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계속해서 무언갈 하는 척을 했다. 바쁜 척. 열심히 사는 척을. 그것은 내가 학생때 바쁘고 열심히 치열하게 건강보다 중요하게 두면서까지 해왔던 짓이라, 연기 또한 제법 노련해보였다.
누군가가
'너 되게 열심히 사는 것 같아.'
혹은,
'너 되게 성실하게 사는구나.'라는 말을 해주면
나는 그동안 참 열심히 살아온 사람처럼
'에이 아니에요. 이게 익숙해서 저는...'
거짓말처럼 보이지만 앞은 거짓말이고 뒤는 사실이다.
바쁜게 익숙한 사람. 그런데 처음 맞아보는 잉여로움을 참을 수 없어하는 사람.
나는 언제 마지막으로 열정적이었지 떠올리면 재작년이었다.
대치동에서 논술을 끝내고 왕복 두 시간 거리의 집에 와서 겨우 먹는 저녁(야식)
그때는 코로나가 매우 심했던 시기라, 10시만 넘으면 모든 음식점이 모두 닫았었다.
그러니 자연스레 배달이 심야까지 되는 집을 찾으면 마라탕집 단 한군데 뿐이었는데
일주일에 한 번 매주 토요일마다 꼭 시켜먹었던 것 같다.
그런데 며칠전에 시켜먹은 그 마라탕은 그 맛이 아니었다.
나는 논술을 본 뒤로 더이상 어떤 것에도 열정과 노력을 다하지 않으리라 결심했던 것 같다.
공부도, 인간 관계에서도, 문제가 생겼다면 문제해결에 관해서도.
시험 기간에 공부를 해야 할 때에도
내가 왜 이따위 학교에서 시험을 보고 내 집중력을 이런 학교를 위해 사용해야하지 라는 생각
인간관계에서도
뒷담화를 즐기는 당신들이 내게 무슨 배울점을 줄 수 있어서 내가 뒷담화에 맞장구를 쳐야하지라는 생각.
내게 어떤 문제가 생겨도,
어차피 해결될것도 아니면서 내가 뭐하러?
이런 생각 밖엔 안들었다.
공부를 참 좋아했는데. 이제는 자연스레 멀리하게 되었다. 넌 내게 늘 뒤통수만 치는 나쁜 새끼.
무언가를 배우는건 참 좋은데, 간혹 한 번씩 나를 죽고싶게 만든다.
나는 항상 당연히 받아야할 것들을 못받으며 자라는 사람.
부모정도, 가정 통신문도, 알림장도, 성적, 합격증...
어떤 건물이든 옥상에 올라와보면
난간에서 나를 밀면 순순히 저항없이 밀려날 내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