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어린 시절을 동생과 보낸 몽고는 동생과 헤어지던 며칠 동안 많이도 울며 동생을 기다렸었다. 이제는 만날 수 없게 되었다는 것을 알고 슬퍼하며 나에게 의지하게 되었어도 마음속에는 동생이 있지 않았을까 싶다. 동생이 해외근무를 하는 동안 몇 개월마다 한국에 입국을 한다는 이야기가 너무나 반가웠다. 그리고 그동안 '피부병'으로 고생한 몽고가 그의 입국에 맞춰 나았으니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동생이 아픈 몽고의 모습을 보았으면 마음 아파했을 테니까.
이사한 집으로 동생이 왔고, 나는 몽고가 동생을 알아보는지 궁금했다. 몽고는 동생이 들어오자마자 킁킁거리더니 이내 반가운 모습으로 동생 옆을 떠나지 않았다. 1년 정도의 시간이 지났는데 기억하고 있던 것이다!
몽고의 표정이 달라졌고, 눈이 반짝반짝 빛났으며, 믿을 수 없지만 털의 윤기가 달라졌다. 저녁을 먹고 나니 책상다리를 하고 앉은 동생의 무릎에서 고로롱거리다가 이내 잠이 들었다. 동생은 몽고 때문에 저녁상을 같이 못 치워준다며 얄밉게 말했지만 오랜만의 그들의 재회가 흐뭇한 미소를 짓게 만들었다.
그 둘이 따뜻한 재회를 하고 있을 때, 어두운 구석에서 낮은 포복자세로 그들을 바라보는 이가 있었으니.....
앙쥬였다. 앙쥬는 낯선 이를 경계하고 집에 누구라도 오면 구석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 솔직히 나에게도 잘 오지 않고 마중도 나오지 않으며 불러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고양이다.
첫날에는 무척이나 경계하면서 조심스럽더니 시간이 조금 지나자 동생 곁에 잘 나오고 장난감으로 놀아주니 어느새 친해진 모습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경계는 늦추지 않는다.
며칠 동생과 지내던 그들은 동생과 셋이 방에서 잠들고, 함께 먹고 함께 생활했다.
나는... 잊은 듯하다.
동생이 가면 내가 기억나겠지.
눈물을 참아 본다.
동생은 해외에서 가져온 먹거리를 몰래 몽고에게 주곤 했는데, 나는 고양이 먹거리가 아니면 엄격하게 먹이질 않았다. 가끔 앙쥬에게 탈취당하던 것도 무척이나 조심스러워했는데 동생이 이것저것 몽고가 관심 있어하면 먹이니 신경이 쓰였다. 수명이 줄어드니 먹이지 말라는 나의 염려에 "먹고 싶은 걸 먹고살다가 가는 게 그게 좋은 거 아냐??!!"라는 말에.... 설득당했다. 이성적 제한을 하고 있는 내게 욕망도 중요하다는 동생의 주장에 공감한다. 그래도 그가 출국한 후 나는 다시 인간의 먹거리를 주지 않는다.
며칠 동안의 동생과의 생활이 좋아진 그들은 활기찬 모습이었고 기뻐 보였다. 동생은 한국에서 잘 지내다가 다시 출국하게 되었고, 몽고는 아쉬워하는 듯했지만 그전처럼 울지는 않았다. 그리고 다시 나를 기억해낸 덕분에셋이 함께 잠들고 생활하는 일상으로 돌아왔다.
동생이 우리 집에서 생활하는 동안 몽고는 동생이 골목부터 걸어 들어오는 시간에 현관으로 뛰어나가 앉아 있는다. 그리고 동생이 들어오면 '냐옹'하며 반겨주며 둘은 인사를 한다. 아직 동생의 발자국 소리를 기억하는 몽고에게서 또 다른 사랑을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