된장

특별한 일이 없어도 좋은 날이 있다

by 마침내

찌개 냄새가 다르다. 마당에서 과실수를 구경하던 눈의 감각이 된장찌개 냄새에 킁킁 거리며 코의 감각기관으로 순식간에 옮겨졌다. 집에서 담근 집된장에서만 나올 수 있는 특별한 냄새가 주방에서 새어 나와 마당으로 퍼졌다. 전혀 아무렇지 않던 위가 찌개 냄새에 갑자기 반응하며 배고픔을 느꼈다. 발길은 주방으로 향했고 머릿속에는 따듯한 밥에 된장국을 말아먹는 상상이 이미 시작되었다. 입속에서는 군침이 꼴깍 거리며 넘어갔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된장국도 마트표 된장이 아니라 몇 해 전에 담가 항아리에 넣어 둔 된장이다. 그러니 찌개냄새가 다를 수밖에 없다. 밥상에는 토마토양배추샐러드와 호박볶음, 김치가 놓여 있다. 소박하지만 모든 반찬의 야채는 조금 전 밭에서 따 온 것들이다. 김치도 작년에 키운 배추로 담근 김장김치다.


음식 맛의 많은 부분은 재료가 담당한다. 물론 솜씨도 좋아야 하지만 신선한 재료가 가지고 있는 본연의 맛이 따로 있기 때문이다. 그중 된장과 고추장은 들어간 음식의 거의 모든 맛을 담당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에 따라 맛은 천차만별로 바뀐다. 우리 콩으로 메주를 만들고 긴 시간 동안 간수를 뺀 소금을 사용하여 시간과 정성을 들여 만든 된장을 대체할 수 있는 음식은 없다. 이런 장의 중요성을 실감하는 순간들이 있다.


얼마 전, 외식을 하면서 장의 중요성을 또 한 번 생각했다. 고급 고깃집은 좋고 맛있는 고기를 판매하는 집이니 맛은 훌륭할 것이다. 나는 그런 집에 가면 제일 먼저 쌈과 함께 나오는 장을 본다. 업소용 쌈장, 고추장과 된장을 섞어 만든 쌈장, 담근 막장이나 된장을 내주는 집으로 구분된다. 고급의 세심함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이렇게 장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음식을 만들고 파는 사람의 마음까지 짐작을 하게 된다.


우리나라 음식 중 장은 그만큼 중요하다. 어느새 된장찌개가 다 끓었다. 노리끼리한 색이 아닌 비 맞은 나무색의 찌개국물 위로 초록의 호박과 하얀 두부가 동동거린다. 자기가 얼마나 훌륭한 맛을 가지고 있는지 빨리 먹어 보라고 한다. 그릇에 옮겨 담기 전에 얼른 국물을 한 숟가락 떠먹었다. 밥상 앞에 앉기도 전에 배 속에서 전쟁이 일어났다. 없던 식탐도 생겨날 판이다.


찌개 냄새가 다른 게 맞다. 기계로 만든 장과 사람이 시간과 정성을 들여 내 만들어낸 그 다름이 냄새를 다르게 하고 마음도 다르게 한다. 특별한 일이 없어도 좋은 날이 있다. 집된장 냄새가 주는 행복처럼 일상 속 작은 것들이 주는 기쁨은 많이 있을 것이다. 급하게 사는 요즘, 우리는 소소한 행복을 놓치고 살고 있는 건 아닐까하고 생각해 본다.


yongin-2407636_1280.jpg Pixabay@ lambo9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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