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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1월 16일 목요일의 교훈

걱정은 모래시계 속의 모래알과 같다.<데일카네기 "자기관리론">

by 마부자 Jan 17.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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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주 16일 째, 오늘도 나는 휴대폰 알람보다 후츄의 울음소리에 먼저 눈을 떴다. 이제는 후츄가 나보다 내 아침 루틴을 더 잘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늘 내 허벅지를 베개 삼아 자는 녀석은, 잠이 덜 깬 쉰 목소리로 나를 깨운다. 


그런 후 잠시 뒤면 5시를 알리는 휴대폰 알람 소리가 뒤늦게 방 안을 울린다. 후츄는 이 모든 것을 계획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행동하고, 나는 그에게 리드당하는 기분으로 아침을 시작한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면 후츄는 제일 먼저 자신의 물그릇을 새것으로 갈아 달라고 눈빛으로 이야기한다. 두 개의 물그릇에 신선한 물을 담아주면, 밤새 얼마나 목이 말랐던 걸까 싶을 만큼 열심히 물을 마신다. 물을 마시는 그의 모습은 무척 진지하면서도 귀엽다. 그 작은 혀로 할짝거리는 소리와 물그릇이 미세하게 흔들리는 소리는 새벽의 고요를 깨우는 첫 번째 소음이다.


거실로 나오면 사료그릇은 어김없이 비어 있다. 사료를 채워주고 나면, 그제야 비로소 나의 명상 시간이 찾아온다. 하지만 이 녀석도 나를 가만히 두지 않는다. 옆에서 냥냥거리며 나를 관찰하다가 곧 사료를 먹기 시작한다. 오도독, 오도독. 사료를 씹는 소리는 고요한 새벽 공기를 가르며 온 방안을 메운다. 


처음에는 그 소리가 명상을 방해한다는 생각에 짜증도 났지만, 이제는 마치 나만의 작은 새벽 의식처럼 느껴진다. 천둥 같은 사료 소리가 멈추고 후츄가 만족한 듯 몸을 돌릴 때, 나는 그제야 온전히 나만의 명상에 집중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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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후츄는 이제 내 루틴에 맞춰 자신의 루틴을 완벽히 조율하고 있는 듯하다. 내가 일어나기 전에 깨우고, 물을 마시고, 사료를 먹는 그의 행동들은 자연스럽게 내 하루를 준비하도록 만들어 준다. 매일 반복되는 이런 작은 일상이 어느새 나의 큰 위안이 되었다.


오늘도 후츄와 함께 시작된 새벽. 그의 부드러운 울음소리와 사료를 씹는 소리, 물을 할짝거리는 장면들이 나의 하루를 리드하며 한 편의 작은 에세이처럼 완성되었다. 후츄가 반겨준 덕분에, 나는 오늘도 무사히 아침 루틴을 마치고 책상에 앉았다. 이 작은 몸짓들이 주는 안도감과 행복은, 어쩌면 하루를 살아가는 가장 소중한 동력일지도 모른다.


어제 생각지도 못한 판타지 같은 로맨스 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를 읽었고, 오늘은 결이 좀 다른 장르의 책을 펼쳤다. 정재민 작가의 “범죄 사회”라는 책이다. 우리 사회, 정치분야의 책으로 우리 사회의 범죄에 대해 경각심을 일깨워 줄 수 있는 책이었다. 판타지 로맨스 소설에서 사회, 정치분야에 관련된 책이라 너무 뜬금없나? 하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한번 생각해보니 충분히 연결되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해가 지는 곳으로”는 제목 답게 끝없이 몰락하는 세계 속에서도 사랑이라는 한 줄기 희망이 존재하지만 그 속에도 다양한 범죄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져 있다는 것이다.


