 나는 내 몸이 다시 살아나는 과정을 느꼈다. 내 속에 잠들어 있던 루틴이 깨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나를 다시 앞으로 나아가게 했다. 이제는 무리하지 않고도 꾸준히, 오래도록 이 몸을 지켜가는 법을 배워야겠다는 다짐을 마음 깊이 새겼다.
오후에 새로 신청한 책이 도착했다. 설레는 마음으로 상자를 열어보니, 세계문학전집 두 권, 역사 한 권, 에세이 한 권, 그리고 사회정치 분야 한 권이 차곡차곡 담겨 있었다. 그 책들의 첫인상은 어쩐지 묵직하면서도 포근했다.
포장을 뜯는 순간, 책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종이 냄새가 방 안을 가득 채웠다. 그 향기를 맡으며 나는 생각했다. "이 겨울, 이 책들이 나를 따뜻하게 감싸줄 거야."
책을 손에 들고 한 장 한 장 넘기며 그 안에 담긴 세계를 상상해보았다. 세계문학전집 속에는 낯선 나라의 이야기들이, 역사책에는 지나간 세월의 흔적들이, 에세이와 사회정치 책에는 지금 이 순간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었다. 이 모든 이야기가 나의 겨울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줄 것 같았다.
문득 옛날 우리 집 창고에 쌓여 있는 연탄이 떠올랐다. 추운 겨울, 그 연탄이 우리 집을 따뜻하게 데워줄 것처럼, 이 책들도 나의 마음과 생각을 따뜻하게 덥혀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겨울의 매서운 바람도 이 책들과 함께 라면 견딜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는 책들을 조심스럽게 책꽂이에 올려두었다. 책장에 새로 자리 잡은 다섯 권의 책들이 마치 새로운 손님처럼 내게 인사를 건네는 것만 같았다.
얼마 전, 웅진코웨이에서 한 통의 문자가 도착했다. 현재 사용 중인 비데와 정수기의 렌탈 기간이 종료된다는 알림이었다. 무심코 넘길 수도 있는 문자였지만, 나는 그 메시지가 나에게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인천에서 이사하며 대구로 가져온 비데와 정수기라면, 벌써 대구에 내려온 지 5년이 되었다는 뜻이었다. 처음 설치했던 날의 기억이 떠올랐다. 새로운 환경에서 새 삶을 시작하며 적응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던 그 시간들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했다. 그런데 어느새 5년이라니.
"인생의 속도는 나이의 속도로 간다"는 말을 떠올렸다. 시속 50km를 넘어 점점 더 빨라지는 시간을 느낄 때면, 삶이 내 앞을 너무 빠르게 스쳐가는 듯해 씁쓸한 기분이 든다. 하루하루는 길게 느껴지지만, 지나고 보면 한 해가, 그리고 5년이 손끝에 스치는 바람처럼 지나가 있었다.
그 짧은 문자가 불러온 감정은 단순한 시간이 아닌, 내 삶의 흔적들을 되돌아보게 했다. 대구로 내려왔던 그때, 나는 어떤 기대와 다짐으로 여기에 왔던가. 그 다짐들은 지금 어디쯤 와 있을까.
나는 마음을 다잡았다.
"시간이 빠르게 흘러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 속도를 핑계로 놓치는 것 없이 살아가자."
렌탈 기간이 끝나는 제품처럼, 나의 시간도 언젠가는 종료를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이 다가오기 전까지, 나는 속도를 느끼면서도 그 안에서 의미를 만들어갈 것이다.
오늘의 문자는 그저 렌탈 종료의 알림이 아니라, 내 삶의 속도와 방향을 점검하라는 작은 신호처럼 느껴졌다. 렌탈 기간이 종료된다는 문자 속에서 삶의 속도와 흐름을 돌아보는 생각을 잠시 했지만, 현실적인 고민도 함께 떠올랐다.
"5년 렌탈이 지나고 나면 소유권을 넘겨주는 계약이었으니, 이제는 렌탈비용 없이 관리비만 내고 쓰면 되겠구나."
