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0.막내의 운전면허 필기점수 72점.

by 마부자

얼마 전 막내가 운전면허를 따고 싶다며 학원에 등록해 달라고 했고 그것도 1종 보통 수동으로 하겠다는 말에, 어느덧 저 녀석이 핸들을 잡을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 먼저 와 닿아 말문이 잠시 막히고 시간이라는 것이 참 성실하게도 흘러왔구나 싶었다.


남자가 기세가 있지 자동이냐는 막내의 말에 웃으며 자율주행차가 다니는 시대에 무슨 스틱이냐고 핀잔을 줬지만, 속으로는 나 역시 별 근거 없는 자존심 하나로 수동을 고집하던 시절이 떠올라 차마 더 말하지는 못했다.


필기시험 날 아침부터 수능보다 더 떨린다며 호들갑을 떠는 막내를 보며 애써 태연한 척했지만, 사실 시험이라는 단어가 주는 긴장감은 나이가 아니라 경험의 기억에서 비롯된다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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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을 마치고 돌아온 막내가 72점으로 간신히 붙었다며 자칫 큰일 날 뻔했다고 웃는 순간, 나는 두 번이나 필기에서 떨어져 수입인지를 다시 사 붙이던 내 모습과 시험장 접수창구 앞을 배회하던 그 시절의 나를 동시에 떠올렸다.


그때의 면허시험장은 지금처럼 깔끔하지도 친절하지도 않았고, 수험표를 들고 줄을 서 있다가 떨어지면 말없이 창구로 가 수입인지를 사서 붙이며 다음 시험 날짜를 묻는 풍경이 이상할 만큼 일상이었다.


특히 수험표 앞뒤로 수입인지가 가득 붙은 사람들을 볼 때면 측은함과 동질감이 동시에 밀려왔고, 저 사람도 나처럼 꼭 붙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겠지 하는 마음에 괜히 고개를 끄덕이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면허를 손에 쥐던 날,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괜히 차 열쇠를 만지작거리며 운전석에 앉았던 순간이 있었고, 오늘 막내의 어설픈 합격 점수를 보며 나는 그때의 기쁨을 다시 한번 조용히 떠올렸다.


막내의 합격 이야기를 다시 떠올리며, 면허 점수의 높고 낮음보다도 두려움을 안고도 시험장 문을 밀고 들어간 그 용기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을 하니 괜히 나까지 함께 한 단계를 넘은 기분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운전면허는 단지 차를 몰 수 있는 자격증이 아니라, 스스로 선택한 길 위에 올라서겠다는 선언이자 그 선택에 따르는 책임을 감당하겠다는 약속에 더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어느덧 그런 선언을 할 나이가 된 막내를 바라보는 내 마음에는 뿌듯함과 함께, 더 이상 이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아는 사람만이 느끼는 서운함이 조용히 섞여 있었다.


막내는 아직 서툴고, 72점이라는 점수도 어쩌면 그 서툼을 그대로 드러내는 숫자일지 모르지만, 나 역시 완벽하지 않은 상태로 운전석에 처음 앉았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그 점수마저도 충분히 괜찮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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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막내가 혼자 운전대를 잡고 아무 말 없이 집을 나설 날이 분명히 올 테고, 그때 나는 지금보다 조금 더 멀찍이서 아이의 등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오늘만큼은 72점짜리 합격증을 들고 괜히 웃음을 숨기지 못하던 그 얼굴을 오래 기억해두고 싶었고, 그렇게 또 하나의 시간이 우리 집을 조용히 통과해 지나갔다는 생각으로 하루를 천천히 접어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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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감사합니다.^^


1. 지난 밤에도 깨지 않고 잘 잤습니다. 개운하게 몸을 일으키는 나에게 감사했습니다.


2. 새벽 서재에서 블벗님이 선물해주신 홍차를 마시며 블벗님의 배려에 감사했습니다.


3. 딸이 회사 직원에게 선물 받았다며 천혜향을 가져왔습니다. 크기도 크고 너무 달아서 선물해준 분께 감사하다는 마음을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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