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턴 조신 Oct 26. 2020

그들의 사건 사고

M&A story


그랜다이저 사건

여름에 시원하게 문을 열어둔 사이에 몽고가 밖으로 나갔다. 아무리 불러도 몽고는 없었고, 다행히 앙쥬는 구석에서 자고 있었다. 문을 닫아 놓고 주변에 몽고 이름을 부르며 찾기 시작했다. 다행히 옆 건물 구석에서 나왔는데 놀란 얼굴에 거미줄이 잔뜩 묻어 있었다. 거미줄을 떼어내고 집 앞에 잠시 놓아둔 채, 물티슈를 가지러 간 사이 또 사라졌다. 아까 발견했던 장소로 가 보았지만 찾을 수 없었다. 계속 이름을 부르며 찾아다니다 어디선가 냐옹~하는 작은 소리가 들렸다. 집 앞에는 그랜다이저가 주차되어 있었는데 그 밑에서 나는 소리였다. 자동차 밑에서 발견된 몽고를 또다시 불렀지만 나오지 않아서 그가 좋아하는 간식을 가지고 나와 유인했는데 나오다가 그랜다이저 앞바퀴 사이로 나오려 하더니 몸이 끼었다. 아이고...

앞바퀴에 낀 몽고를 간식으로 살살 유인해서 조심스럽게 빼내었다. 다행히 다친 곳은 없었지만 그의 존재가 사라졌다는 것에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고, 그 와중에 자동차 바퀴에 낀 몽고로 또다시 놀래야 했지만 오늘도 이렇게 살아있음을 증명해 주는 그들에게 감사한다.

이 사건으로 인한 깨달음 : 여름철에는 주차해 둔 자동차 밑에, 겨울에는 엔진룸이나 막 시동을 끈 자동차 밑 등에 숨어있는 고양이를 조심하자.


앙쥬 낙하 사건

아깽이였던 앙쥬는 성묘보다 더 잠이 많았는데 책상 위에서 자다가 낙하한 적이 있다. 내가 엇! 하고 놀라고, 책상과 바닥 사이의 떨어지는 짧은 순간에도 잠결에 자세를 바꾸더니 다리로 착지를 하는 것이다. 너무 놀라 벌떡 일어났지만 나는 이미 기립박수를 치고 있었다. 그녀의 낙하 점수는 10점 만점.


한 번은 책상 위에서 애교를 심하게 부리는 그녀를 보았는데, 필살기로 발랑 드러누운 채 한 손으로 부끄럽다는 듯이 얼굴을 가리며 나를 쳐다본다. 그 치명적인 애교는 그녀를 위해 고양이용품센터라도 털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부여하는데, 하루는 애교를 심하게 부리다가 책상 밑으로 또 떨어지는 그녀를 보았다. 다시 그녀는 발로 안전한 착지를 했지만, 애교와 낙하를 번갈아 보던 내 심장은 천둥소리보다 더 크게 쿵쾅거렸다.

이 사건으로 인한 깨달음 :  심한 애교는 심장에 나쁘다.


앙쥬 턱걸이 사건

앙쥬는 불러도 나오지 않고, 회색털의 특성상 잘 보이지 않는데 그녀가 작정하고 숨으면 찾을 길이 없다. 어느 날 문이 열려 있어서 앙쥬도 나간 줄 알고 집안 곳곳을 찾다가 없어 밖으로 나가서 찾기 시작했다. 그때는 친척동생도 놀러 와 있어서 함께 골목을 미친 사람처럼 찾아다녔고, 청원경찰 분들이 많이 서 계시길래 사정을 이야기했더니 전체가 앙쥬 찾기에 합심으로 도와주셨다. 그렇게 15분 정도를 찾아다녔으나 아무도 앙쥬를 발견하지 못했고 나는 정신 나간 사람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그런데 작은 방에서 힘겨운 냐옹~소리가 나길래 가봤더니 앙쥬가 있었다! 그것도 행거에 턱걸이하듯 매달린 채 있었다. 상황을 생각해보니 행거에 올라가기를 즐겨하는 앙쥬는 빽빽한 옷걸이 사이를 걸어 다녔는데, 어떤 사정인지 행거에 매달려 떨어지지도 올라가지도 못하는 것이라 추측했다. 막 높은 곳에 호기심을 갖던 아깽이 시절이라 안타까운 자세로 그렇게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한 깨달음 : 고양이는 매달리기를 해도 땀이 나지 않는다.


몽고와 앙쥬 행거 사건

이 사건은 간단하다. 옷이 많던 나는 행거 가득 옷을 잔뜩 걸어 놓았는데, 나의 연약한(?) 힘으로 행거를 고정하여 많은 옷을 걸려 있던 행거에 올라가 잠들기 좋아했던 앙쥬의 행위로 세워놓은 행거 4대 전체가 무너져서 일주일 가량 옷만 정리하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한 깨달음 : 행거마저도 잘 고정시켜줄 사랑을 찾자.


그 외에 휴지가 꽃가루 된 사건, 삼겹살 탈취 사건, 냉장고 위 사료 탈취 사건, 자동급식기 뜯어놓은 사건, 실똥사건(순식간에 실을 먹고 다음날 볼일을 보았는데 실과 맛동산이 연결되어 몸에서 떨어지지 않자 놀란 몽고가 집안을 있는 대로 달려서 살면서 그렇게 열심히 대청소를 한 적이 없었다는 사건) 등이 있고, 옷장에 끼거나 집안 벽지를 다 뜯거나, 거미 다리를 하나밖에 발견할 수 없는 것은 사건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양이를 키우는 게 이렇게나 눈물이 나게 역동적이라니!!!


창가에서 고양이 액체설을 증명하는 몽고







이전 20화 재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