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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조신 Oct 26. 2020

고양이 가루약 먹이기

M&A story

생각해보면 앙쥬의 첫 외출은 우리 집으로 입양 오는 것이었고, 두 번째부터의 외출은 계속 동물병원으로 가는 것이었다. 안타깝게도 그런 기억으로 앙쥬는 이동장에 들어가는 것을 심하게 싫어했고, 혹시라도 들어가서 외출을 하게 되면 이동장 안에서 실례를 하는 일이 반복되었다. 늘 이동장에 담겨 도착하는 곳은 동물 병원인 것을 인지한 후 우리의 외출은 그녀의 세찬 울음, 나의 눈물, 젖은 이동장의 삼박자가 뒤섞인 축축한 기억이 되었다.


아침부터 시작된 소나기는 쉽게 그치질 않아서 기다리는 동안에도 몽고는 화장실에서 새를 날렸고, 진정도 되기 전에 M&A를 이동장에 넣고 동물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혔다. 언제까지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가는 길에 신호등이 없는 횡단보도에 오랫동안 멍하니 서 있으니, 패트롤카가 정지하면서 건널 수 있는 틈을 주었다. 감사의 목례를 하며 건너는데 생각지도 못한 친절에 원인모를 눈물이 났다. 그 눈물은 아무 때나 터지기 시작해서 사람을 난처하게 했고, 마음을 쓸쓸하게 했다.

확실히 고양이의 병치레는 그들을 지치게 함과 동시에 나도 지치게 만들었다. 정서적으로도 약해질 대로 약해져서 무슨 일이 일어나도 희로애락에 대한 반응은 한결같이 사람을 잠잠하게 만들 뿐이었다.


혹시 고양이에게 가루약을 먹여본 적이 있는가?

나는 처음이었다.

약을 먹이기 위해 내가 시도했던 방법은 다양했지만 결과는 서로에 대한 감정만 나빠졌다.


<시도한 방법>                                         <결과>

사료에 섞는다                                  사료를 먹지 않는다

좋아하는 간식 캔에 섞는다      고양이가 간식을 끊었다

그루밍을 잘하는 부분에 바른다  그루밍을 하지 않는다

잇몸에 살짝 비벼보았다             거품을 물고 다 토한다

비타민제에 섞어 보았다     이 비타민은 평생 안 먹는다


둘 다 입에 약이 들어가면 거품을 물고 토했고, 먹는 것도 부실해졌다. 할 수 없이 다시 병원에 가서 약을 먹이려고 조언을 구했으나 의사 선생님 역시 나처럼 M&A를 잡고 약을 먹여볼 뿐, 달리 특별한 방법이 없어보인다.

토하는 그들을 보며 또 세상이 뿌옇게 흐려진다. 앙쥬는 조금이라도 먹으니 집에서 먹이고, 몽고는 하루 한 번 주사를 맞기로 했다. 몽고가 토한 거품으로 얼룩진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나 역시도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해서 현기증만 계속 났다.


고양이 가루약 먹이는 방법을 검색하다 알약 캡슐에 넣어 먹이는 방법을 찾아냈다. 문제는 캡슐도 역시 위와 같은 방법을 사용해도 먹지 않기 때문에 '가루약을 캡슐에 넣어 고양이의 입에 재빨리 넣고 고양이 코에 바람을 훅 불어넣어주면 고양이가 순간적으로 약을 삼킨다'가 그것이었다.

몽고에게 당장 이 방법을 사용해 보았더니 살짝 놀란 눈이 되었지만, 약을 삼켰으며 거품을 물지도 않았다.

물론 토하지도 않았다.

 


이 순간이 내가 폰 노이만을 비롯한 컴퓨터를 만든 사람들에게 감사를 돌리게 된 순간이었다.(안타깝게도 스마트폰의 출시와 도입 시기가 활성화되기 바로 전이라 스마트폰의 스마트한 사용은 생각할 수 없었다)

이 방법을 이제야 알 게 된 나를 비롯해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은 이런 방법을 왜 모르는지 등 수많은 원망과 자책을 동반한 생각을 하다가 다시 기뻐져서 정말 혼자 덩실덩실 춤까지 췄다.


고양이 약 먹이기는 어메이징이다.

아니, 어메 이 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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