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 story
동생이 남기고 간 고양이용품은 꽤 많아서 다양한 것을 보고, 배울 수 있었다.
고양이 샴푸나 털 빗, 치아관리용품, 소파, 텐트, 장난감 등 밖에만 방목해도 잘만 크던 그 시절에 비하면 고양이가 웰빙을 누릴 수 있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꽤나 많은 놀거리를 준비해 두었던데 그중에서 몇 개를 소개해 볼까 한다.
(참고로 사물, 사람에게 나만의 이름을 붙이는 경향이 있어서 상품마다 이름이 있다)
동생은 참 양질의 상품이 많았는데 첫 번째로 '왕의 소파'가 있다. 이 소파는 하늘색에 보온감이 있는 원단으로 만들어져 가을이 시작되면 그들이 애용하기 시작한다. 1 묘용이라 성장기인 앙쥬도 생겼으니 하나 더 사줘야 하는데 같은 상품을 사주겠다는 생각으로 찾다가 포기하고 말았다. (동생이 구매한 매장을 기억 못 했다) 그 결과, 서로 사용하겠다고 옥신각신 하는 모습을 바라봐야 했고, 보다 못해 숨숨집을 각각 만들어 소파를 잊게 해야만 했다.
두 번째로, 고양이용 등긁이가 있다. 사람의 것은 나무로 되어 있는 반면, 이건 플라스틱으로 고양이가 시원함을 느끼고 싶어 사용하면서 가운데는 쥐돌이를 매달아 놓아 가끔 펀치 연습을 하기도 한다. 몽고는 가끔 몸을 긁는 용도로 사용하고, 앙쥬는 자는데 많이 쓴다.
세 번째는 '솜솜볼'로 몽고가 아주 좋아하는 장난감인데 한 개 던져주면 토할 때까지 논다. 고양이용품을 구매하는 사이트에서는 잘 안 주는 상품인데 몽고가 좋아해서 동대문에서 대량 구매했다. 하나 던져주면 놀다가 사라져 버리기 때문에 고양이가 뛸 힘이 있는 한, 수량은 많을수록 좋다. (사라진 것은 이사 갈 때, 냉장고 뒤편, 침대와 옷장 구석 등에서 발견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참고로 우리 집은 냉장고 뒤에서 30개가량 나왔다)
마지막으로 소개할 장난감은 '이글루'가 있다. 1m 반 정도 되는 털 소재의 터널인데 바스락거리는 소재가 들어있어 고양이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좋다.
추워지면 고양이가 많이 찾는 장난감이고 되도록 나오지 않고 잘 때 많이 사용하는 용품이다.
그 외에도, 캣타워(구입할 의향이 있다면 나무로 된 튼튼이를 추천한다. 천 소재의 여름용 상품이 있는데, 성장기 고양이가 있다면 냥이 성장과 함께 캣타워는 사망한다), 쥐돌이(쥐 모양 장난감으로 안에 구슬이 들어있다. 앙쥬가 좋아하지만 던지다 맞을까 봐 단거리용으로 사용한다), 레이저 포인터(몽고가 좋아하나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잡을 수 없어 냥이가 허탈함을 느낀다나?), 낚시(낚싯줄 모양으로 끝에 고양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이 달려있는데, 나는 끝을 솜솜볼로 개조해서 놀아주었다) 등 취향에 맞는 고양이 장난감을 준비해 주는 것도 좋다.
센스 있는 사이트에선 고양이 상품을 구매하면 서비스로 조금씩 보내주었는데 캣닢(고양이 마약이라고 불림)이 동봉되었길래 쿠션으로 만들어 주었더니 잠도 안 자고 껴안고 노는 걸 목격했다. 그래서 캣닢을 넣은 쿠션은 정기적으로 만들어주면 스트레스 해소에 좋은 것 같다. 그리고 정기적으로 만들어줘야 한다. 너무 물고 뜯어서 침범벅이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처음엔 장난감이 이렇게나 필요한가 싶었는데 기분전환으로 잘 놀고 있는 그들을 보면 필요한 도구임엔 틀림없다. 어차피 고양이는 나이가 들면 사람과 마찬가지로 잘 뛰지 않는다. 뛰어놀 때 장난감을 사주지 않더라도 아이디어 상품을 만들어 놀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강아지가 산책을 좋아하는 것처럼 고양이도 놀아주는 시간이 필요한 시절이 있다. 그때가 지나면 내가 놀자고 해도 잘 놀지 않는 나이가 된다. 앞서 말했듯이 고양이를 키운다는 것은 경제력도 필요하지만 꼭 좋은 것이 아니라도 형편에 맞게 해 줄 수 있는 시간과 마음을 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니다.
고양이에게 장난감이란 하루 20시간 이상을 잠들려는 수작에 필요한 도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