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은 지난 이틀처럼 꿀잠이 아니었다는 점에서 나는 과학적 결론을 내리게 되었다. 옆의 빈자리 덕분에 깊은 잠을 잤다는 가설은 일단 보류이고, 결국 이틀의 꿀잠은 단순히 내 몸이 피곤했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는 다소 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했다.
밤새 몇 번이나 뒤척이다가 결국 어둠이 걷히는 시간을 맞이했고, 오랜만에 해가 떠오르는 창가를 바라보며 짧은 명상을 했다.
‘협상’이라는 단어에 대한 생각을 글로 적고 나서 습관처럼 TV를 켰더니 이탈리아에서 열리고 있는 동계올림픽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지난 새벽 열린 스노보드 최가온 선수의 하이라이트 장면이 비치고 있었다. 그러나 좌측 상단에 금메달이라는 글자가 보이지 않아 순간 ‘아, 메달은 아닌가 보다’ 하고 단정부터 지어버렸다.
1차 시기에서 내려오다 넘어지고 한참을 일어나지 못하는 모습을 보며 나는 괜히 리모컨을 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저 어린 선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지 상상하다가도 TV를 끄지 못한 채 화면을 응시하고 있었다. 잠시 후 스스로 몸을 일으켜 내려왔지만 눈물을 흘리는 모습에 괜히 내가 다 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어서 세계 랭킹 1위라는 미국의 클로이 킴 선수가 88점을 받는 장면을 보며 ‘역시 세계는 쉽지 않구나’ 하고 혼잣말을 하게 되었다.
2차 시기에서도 다시 넘어지는 모습을 보며 이번은 어렵겠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지만, 이상하게도 리모컨을 내려놓을 수가 없었고, 결과와 상관없이 다시 출발선에 서는 그 모습이 이미 충분히 대단하다는 느낌이 마음에 남아 있었다.
그리고 3차 시기, 단 한 번의 실수도 없이 이어지는 기술을 보며 나도 모르게 몸이 앞으로 기울었고, 점수 90.25가 뜨는 순간 새벽 거실에서 혼자 주먹을 쥐고 있는 나를 발견하며 이 경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실감했다.
이제 마지막은 클로이 킴의 차례였다. 2018년과 2022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2관왕이자 3연패를 노리던 세계 랭킹 1위 선수의 3차 시기였고, 나는 스포츠가 가끔 잔인해질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화면을 외면하지 못했다.
그리고 그 순간, 그녀가 넘어졌다.
잠시 정적이 흐르고 금메달이 확정되었다는 자막이 떠올랐고, 나는 새벽 거실에서 혼자 박수를 치며 어린 선수가 만들어낸 기적 같은 역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올림픽에서 우승한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인간의 상상력을 넘어서는 일인데, 두 번의 실패 후에도 다시 올라서는 그 정신이야말로 진짜 금메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어린 선수가 보여준 태도는 점수보다 더 오래 기억에 남을 장면이 되었다.
그 장면을 보며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이 기록과 순위표에 적히는 숫자가 아니라, 두 번 넘어지고도 다시 출발선에 서는 용기 그 자체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쓰러진 뒤에도 다시 보드를 들고 출발대에 오르는 그 발걸음이야말로 올림픽이라는 무대가 존재하는 이유를 설명해주는 장면처럼 느껴졌다.
우승이 목적이 아니라 도전이 본질이라는 말은 늘 교과서적인 문장처럼 들렸는데, 오늘은 그 문장이 교훈이 아니라 현실로 눈앞에 펼쳐졌다.
어린 선수가 보여준 담담한 태도는 스포츠가 인간을 단단하게 만드는 과정이라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해주었다.
거실에서 혼자 TV를 보며 박수를 치다가 문득 생각했다. 인생 역시 올림픽과 다르지 않아서 두 번쯤 넘어졌다고 해서 경기가 끝나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시기까지 포기하지 않는 사람에게 결국 자신만의 점수가 주어진다는 단순하지만 분명한 진리를 새벽에 다시 배우고 있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선수의 금메달 소식과 함께 이어서 중계에 나오는 디펜딩챔피언 클로이 킴 선수의 모습도 나를 또한 오래 붙잡은 장면이었다.
은메달이 확정된 클로이 킴의 얼굴에는 억울함도 분노도 보이지 않았고, 오히려 환하게 웃으며 최가온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축하를 건네는 모습이 화면에 잡혔는데, 그 장면은 순위보다 훨씬 큰 무언가를 보여주고 있었다.
3연패라는 기록을 눈앞에서 놓친 순간에 보여준 그 태도는 패배가 아니라 품격이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올림픽 정신이라는 것이 메달 색깔이 아니라 승리와 패배를 대하는 자세에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시상식에서 다리를 절뚝이며 올라 눈물을 흘리던 최가온 선수의 모습과, 응원대에서 활짝 웃으며 함께 기뻐하는 클로이 킴의 모습은 승자와 패자를 나누기보다 서로를 완성시켜주는 동료처럼 보였고, 그 장면에서 나는 진짜 승자들의 얼굴을 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 있는 거실에서 드라마같은 스포츠의 현장을 보며, 결국 인생은 넘어지는 횟수가 아니라 다시 일어나는 방식으로 기억된다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결론에 도달했다.
금메달을 딴 최가온 선수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면서도, 메달의 색과 상관없이 그 자리에 선 모든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자신이 준비한 만큼의 경기를 펼칠 수 있기를 바라게 되었다.
세계라는 무대에 서기까지 흘렸을 시간들을 떠올리며 오늘 하루를 조용히 정리했다.
마지막으로 이 사진들은 연합뉴스에서 유튜브에서 가져왔는데 뉴스처럼 딱딱하지 않고 마치 짧은 한편의 다큐멘터리처럼 되어 있어 보기가 좋았습니다. 그래서 공유합니다.
(16) [인터뷰] 스키·스노보드 사상 첫 올림픽 金…'기적' 일군 최가온의 눈물 / 연합뉴스 (Yonhapnews) - YouTube
오늘도 감사합니다.^^
모녀가 사이좋게 여행을 지속하고 있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감사합니다.
혼자 있는 후츄를 보러 딸의 집으로 가는데 날씨가 너무 화창해서 걷기 좋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웃으며 하루를 시작했고, 웃으며 하루를 마무리함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