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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직서를 가슴에 품고

by 낭만샐러리맨

오늘도 가슴에 품은 사직서


사직, 이직이 상당히 잦은 대한민국 사회이다.

사직은 회사를 그만 두는 것이고, 이직은 다른 직장으로 옮기거나 직업을 바꿀 경우를 말하니 약간 다른데,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생계를 위해 뭐라도 해야 하니, 사직보다는 이직이 더 맞는 단어일 것이다. 이직이든 사직이든 회사를 그만둘 때 제출하는 양식이 사직서인데, 오죽하면 카드사에서 사직서란 이름의 카드를 발급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사실 회사생활은 고난의 연속이다. 한날 한시에 태어난 쌍둥이도 맘이 안 맞는 경우가 있고, 특히 재산문제가 걸리면 형제남매간, 부모자식간의 패륜적인 법적 다툼이 끊이질 않으며, 자동적으로 감정싸움까지 번지게 되는데, 회사라는 집단으로 뭉친, 월급과 승진을 먹고 사는 잠재적인 경쟁자들인 회사 조직의 구성원들이 내 맘에 쏙 들 리가 없다. 그러니 갈등이 항상 있을 수 밖에 없어서 직장인들이 사직서를 품에 품고 다닌다는 말이 나왔을 것이다.


세상은 넓고, 직장도 많지만, 이직하는 이유도 아주 많다.

회사를 그만두는 경우는 크게 보면 세가지이다.

내가 싫어서 나가는 경우

회사가 나를 싫어하는 경우

내가 로또 당첨이 되었다든지, 회사가 망했든지 하는 기타 경우


회사가 나를 싫어하는 경우에는 법적인 문제 등 복잡하고 전문적인 문제이므로 나중에 별도로 다루기로 하고(사실은 이 부분이 필자의 특화된 전공 분야임), 일단 가장 많이 발생하는 사례인 `내가 싫어서 나가는 경우`에 대해서 여러 상황을 고민해 보았다.


내가 싫어서 나가는 경우는 대략 다음과 같다.

상사가 싫은 경우 : 대부분의 상사는 독불장군, 꼰대, 이기주의자, 난폭자, 멍청이 중의 하나에 속하게 된다. 천사 같은 상사는 그야말로 내 전생에 나라를 구해야 만날 정도로 힘든 게 현실이다. (다 이유가 있는데, 상사 그들도 직장인이라서 그렇다.) 신규직원 채용 면접으로 수천명의 후보자들을 인터뷰했는데, 대놓고 상사가 싫어서 이전 직장을 그만둔다고 했던 후보자는 열손가락 안에 든다. 대부분 다른 이유를 대지만 사실은 상사 관련 이슈가 가장 많다. 직속상사든, 상사의 상사든, 상사가 나와 안 맞으면 임금, 평가 등의 현실적인 문제부터, 일상 생활에 이르기까지 하루 종일 괴롭게 되기 때문에 상사가 정말로 싫은 경우는 대부분 이직을 고민하게 된다.

동료가 싫은 경우 : 별거 아닌 듯 하지만, 사실 이 케이스도 상당하다. 얄미운 동료는 어느 조직이든 있게 마련이다. 내 공을 가로채 가는 동료, 뒤에서 험담하는 동료, 술만 먹으면 개가 되는 동료, 동료라지만 약간 고참인 동료, 특히 성격이 독특한 1년 학교 선배라든지 하는 분을 만나면 직장인생이 피곤해진다.

더 좋은 기회가 오는 경우 : 헤드헌터 분들이 회사에 잘 근무하시는 우수한 분들을 쏙쏙 집어서 다른 곳으로 옮겨주는 경우가 많다. 이 회사에서 잘하던 사람은 저 회사에서도 잘할 확률이 거의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헤드헌터가 일 잘하는 사람을 알게 되는 경로는, 채용사이트에 채용공고를 내고, 지원한 후보자를 면접하는 방법이 일반적인데, 이는 확률이 좀 떨어질 가능성이 있는 방법이다. 한번의 면접으로 옥석을 정확히 가릴 확률은 80%를 넘지 않는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원하는 직종의 경쟁 회사 출신 이직자를 통해 추천을 받는다거나, 혹은 헤드헌터가 이전 근무했던 회사이거나, 아니면 인사담당들을 통해 정보를 얻는 경우가 많다. 헤드헌터 분들의 데이터베이스(일 잘하는 사람)에 들어가게 되면, 유사 직종./ 경력대에 채용기회가 있을 때마다 연락을 하게 되고, 타겟 후보자에게 약 20% 이상의 임금 인상을 미끼로 던지게 되면 후보자가 넘어갈 확률이 높다.