바이러스로 인해 폐허가 된 세상, 그곳에서 벌어지는 성폭행, 약탈, 살인, 폭력. 배경은 허구일지라도, 이런 일들은 여전히 현실과 맞닿아 있다. 소설 속의 행위들이 단순히 픽션으로만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그 모든 범죄가 결국 인간 내면에 잠재된 폭력성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오늘 선택한 책은 어제와는 다른 무게감을 가졌지만, 범죄를 다룬다는 점에서는 두 책이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접근 방식은 사뭇 다르다. 어제의 소설이 개인의 감정과 생존 본능에 초점을 맞췄다면, 오늘의 책은 범죄가 사회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다룬다.


돌이켜보면, 우리는 범죄가 개인의 일탈이나 돌발적인 사건으로만 발생한다고 여기곤 한다. 하지만 그런 단순한 프레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많다. 사람은 상황과 환경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모습으로 변할 수 있다. 


그렇다면, 과연 누구에게나 이런 일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인간은 내면 깊숙이 폭력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것이 언제 어떻게 표출되는가는 수많은 요소들과 얽혀 있다. 범죄는 그렇게 개인과 사회를 동시에 투영하는 거울이 된다.


물론, 범죄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범죄의 속성과 그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것은 중요하다. 사회가 범죄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알고 행동하는 것은 우리 모두의 몫이다. 


요즘 다양한 TV 프로그램에서 프로파일러들이 범죄의 본질과 예방 방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보면,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데 효과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는 글을 읽으며 얻는 통찰이 훨씬 더 깊고 오래 남는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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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 범죄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던질 수 있는 도구다. 우리는 왜 범죄를 저지르게 되는가? 사회는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가? 이 질문들에 대한 답은 단순하지 않다. 그러나 한 권의 책을 읽으며 이런 복잡한 주제를 곱씹다 보면, 우리 사회가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한 단서들을 발견할 수 있다.


범죄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하지만 그것을 더 잘 이해하고, 예방하려는 노력은 우리가 포기할 수 없는 과제다. 어제 읽은 로맨스 소설 속의 아픔조차, 오늘 읽을 책의 한 구절처럼 범죄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뒤흔드는지를 상기시켜준다. 이렇게 책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통해 나를 조금씩 성장하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책을 펼치며, 또 다른 통찰을 기다린다.


총 6개의 장으로 된 책을 오전에 4장까지 읽고 잠시 책을 내려 놓았다. 책 속에서 예를 들은 범죄의 사례가 나올 때는 분노가 끌어올랐고, 피해자들의 입장을 설명할 때는 가슴이 아팠다. 저자는 판사 출신으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범죄에 대한 냉철한 시선으로 접근을 하며 독자들에게 강요하지 않고 차분히 설명한다. 그리고 범죄를 어떤 개인의 문제로 치부하면 안되고 사회적인 시스템의 변경이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펼친 김에 완독을 하려고 했으나 오후에 계획된 일정이 있어 잠시 덮어두고 운동을 시작했다. 이제는 팔굽혀펴기 150개를 할 수 있는 루틴으로 돌아왔다. 앞으로 100일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이 루틴만 유지할 계획이다. 그리고 다시 페달에 발을 올렸다.


오늘의 영상은 데일카네기의 <자기 관리론>에 담긴 “걱정 없애는 방법”에 대한 내용이었다. 정말 우리 인생을 살면서 이 “걱정”하지 않고 사는 법을 “걱정”하며 사는 게 인생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다양한 좋은 말이 나왔지만 오늘 기억에 남는 문장을 정리해 본다. (출처: 하와이 대저택)


“걱정은 모래시계 속의 모래와 같다. 모래가 아래로 떨어지는 좁은 통로에 아무리 많은 모래가 있어도 결국 떨어지는 양은 정해져 있다. 한번에 이 모든 모래를 아래로 보낼 수는 없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 결국 위의 모래는 아래로 다 떨어지게 되어있다. 걱정도 이와 마찬가지다. 아직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걱정하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 어차피 시간이 지나면 걱정은 모래처럼 전부 아래로 떨어져 있을 것이다.”

