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인턴 조신 Oct 27. 2020

노숙 이앙쥬선생

M&A story

고양이의 체온은 사람보다 2~3도가 높고, 털이 있어서 더 따뜻할 것 같지만 사람보다도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라고 한다. 날이 추워지면 난방을 시작해도 따뜻한 이불속이나 숨숨집, 내 품 등으로 파고들기 시작하는데 하루 종일 관찰할 좋은 기회가 생기면 그들이 화장실을 이용하거나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곤 따뜻한 이불속에서 잠만 자는 것도 목격할 수 있다.


앙쥬는 추위를 많이 타는 편이고 그녀의 자는 모습을 보면 한국의 사계절을 뚜렷하게 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다만 늘 매의 눈을 하고 먹이를 찾는 모습을 하던 그녀가 흐트러진 모습으로 널브러져 있는 것에는 적응하는데 좀 시간이 걸렸다.


이 되면 앙쥬는 거의 바닥에서 손을 무릎에 모은채 불쌍한 포즈로 잠드는데, 집안에 있다 보면 여기저기 쭈그리고 뒹굴고 있는 그녀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구석의 운동기구로 운동하다 지쳤나 싶기도 하다.
헛.. 좋은 꿈을 꾸나?

여름엔 정말 맘대로 잔다. 누워서 자는 고양이를 처음 봐서 웃기도 많이 웃고, 주변과 공유했는데 이런 사진을 마구 공개해도 되나 심각하게 고민도 했다. 아무래도 싱크대 밑에서 소주를 꺼내 마신다는 소문이 사실인 것 같다. 너무 정신없는 모습이라 가끔 가서 코 밑에 손을 대보기도 한다.

정말...
다양한 모습으로 잔다.
아...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가을이 되면 조금씩 쌀쌀해지는 날씨 변화를 알 수 있다. 이때부터 그녀는 급격히 겸손해진다.

그리고 방석이나 이불 등을 찾는데, 없을 시에는 옷방으로 길을 떠난다. 그리고 잘 돌아오지 않는다.

사료를 먹자는 말을 해야 돌아온다. 

아픈 날도 저러고 잤었지
노숙 이앙쥬선생을 탄생시킨 사진

겨울엔 노숙하는 모습처럼 보여서 털옷 사이에 사료를 넣어줘야 하나 한동안 고민 많이 했다. 돌돌이가 일을 많이 하는지라 큰 맘먹고 그들의 전용 이불을 따로 마련해 드렸다.

집 떠나와....
따뜻한 사료 생각나고
물개 놀이하다가

정말 고양이는 같은 사진이 없다더니 비슷해 보여도 다양한 포즈의 사진이 많다. 몽고는 그냥 찍어도 화보인 반면에 앙쥬는 카메라를 좀 의식한다고 할까? 그냥 있다 가고 포즈를 알고 취하는 느낌이 든다. 그래서 앙쥬의 사진은 사색하는듯한, 포즈를 잡은듯한 사진이 많다. 지금의 사진 밑에 이런 말을 적어봤자 설득력이 없겠지만.

그녀 덕분에 계절의 변화를 알게 되어 사는데 도움이 되었다. 물론, 하루의 옷을 정하는 것도 도움을 받았다.


혹시 이 사실을 아는가?

고양이와 사는 자는 자신의 고양이가 우주 최고로 멋지고, 예쁘고, 잘생기고, 무조건 최고이며  다른 고양이와 비교 불가이기 때문에 사소한 것에도 눈을 반짝이며 신기해하고 좋아한다. 

그냥 바보다.

이전 21화 그들의 사건 사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