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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조신 Oct 23. 2020

나 홀로 전투

M&A story

앙쥬야~ 몽고 자는데 혼자 뭐해?


몽고와 앙쥬의 B컷을 모아서 만화 형식으로 만들며 놀던 기억이 난다. 위의 사진처럼 자연스럽게 찍어도 일상이라 기억에 남지 않는 사진과 내 새끼 한 번 잘 찍어보자고 눌렀던 셔터가 흑역사가 되는 사진을 활용한다.

지금 보면 잊고 싶은 조잡한 내용과 이런 걸 찍나 싶은 사진인데 나름 마음 한 구석에서는 그 유치함까지도 추억이라는 생각으로 포장하여 기억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나와 그들은 유한한 존재라는 생각에서 조금 감상적이 되는 듯하다.


마지막 앙쥬 사진은 하품하는 걸 찍었는데, 결과물을 보고 너무나 놀라서 밤에 사진을 못 봤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 천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는 앙쥬와 사진을 번갈아 보며 이런 생각도 했다.

내가 출근하면 몽고는 가슴의 지퍼를 내리고 덥다며 털옷을 벗고, 담배를 물고 창가로 가는 것이다. 그리고 미성년자가 된 앙쥬는 싱크대(자주 싱크대를 습격하여 음식을 탈취한다)를 열고 먹다 남은 소주를 마신다. 하루 종일 광란의 시간을 보내다가 청각 좋은 몽고는 내가 오는 소리에 맞춰 털옷을 입고 현관에 오롯이 앉아 '나 오늘 하루 종일 너 기다렸어' 표정을 짓는다.

앙쥬는 소주를 제 자리에 넣어두고 자는 척을 한다. (앙쥬는 지금까지도 누가 오건 나와 보는 일이 없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나는 이게 사실일 거라 믿고 살고 있다.


때 탔네~ 때 탔어. 생각하는 게 참 불순하다.

이런 나와 사는 게 힘들어서 저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본다. 

몽고가 얼른 자라며 뒤통수를 치고 간다.

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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