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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인턴 조신 Oct 26. 2020

다시 시작된 파티

M&A story

"다 나았네요. 이제 털만 자라면 되겠어요."

한국어로 또박또박 이야기하는 의사 선생님의 말인데도 나는 믿지 못했다. 몽고의 피부병이 다 나아서 이제는 피부 치료를 위해 밀었던 터란 자라면 된다는 것이다. 우연찮게도 이 날은 10월 04일로 1004. 나에게 천사가 준 선물 같은 날이었다. 너무너무 기뻐서 몽고를 안고 한걸음에 집에 달려왔다. 그동안 몽고는 '곰팡이성 피부병'에 시달리다 약과 주사로도 치료가 안되어 병원을 바꾼 후 한 달 만에 병이 나은 것이다.  몽고의 완치 소식은 그렇게 힘들던 4개월간의 마음고생과 간호가 한 번에 보상받은 기분을 들게 했다.


앙쥬는 설사를 시작하고, 아깽이 예방접종과 치료를 병행하고 있었는데 몽고보다는 약을 잘 먹어서 조금 일찍 완치된 상태였다. 이 병원에서는 회충약도 쉽게 먹여서 감탄을 자아내게 했는데, 나에게 앙쥬의 손만 잠깐 잡아달라더니 입에 약을 넣고 턱 아래를 손으로 만지더니 순식간에 약 먹기가 끝났다. 정말 마술을 보는 기분이었다.

이걸 미리 알았다면 '가루약사건'도 피해 갈 수 있었을 텐데 역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집에 돌아와 우리는 파티를 하기로 했다. 몽고가 좋아하는 습식 간식과 건어물포와 앙쥬가 좋아하는 건사료와 간식을 풀어놓고 조금씩 잘라주어 파티를 시작했다. 물론 정신없이 먹는 모습으로 파티를 즐기는 그들이었지만 건강해진 그 모습에 기쁨의 눈물이 나서 혼자 청승을 떨고 바라고 보고 있었다. 그러다 주변을 돌아보니 눈에 들어온 고양이 샴푸가 있다. 병치레를 할 때 피부병에 사용하라던 샴푸인데 취미가 리모델링인 앙쥬가 손으로 툭툭 쳐서 떨어트린 다른 물건과 함께 바닥에 뒹굴고 있던 것을 발견했을 땐 이미 하얗게 토하고 죽은 상태였다. 그렇게 희생된 샴푸 덕에 우리 집은 한동안 향긋함으로 산뜻한 공기를 마실 수 있었다. 그래도 핥아먹지 않은 앙쥬에게 감사하며 함께 파티를 즐겼다. 그리고 얼마 후에 한국에 잠깐 입국한다는 동생의 소식이 파티의 흥을 더해줬음은 말할 것도 없다.

 

사과 박스에서도 신난 그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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