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존재하는 직업은 많지만, 그 수준에 따라서 초보, 전문가, 예술가로 구분해서 나눌 수 있다. 만약 마케팅 분야에서 일하는 어떤 사람이 자신이 휴일에 읽을 책을 구매해 SNS에 공개했는데, '마케팅'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책만 골랐다면, 그는 아직 초보 마케터일 가능성이 높다. 이유는 간단하지만, 분명하다. 그는 마케팅에서만 마케팅을 볼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_김종원_P.49
책의 문장을 읽으며 속으로 중얼거린 말은 '나는 초보였구나.'였다.
물론 전문가도, 예술가도 아니니 초보에 해당하는 것이 맞다. '내가 초보였구나' 생각한 것은 글쓰기에 적극적인 관심을 가지고 구입한 책이 모두 글쓰기, 자기계발서이기 때문이다. 전문 교육을 받지 않았기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몰라 눈에 띄는 글쓰기 책을 사들이기 시작했던 것이다.
오늘 필사한 문장을 읽으며 하게 된 또 한 가지 생각은 '예전엔 참 다양하게 읽었는데..'라는 것이다. 잡식성을 보여주며 읽은 책 안에 나오는 책을 찾아 이어달리기 하듯 분야를 가라지 않고 읽었다. 그러나 최근 도서목록을 보게 되면 대부분 자기 계발서, 글쓰기와 연결된 것이었다. 습관처럼 관련 서적 구매를 반복했다.
글쓰기에 대한 관심을 글쓰기 책을 읽는 것으로 대신하고 있었다. 자기계발서의 글을 많이 읽다보니 내가 쓰는 글은 점점 건조해지는 기분이었다. 문학에서 느낄 수 있는 감정 표현이나 묘사가 줄어들었다. 뿐만 아니라 계속 느껴지는 부족함에 무너지는 나를 관련도서를 읽으며 노력하고 있다고 위로를 했는지 모른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마음만 날뛰며 방황하던 시점에 우연히 유투브에서 김종원 작가의 강연을 듣고 몇 권의 책을 구입해서 읽고 있다. 어쩌다 한 줄씩 걸러지는 부분이 있어 책을 덮고 생각하는 시간이 많아져서 좋다. 망아지가 조금씩 얌전해지고 있는 중이다.
얼마 전 책방에서 시집과 소설, 철학서를 샀다. 글쓰기 책들이 눈에 띄었으나 초보 탈출을 위하여 시선을 돌렸다. 글쓰기 책을 보고 구입하지 않으면 게으름 피는 기분이 들어 일단 사고 봤는데 그 마음이 사라지고 없었다.
동시성이라는 말이 있다. 마침, 딱, 때맞춰 일어나는 일을 표현하는 말이다. 글쓰기 초보를 탈출하기 위하여 다른 분야의 책을 읽으며 이때, 이런 기회에 나의 생각이 확장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