이 간단한 계산 속에서 나름의 안도감이 들었다. 그동안 렌탈비로 쌓아온 시간들이 이제는 나에게 실질적인 혜택으로 돌아오는 듯했다.
오늘은 마침 정수기와 비데의 소모품 교체일이었다. 담당 코디가 집으로 방문할 예정이었기에, 나는 궁금했던 점들을 물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소유권 이전은 어떻게 되는지?"
"관리비는 기존과 동일한지, 아니면 다른 방식으로 계산되는지?"
렌탈 기간 동안은 이런저런 문제 없이 쓰기만 하면 되었지만, 소유권이 넘어오면 나도 책임을 가져야 한다는 점에서 조금 더 신중히 생각해보고 싶었다.
오늘 방문한 코디는 평소와 다르게 필터를 교체하며 정수기를 꼼꼼히 청소했다. 그런데 첫마디부터 심상치 않았다.
"이 제품은 이제 부품이 잘 안 나와서 교체가 까다로워요. 이제 이 제품 쓰시는 고객들은 거의 없어서 소모품 구하기도 힘들고..."
마치 들으라는 듯 던지는 말이었다. 비데 필터를 교체할 때도 비슷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이 제품은 처음부터 수압이 약한 제품이라 요즘은 단종됐어요. 같은 렌탈료로 성능 좋은 제품들이 많이 나왔죠."
묻지도 않았는데, 제품의 부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는 그의 태도에 의도가 뻔히 느껴졌다.
모든 교체가 끝난 후, 내가 먼저 물었다.
"우리 렌탈 기간 거의 다 됐죠?"
그러자 코디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어머, 어떻게 아셨어요?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말씀드리려고 했는데요."
이어 나는 진짜 궁금했던 질문을 던졌다.
"그럼 이 정수기랑 비데는 소유권이 저한테 있는 거니까, 앞으로 렌탈료 대신 소모품 교체 비용만 내고 쓰면 더 저렴하겠네요?"
그 순간 코디의 태도는 살짝 바뀌었다.
"음... 그렇기는 한데, 고객님이 렌탈을 연장하시면 재연장 할인도 받아서 새 제품 렌탈료가 더 저렴하실 거 같아요. 그리고 이 제품은 5년이 넘어서 고장 날 확률이 높아졌거든요. 부품 구하기도 어렵고, 수리 비용이 많이 들 수도 있어요."
그의 말은 준비된 대본처럼 매끄럽고 논리적이었다. 나는 더 이상 할 말이 없었다. 속상하고 화가 났지만, 마음속에서는 단 하나의 생각만이 떠올랐다.
"이 바보야! 그걸 질문이라고 했니?"
렌탈 계약 초기, 소유권 이전이 이루어진다는 약속을 듣고도 이제 와서 그 당연한 권리를 재연장이나 새 계약으로 유도당하고 있다는 생각에 스스로가 어리석게 느껴졌다.
"아!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구나."
코디와의 대화가 끝난 후, 나는 스스로에게 실망했다. 왜 5년 전에 이런 생각을 미리 하지 못했을까? 전 직장에서 오랜 기간 AS를 하며 기술을 익히고, 영업팀장 자리까지 올라갔던 베테랑이라고 자부하던 내가, 정작 내 집의 작은 계약 하나에 이렇게 무방비로 대처하다니.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고 치자.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코디에게 던진 질문은 나를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너무나 친절하고 정확하게, 그리고 다정한 말투로 코디는 내가 어떤 반박도 할 수 없게끔 사실을 설명해주었다.
"부품도 구하기 어렵고, 고장 날 확률이 높아지며, 수리 비용도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의 말은 마치 교과서처럼 완벽했고, 나는 그 논리에 꼼짝할 수 없었다.
결국 나는 말했다.
"새걸로 바꾸는 것으로 해서 견적을 보내주세요."
몇 일을 고민했던 우리 집의 비데와 정수기는 이렇게 새 제품으로 교체하기로 가닥이 잡혔다. 씁쓸했지만, 어딘가 묘한 안도감도 함께 밀려왔다. 결국 걱정했던 모든 고민과 예상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걱정은 하등 쓸모없는 것이다."
