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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조신 Oct 26. 2020

감자와 맛동산

M&A story

고양이를 키워보거나 고양이 정보에 관심이 있다면 '감자와 맛동산'이 고양이 관련 대화에서 나올 때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것이다. 그래도 설명을 해본다면, 고양이의 화장실에는 전용 모래나 우드펠렛을 흔히 사용한다. 전용 모래는 선택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이 가루 날림이 심하여 주변을 사막화하는데 탁월하다. 가루 날림이 심하지 않은 고가 상품을 구매하더라도 사막화를 완전히 해결하지 못하며 자신이 구매한 것이 모래인지, 모래를 담은 통인지에 대한 자괴감이 든다. 그렇다고 고양이용품 회사가 놀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현재까지도 다양한 모래가 생산되고 있으니 고양이가 잘 적응하는 화장실을 준비해 주는 것이 중요한 일이라 생각된다. 참고로 나는 다양한 모래를 사용하다 우드펠렛으로 갈아탔다.


고양이의 볼일을 우선 소변(이하 1번), 대변(이하 2번)라고 한다면, 모래를 사용할 경우 1번은 모래가 동그랗게 뭉쳐지고, 2번은 고양이가 생산한 '그것'의 주변에 모래가 붙는다. 1번은 모양이 감자를 닮았고, 2번은 과자 맛동산을 닮았다.(1번은 모래가 퍼지는 경우도 있으나 생략하자)

그래서 고양이의 화장실을 청소하는 것을 감자와 맛동산을 캔다는 표현을 한다. (원래도 즐기지 않았지만 이후로도 감자와 맛동산을 잘 먹지 못했다) 그래도 단단한 감자와 제대로 된 형태의 맛동산을 캘 때의 희열은 감사를 절로 나오게 한다. 고양이가 아프면 새를 날리기 때문에 맛동산은 꿈도 못 꾸고, 그들이 화장실을 갈 때마다 신경 써서 변을 확인하고 조치를 취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통통한 감자와 맛동산은 집사들의 로망이다.

(어쩌면 나만의 로망일 수도 있겠다.)




M&A에게 한 가지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꼭 청소 후에 화장실을 사용한 후 발을 털지 않은 채로 거실에 모래를 뿌리는데 청소 전에 화장실을 가는 게 어렵다면 모래를 털고 나왔으면  좋겠다. 실은 그것이 맘처럼 되지 않아 펠렛으로 바꾼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앙쥬가 입양 오던 날 프린터에 1번을 한 적이 있다. 배변훈련을 받았다고 했는데 첫날부터 실수하는 앙쥬에게 놀란 나는 앙쥬에게 "이러면 어쩌냐"를 시작으로 폭풍 잔소리를 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앙쥬에게 화장실을 알려주지 않았다. 그러고 프린터에 1번을 한 앙쥬에게 잔소리를 했으니 얼마나 놀랬을까 싶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첫날부터 실수한 것은 앙쥬가 아니라 나였다. 제대로 사과를 하고 화장실을 알려주었다.

앙쥬는 그 뒤로 한 번도 배변 실수를 한 적이 없다. 고양이는 화장실을 한 번 알려주면 잊지 않는다는 또 다른 위대한 사실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볼 일을 본 후 맛동산을 덮는 모습은 너무나 앙증맞다

그렇게 많은 날이 지나도 앙쥬는 절대 배변 실수를 하지 않았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변에서 냄새가 나니 볼일만 보고 도망가버리는 몽고와 다르게 자신의 볼일을 꼭 덮고 자리를 떠나는 그녀에게 아주 많은 고마움을 느꼈다. 고양이의 변을 겪어본 이들은 알겠지만, 고양이가 볼일을 본 후 맛동산을 덮냐, 안 덮느냐에 따라 해당 가정의 공기가 달라진다.


어느 날, 앙쥬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바닥의 무엇을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을 보았다. 가까이 가 보니 화장실 주변에 떨어진 모래를 손으로 모으고 있었다. 그걸 모아서 어쩌려는지는 모르겠지만 깔끔한 뒤처리를 하고 있는 작은 생명체인 앙쥬에게 두 번 반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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