회사 문화가 싫은 경우 : 외국에서 직장생활 물을 좀 먹은 분은 한국 전통대기업의 문화에 적응 못할 확률이 높다. 심지어는 외국계 기업에 발을 들이게 되면 한국 로컬 기업으로 복귀할 확률이 현저하게 낮아진다. 물론 근래 들어서 한국 기업들도 문화 개선을 위해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한국인 특유의 집단성과 연결되는 문화를 좋아하지 않는 젊은 친구들은 절대로 원샷 문화, 잔 돌리는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예 일과후 회식 자체를 싫어하게 되는데, 40대 후반 이상의 세대와 30대 후반 이하의 세대간 갈등은 상당히 심각할 정도이다. 만약 대표이사가 옛날처럼 주말 등산을 강요한다든지 하게 되면 젊은 직원들은 불만이 팽배할 것이고, 조그마한 다른 요인만 겹치면 줄퇴사로 이어진다.

임금이 작은 경우 :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내가 일을 잘 한다고 생각한다. 최소한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데, 회사 평가 제도상 일정 비율의 직원들은 평균 이하의 임금인상을 할 수밖에 없다. 그 재원으로 잘하는 직원들을 더 인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수익성이 낮은 회사나 업종의 경우 마켓보다 임금이 작다는 불만이 매년 끊이지 않는다. 높은 이직률을 알면서도 수익성이 낮으니 임금을 인상할 만한 충분한 재원이 없는 회사는 속칭 `죽쒀서 개준다`. 즉, 인재를 잘 키워서 다른 회사에 빼앗기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평가가 낮은 직원들 면담을 해보면, 아무리 설명해도 받아들이지 않는 경우가 많다. 본인은 잘 한다고 생각하는데, 부서장은 그렇게 안보기 때문이다. 그러면 부서장이 잘못되었다고 항의하곤 하는데, 회사는 일단 부서장의 평가를 믿을 수밖에 없다. 물론 이런 잡음이 반복적으로 나오는 부서장에게는 인사부서가 출동하여 진상을 파악하는데, 그 전까지는 부서장의 평가가 그대로 반영된다.

업무가 맘에 안 드는 경우 : 어느 회사고 직원들이 좋아할 만한 업무만 하는 회사는 없다. 아무리 외주를 활용한다 해도 어느 정도의 일은 3D 직업이 있게 마련이다. 공장조직에서 산업재해처리를 하는 부서는 피를 자주 보게 된다. 총무부서는 잡일이 90%이다. 을 회사의 영업사원은 갑인 고객사의 샌드백이다. 특히 수익성이 낮은 회사는 웬만한 일은 직원들이 자체 해결해야 한다. 필자도 첫 회사에서 매주 월요일 아침에는 전임직원이 30분 정도 빗자루와 걸레를 들고 사무실을 청소 했었던 기억이 있다. (물론 라떼시절이다.). 맘에 안 드는 업무가 특정인에게 몰리고, 몇 해 반복되면 당연히 그 직원은 내가 이 짓 하려고 회사생활하나 하는 자괴감에 이직하게 된다.


회사는 다양한 구성원들이 어울려 하나의 목표(이윤 극대화)를 위해 달려가는 조직이다. 서로가 배려하지 않으면, 서로를 탓하면서 모두가 피곤한 회사가 되는 경우를 많이 봐 왔다. 인사부서는 회사 임직원들이 서로 기본적인 예의를 지키고, 적절한 의사소통 창구가 마련되어 있는지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면서 보완해 나가야 한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한명의 이직은 나가는 사람도 손해, 회사도 손해이므로 모두가 손해인 게임이 되지 않도록 서로, 미리, 항상 조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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