하와이 대저택


아직 데일카네기의 책을 읽어 보지 못했지만, 수 많은 독서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추천하는 자기계발서 중 한 권이기 때문에 오늘 영상을 보고 반드시 읽겠다는 다짐과 함께 독서 노트에 담아 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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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를 마치고 옷을 갈아입기 전, 나는 체중계 위에 조심스레 올라섰다. 그리고 눈앞에 나타난 숫자, 69.8kg. 순간 놀라움과 기쁨이 동시에 밀려왔다. 드디어 60kg대에 진입 했다니! 물론 곧바로 계란 두 알과 두유를 먹고 나면 다시 71kg로 돌아가겠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 작은 변화가 너무나 소중하게 느껴졌다. 


이 숫자를 마지막으로 본 것이 언제였을까. 아무리 기억을 더듬어도 떠오르지 않을 만큼 오래된 일이었다.


지난해 8월, 체중계에 찍힌 81kg이라는 숫자는 나에게 경각심을 일깨웠다. “이건 아니다.” 그때의 내 다짐은 단순했지만 강렬했다. 그렇게 시작된 체중 감량 여정은 처음에는 순조로웠다. 하루 한 끼 식사를 유지하며 운동을 병행한 덕분에 70kg 중반까지는 금세 감량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이후로 숫자는 요지부동, 70kg 초반에서 멈춰버렸다. 나는 그 이유가 무엇인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바로, 술이었다.


당시 술을 끊는다는 것은 나에게 불가능처럼 보였다. 그래서 술을 포기하기보다는 식단과 운동으로 균형을 맞추려 했다. 하지만 저녁마다 마시는 술과 그에 따라오는 안주는, 내가 하루 종일 쌓아 올린 노력을 단숨에 무너뜨렸다. 체중은 마치 도돌이표처럼 같은 숫자만을 반복했고, 나는 점점 목표에 대한 욕심을 내려놓기 시작했다. “지금의 상태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괜찮아.” 그렇게 나 자신을 설득하며 안주하려 했던 순간들.


하지만 금주를 결심한 지 16일, 체중계 위의 숫자는 나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비로소 내가 무언가를 변화시키고 있다는 증거를 눈으로 확인한 것이다. 단순히 숫자의 변화가 아니라, 나의 태도와 삶의 방식이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는 것을 체감했다. 내가 술이라는 습관을 이겨내고 있다는 사실이 무엇보다 큰 성취로 느껴졌다.


올해의 최종 목표는 65kg이다. 단순히 체중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술로 인해 쌓였던 가벼운 지방을 없애고, 대신 무거운 근육으로 내 몸을 채워가는 것이다. 물론 쉽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여정을 통해 나는 깨달았다. 작은 변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소중히 여길 때, 더 큰 목표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는 것을.


나는 할 수 있다. 그리고 반드시 해낼 것이다. 체중계 위의 숫자는 단순한 수치가 아니다. 그것은 내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고,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음을 증명하는 작은 승리다. 오늘도 나는 이 작은 승리를 기념하며, 또 한 걸음 더 나아가기로 다짐한다.


상쾌한 기분으로 옷을 차려입고 집을 나섰다. 오랜만에 집 앞 이마트를 찾았다. 한동안 장을 보지 않은 탓에 냉장고는 이미 바닥을 보인 상태였다. 어제 막내가 냉장고 문을 열고는 한마디 던졌다.


“아빠, 우리 집 냉장고 안이 이렇게 컸었네요.”


순간 무슨 소린가 싶어 되물었다.

“무슨 말이니?”


막내가 능청스럽게 대답한다.

“냉장고가 텅 비어서 저 안쪽까지 보여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ㅎㅎㅎ”


그 말에 웃음이 터졌지만, 사실 나도 느끼고 있던 점이었다. 냉장고 속이 텅 비어 보일 때마다 ‘장을 봐야지’ 하고 생각은 했지만, 독서와 운동이라는 루틴에 몰두하다 보니 막상 실천하지 못했던 것이다. 꺼내 먹기만 하고 채우는 일은 깜빡 잊은 채 시간이 흘렀다.


