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의 첫째 주를 지나오며 느낀 감정은 생각보다 단순했다. 바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특별히 한가하지도 않았으며, 무엇인가를 성취했다는 뿌듯함보다는 한 주를 무사히 통과했다는 안도감에 더 가까웠다.
이 일주일은 앞으로 나아가기보다는 잠시 속도를 줄이며 지금의 위치를 확인하는 시간처럼 느껴졌다.
이번 주에는 유난히 기다림과 멈춤이 자주 등장했다. 병원에서의 일정 조정, 예상보다 빨라진 검사,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꼈던 허탈함은 단순히 의료 시스템에 대한 감정이 아니라, 내가 세상을 대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조용히 기다리면 오래 걸리고, 목소리를 높이면 일이 빨라지는 현실 앞에서 나는 어떤 태도를 선택하며 살아왔는지, 그리고 그 선택들이 나를 어디로 데려왔는지를 돌아보게 됐다.
몸은 특별히 아프지 않았지만 마음은 여러 번 걸음을 멈췄다. 화가 부메랑처럼 돌아온다는 표현이 괜히 떠오른 게 아니었다.
던질 때는 가벼웠던 감정이 돌아올 때는 예상보다 정확하게, 그리고 아프지 않을 만큼만 맞고 돌아오는 경험을 이번 주에 몇 번이나 반복했다.
그 와중에 막내의 졸업식이 있었다. 전교회장이라는 책임과 고3이라는 무게를 동시에 짊어지고 1년을 건너온 아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부모로서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게 됐다.
잘 키웠다는 자부심보다는, 그 시간을 무사히 함께 건너왔다는 안도의 마음이 더 컸고, 아이보다 먼저 울컥한 나 자신을 보며 이제는 감정을 숨길 이유도 줄어들었음을 느꼈다.
졸업식 이후 이어진 하루는 유난히 조용했다. 먹고 자고, 다시 먹고 자는 반복 속에서 나는 생산적이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지만, 그 비생산성이 오히려 지금의 나에게는 꼭 필요했던 상태라는 걸 알게 됐다.
무엇인가를 하지 않음으로써 비로소 회복되는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이번 주는 여러 번 몸으로 확인했다.
이번 주의 일기들을 돌아보니 공통된 정서는 ‘균형’이었다. 과하지 않으려 애썼고, 부족함을 메우려 서두르지 않았으며, 기쁘거나 불안한 감정 앞에서도 한 발 물러서서 바라보려 했다.
예전 같았으면 어느 한쪽으로 크게 기울었을 상황들을, 이번 주의 나는 비교적 담담하게 통과했다.
아마도 지금의 나는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잠시 숨을 고르며 방향을 점검하는 사람에 더 가까운 상태일 것이다.
그것이 정체인지 준비인지 아직은 알 수 없지만, 적어도 이 일주일을 지나오며 나는 지금의 속도가 나에게 크게 무리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만큼은 분명히 알게 됐다.
2월의 첫째 주는 크고 작은 감정들이 오갔지만, 결국 남은 것은 조용한 회상이었다. 잘 해냈다는 말보다는 여기까지 왔다는 말이 더 어울리는 시간이었다.
오늘의 일기는 그 회상의 끝에 남겨두는 작은 표시처럼 적어둔다. 이번 주도, 무너지지 않고 잘 지나왔다고.
오늘도 감사합니다.
1. 아내와 볼링장에 다녀왔습니다. 오늘 점수가 잘나와 아내의 표정이 좋았습니다. 좋아하는 취미생활을 하며 웃는 모습을 보니 너무 감사했습니다.
2. 책을 출간하신 브런치작가님께서 보내주신 책의 첫장을 넘겼습니다. 부족한 제게 서평을 요청해주시며 과찬의 말을 남겨주신 작가님의 마음에 너무 감사했습니다.
3. 블로그 이웃의 글을 보며 어머니 생각이 났습니다. 그리고 어머니께 전화드렸습니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잘 지내고 계신다는 짧은 인사였지만 그 말이 너무고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