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07.아무것도 하지 않아서 제자리로 돌아온 하루.

by 마부자

다시 찾아온 추위 덕분에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괜찮은 하루가 되었다. 굳이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았고, 아내와 함께 먹고 자고 먹고 자고를 반복하며 정말 오랜만에 휴일다운 휴일을 보냈다.


오늘은 책도 덜 읽었고 글도 거의 쓰지 않았다. 평소라면 스스로에게 조금은 미안해졌을 선택이었지만, 오늘만큼은 그 미안함마저 쉬게 두기로 했다. 하지 않은 일보다 하지 않아도 괜찮았다는 감각이 더 크게 남았다.


어쩌면 이 하루는 어제 막내의 졸업식을 무사히 치러낸 나에게 주어지는 사후 처리 같은 휴식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긴장으로 묶여 있던 끈을 풀어도 된다는 신호처럼, 오늘은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이 조용히 내려온 느낌이었다.


아내와 나란히 앉아 별다른 대화 없이 시간을 흘려보냈다. 무슨 이야기를 하지 않아도 어색하지 않은 사이라는 사실이, 오늘은 유난히 고맙게 느껴졌다. 말이 없으니 생각도 느려졌고, 생각이 느려지니 몸도 자연스럽게 쉬어갔다.


먹고 나면 졸렸고, 자고 일어나면 다시 배가 고팠다. 이 단순한 순환이 이렇게 완벽한 휴식이 될 수 있다는 걸, 우리는 너무 오래 잊고 살았던 것 같기도 하다.

%EC%9D%B8%EA%B0%84%EA%B4%80%EA%B3%84%EB%A1%A0_(176).png?type=w1

특별한 메뉴도 없었고, 특별한 계획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특별한 하루였다.


오늘 하루를 돌아보면 기억에 남을 만한 장면은 딱히 없다. 대신 몸이 가벼워졌고, 마음이 조금 느슨해졌으며, 무엇보다 내일을 앞당겨 생각하지 않아도 괜찮아졌다는 점이 좋았다.


사람은 가끔 아무것도 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제자리를 찾는지도 모르겠다. 오늘의 나는 생산적인 사람이라기보다는, 그냥 잘 쉬는 사람에 더 가까웠고 그 사실이 이상하게도 마음을 편하게 했다.


어제는 아이의 졸업을 보며 울컥했고, 오늘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며 무탈했다. 이렇게 하루 사이에 감정의 밀도가 바뀌는 것도 삶이라면, 오늘은 충분히 잘 흘러간 날이었다고 말해도 될 것 같다.


오늘의 감성일기는 거창한 생각 대신, 쉬어도 괜찮았던 하루에 대한 기록으로 남긴다.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그래서 오히려 많은 것이 제자리로 돌아온 하루였다.







ChatGPT_Image_2026%EB%85%84_2%EC%9B%94_3%EC%9D%BC_%EC%98%A4%ED%9B%84_09_05_55.png?type=w1

오늘도 감사합니다.^^

1. 하루종일 전화기가 조용했습니다. 마치 오늘은 나에게 쉬라는 듯 카톡도 하나 없었습니다. 그래서 쉬었습니다. 그래서 감사했습니다.


2. 막내가 졸업식에서 부상으로 도서상품권 10만원을 받았다고 합니다. 절반 금액을 주고 도서상품권이 생겼습니다. 이번달에도 부담없이 책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3. 어제 마트에서 사온 귤과 오렌지가 굉장히 시어서 잘 못 샀다고 후회했는데, 하루 익히고 오늘 먹었더니 완전히 맛있었습니다. 아내와 정말 싸게 잘샀다고 다시 생각했습니다. 하루의 기다림으로 인해 달아진 음식에 감사합니다.





이전 07화0206.축제 였던 막내의 졸업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