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개의 핸드폰
사랑이 눈에 보이는 건가요?
이런 어리석은 질문이 있을까. 마음이 아프다고 하니 마음이 어떻게 생겼는지 보여 달라는 말과 뭐가 다른가. 사랑은 물체를 가리키듯 “이거요, 저거요.”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 날, 한 노인의 일상에서 '보이지 않는' 사랑을 마주하게 되었다. 내가 근무하는 절에 주말마다 다녀가시는 노신사는 두 개의 핸드폰을 가지고 다닌다. 하나는 본인의 것이고 또 하나는 이미 떠나버린 집사람의 핸드폰이다. 부인과 통화할 수 없는 번호지만 여전히 요금을 내며 그 번호를 살려두고 계신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나는 그분의 얼굴을 한참 바라보았다. 조용한 몸짓으로 커피를 타고 창밖을 바라보는 모습이 잠시 멈춘 시간 속의 한 장면 같았다. 마음속에서 뭉클한 감정이 온도계의 빨간 눈금처럼 끝없이 올라갔다. 그 모습은 슬픔보다는 따뜻함이, 그리움보다는 고요한 사랑이 느껴지는 모습이었다.
집사람의 핸드폰 번호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다. 추억과 애틋함으로 연결된 부인과의 마지막 끈일 것이다.
"여기 오면 더 많이 생각나요. 그런데 이제 나도 몸이 약해져서 언제까지 올 수 있을지..."
말끝을 흐리는 그분의 목소리가 떨렸고, 잠시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운 공간에 언제까지 올 수 있을지 모른다는 안타까움이 그 떨림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그 순간 노신사의 마음이 그대로 보였다. 그 안에는 변하지 않는 사랑이 담겨 있었고, 그것은 떠난 사랑이 아니라 살아있는 사랑이었다.
사랑이 눈에 보이기도 하나요?
그때 나는 사람을 사랑하는 일이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 생각했다. 화면 속 로맨스나 소설 속 대사가 아니라 조용한 몸짓과 시선이 보여주는 진짜 사랑 이야기였다.
나는 지금까지 사랑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신기루 같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언제나 손바닥 안에서 빠져나가는 모래알 같고, 머물지 않는 바람 같은 것이었다. 내게 사랑은 변하고, 시들고, 사라지는 것이었다.
사랑은 보이기도 하는구나.
그날 부인을 이야기하는 노거사의 얼굴에서 나는 사랑을 보았다.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죽음조차 끊을 수 없는 그 무언가가 있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믿었던 사랑이, 가장 선명하게 보이는 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