이 단순한 교훈이 다시 한번 마음속에 새겨졌다. 그동안 불필요한 걱정으로 시간을 낭비한 스스로를 되돌아보며, 나는 한 가지를 다짐했다. 다음에는 이런 고민을 미리 예측하고 준비하자. 그리고 걱정 대신 더 나은 선택을 위한 실행으로 나아가자.
이 씁쓸한 결말조차 나에게는 작은 배움의 시간이 되었다. 때로는 "어쩔 수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는 것도 삶의 일부라는 것을, 그리고 걱정보다는 실행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든다는 것을 깨닫는 하루였다.
포항으로 여행을 갔던 막내가 오후 세 시쯤 집에 들어왔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그의 모습은 한눈에 봐도 피곤이 겹겹이 쌓인 얼굴이었다. 밤을 샜거나 제대로 쉬지 못한 것 같았다.
"잘 다녀왔어요?"
포옹을 하며 그에게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 아빠의 직감이 발동했다. 은근히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술을 마신 흔적은 없는 것 같았다. "느낌 같은 느낌" 으로는 그래 보였다.
막내는 피곤하다며 바로 방으로 들어가겠다고 했다. 나는 더 묻지 않았다. 여행 후에 남는 것이 추억과 피곤함이라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피곤한 몸으로 집에 돌아오면서도 머릿속 어딘가 에는 여행 중 웃었던 순간들, 낯선 풍경 속에서 느꼈던 설렘이 남아 있을 것이다.
마음속으로 그렇게 말하며 문득 떠올렸다. 나도 한때는 여행에서 돌아오며 남은 피곤함 마저도 즐겁게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추억과 피곤함, 두 가지 모두를 안고 돌아오는 것이야 말로 여행이 주는 선물 아니겠는가.
막내가 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그가 이번 여행에서 무엇을 느꼈을 지, 어떤 추억을 안고 돌아왔을 지 궁금했지만, 피곤함이 먼저인 지금은 그저 쉼을 응원하기로 했다.
퇴근 시간이 가까워질 무렵, 아내에게서 톡이 울렸다.
"여보, 자기야, 뭐해? 바빠?"
평소라면 잘 쓰지도 않는 단어들이 하트 이모티콘과 함께 날아왔다.
이쯤 되면 직감적으로 알 수 있었다.
"지금 밖은 바람이 많이 불고 한파주의보야. 내 근길에 기사가 필요하니, 지금 당장 차를 끌고 회사 앞으로 와줘."
긴 문장을 압축해서 사랑스러운 말투로 표현한 것이었다.
만약 내가 이 점을 제대로 캐치하지 못하고 "왜?"라는 답장을 보냈다면,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의 행복했던 순간들은 눈 녹듯 사라지고, 그 자리를 눈을 녹인 분노의 불꽃이 데울 것이 불 보듯 뻔했다.
나는 현명한 답장을 보냈다.
"내가 지금 회사 앞으로 갈게요~"
그리고 즉각적인 답장이 돌아왔다.
"알랴븅~"
수면바지에 롱패딩만 걸치고 집을 나섰다. 문을 여는 순간, 살이 메워지는 듯한 칼바람이 몰아쳤다. 하지만 나는 웃으며 나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행복한 저녁을 위한 작은 희생쯤은 충분히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아내의 직장 앞에 도착해 그녀를 기다렸다. 차에 탄 그녀는 역시나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함께 집으로 돌아오는 길, 차 안의 공기는 추운 바깥과는 달리 따뜻하고 포근했다.
금주로 인해 불금 같지 않은 불금을 보냈지만, 그것 또한 나쁘지 않았다. 이른 저녁을 함께 먹고, 우리는 각자의 일상을 보내며 차분하게 하루를 마무리했다.
행복이란 때로는 이렇게 작은 순간들 속에 숨어 있다. 추운 날씨 속에서도, 바람을 뚫고 나선 작은 노력과 그것에 대한 따뜻한 반응 속에서 말이다. 오늘의 불금은 그런 소소하지만 분명한 행복으로 채워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