그래서 오늘은 냉장고를 다시 채울 재료를 골라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마트 안을 돌아다니며 물건을 고르다 보면, 꼭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하며 팔 운동을 하게 된다. 장을 보는 행위마저 내 운동 루틴의 일부가 된 듯했다. 하지만 그렇게 카트에 담긴 물건들을 계산대로 가져가면, 언제나 예상보다 높은 금액이 나오는 게 문제다. 오늘도 별로 담은 게 없다고 생각했는데, 계산서에는 월말에 신사임당 두 분이 방문하셔야 가능한 금액이 찍혀 있었다. 여전히 물가가 부담스럽다.


집으로 돌아와 냉장고 속을 다시 좁게 채웠다. 각종 재료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며 냉장고가 원래의 모습을 되찾는 것을 보니 마음이 뿌듯했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고등어구이와 김치찌개로 메뉴를 정했다. 목살을 듬뿍 넣어 얼큰하게 끓인 김치찌개와, 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 고등어의 고소한 냄새가 집 안을 채울 때쯤, 식탁은 완성되어 있었다.


막내와 아내가 자리에서 고등어를 맛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아빠, 이거 진짜 맛있어요!”라는 막내의 말에 오늘 하루의 피로가 모두 사라지는 기분이었다.


텅 비었던 냉장고는 어느새 꽉 차고, 식탁 위에는 맛있는 음식이 차려졌다. 웃음소리와 함께 마무리된 저녁 식사는, 늘 그렇듯 단순한 일상 속에서도 가장 따뜻한 순간을 만들어 준다. 냉장고 속의 빈칸은 다시 채워졌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오늘 식탁 위의 웃음과 함께 내 마음도 가득 찼다는 것이다.


이른 저녁을 먹고 아내와 함께 소파에 앉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잠시 TV를 켰다. 그런데 역시나 오늘도 어제와 다를 바 없는 답답한 소식이 흘러나왔다. 한숨이 절로 나왔다. 왜 이 상황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을까. 결정은 커녕 상황만 점점 더 복잡해지고, 대한민국 국민들은 여전히 추위 속에서 갈라진 채 고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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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누구나 국민만 바라보고 나아가겠다고 외쳤다. 그 말이 거짓이 아니길 바랐지만, 지금의 모습은 다르다. 국민을 위한 결정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정말 국민만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스스로에게 묻는 사람이 과연 있는 걸까. 이 상황 속에서도 볼모로 잡힌 것은 힘없는 국민들뿐이다. 



따뜻한 방 안에서 논쟁을 벌이고, 자신들의 입맛에 맞춘 영상과 소식을 내보내는 사람들과 달리, 추위 속에서 갈등을 겪고 고통을 참아내는 건 결국 국민들의 몫이 되고 말았다.


이런 현실을 보니 문득 의료대란이 떠올랐다. 그때도 견뎌낸 건 결국 국민들이었다. 직접적인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으면서도 버티고 또 버텼다. 그때 당시 와이프가 마취 없이 뇌수술을 했던 기억을 떠올리면 아직도 치가 떨릴 정도다. 그런데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누군가가 책임지겠다고 나서지도 않고, 고통은 고스란히 우리에게 남겨져 있다.


하루 종일 좋은 기분으로 보냈던 오늘이지만, 이 한 시간 동안의 뉴스는 내 기분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답답함과 씁쓸함이 교차하며 마음 한구석에 무거운 돌덩이처럼 내려앉았다. 그러나 나는 이 모든 것을 잊지 않기로 했다. 내일은 또 다른 날이고, 이 모든 상황 역시 지나가겠지만, 우리는 이 순간을 역사 속에서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다시는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추운 국민들이 또다시 갈라지고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말이다.


TV를 끄며 다시금 다짐해 본다. 우리는 이 현실을 기억해야만 한다. 추운 밤에도 꿋꿋이 견디는 국민들의 모습을 잊지 않고, 그것을 미래로 가져가야 한다. 이 씁쓸함이 헛되지 않도록, 다음 세대에는 따뜻한 현실을 선물할 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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