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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열 Jul 09. 2023

넌 그래서 안되는거야

    이모부께서 돌아가신 이후로 진성이는 겉으로 멀쩡하게 자라는 듯 보였다. 그러나 해외에서 잠시 귀국하신 큰이모나, 진성이를 처음 보는 가족들은 겉으로만 예뻐할 뿐, 실은 정이 안간다며 안타까워하셨다. 나는 그 느낌을 잘 알고 있다. 아이들은 죄가 없잖아. 


    

    나 또한 진성이를 그렇게 예뻐하진 않았다. 그러나 완전한 성인도, 아이도, 청소년도 아닌 이 중간에 끼어있는 시점에서 나는 이모네 가정의 기형적인 면모들을 볼 수 있었다. 



2주 만에 만난 모친은 여전히 진성이 얘기를 그렇게 했다. 요즘 놀이치료를 다닌다고. 

왜 놀이치료를 다니게 되었냐고 물어보니까, 체육시간에 있었던 일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내 남학생들 사이에선 늘 그렇듯, 분명히 운동을 눈에 띄게 월등히 잘하는 아이가 한 두명씩 있다. 

그런 아이들이 평범한 남자애들 사이에서 우상처럼 비춰질 때, 친해지고 싶은 심리가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진성이는 그런 아이와는 친해지고 싶었지만 사교성 측면에선 어려움을 겪는지,

그 아이를 등교하는 차 안에선 반가워했으면서 정작 내려주면 그 아이의 어깨를 치고 지나간다는 거였다. 


짐작하건대, 그 아이가 먼저 진성이에게 말을 걸어줬으면 좋겠었나보다. 



한편으론 그의 행실이 조금 불쌍하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때는 어떻게 했지 잠깐 회상할 수 있었다. 




내가 초등학생 때 학교에서 피구를 할 때면 여학생들은 꽤나 공을 위협적으로 던지는 인물이 없었다. 

그러니 내가 제일 공을 잘 던지고 싶었던 마음에 잘 던지는 남학생 중 한 명에게 가서 너는 공을 어떻게 그렇게 던지냐고 알려달라고 물어보면, 셋 중 하나로 갈렸다. 


자신의 우월함을 뽐내려 "뭐 어려울게 있나?" 하면서 대화가 끝나는 애들.

원래 태초부터 근육의 발달이 우월해서 투구 말고도 운동에 두각을 보이는 애들.

혹은 학원을 다녀서 후천적으로 발달이 된 아이들.


두 번째 부류의 아이들은 자기가 어떻게 공을 던지는지 보라고 한다. 

"자, 이거 봐봐. 이렇게 던지는 거야. 이렇게. 이렇게. 알겠지? 한 번 던져봐."

그러면 나는 여전히 허술하게 공을 던지고, 그들은 대신 공의 야매(?) 투구법을 알려준다. 

"여자애들은 공 이걸로 던지잖아? 여기 구멍이 있거든? 여길 막고 던지면 니가 원하는 대로 날라갈걸"

그것은 한동안 내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다. 




세 번째 부류의 아이들은 내게 공을 건네주면서 한 번 던져보라고 한다. 

내가 공을 던지면 그들은 '나도 뭐가 문젠지 모르겠어...'라고 말한다. 

아마 그들이 학원에서 배운 내용과 같은 문제점을 갖고 있지 않아서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보면 나는 또래 여자 애들과는 사고 방식이 다소 달랐다. 

모두가 선망하는 대상이 있으면 배우거나 뛰어 넘고 싶다는 생각, 

내가 속한 부류에서 없는 능력이 있다면 내가 해야겠다는 생각.



그런 진성이에게 

그 애랑 친해지고 싶으면 옆에서 우물 쭈물 거리면서 보고만 있거나

찐따처럼 차에서 내려서 어깨를 치고 지나갈게 아니라

비슷하게 닮을 생각을 하고 배울 생각을 하라고 말했다. 

모친은 애한테 그런 말을 하냐고 입을 막았다. 

넌, 그래서 안되는거야

이런 농담으로 비아냥댔다. 물론 장난인걸 다 알아서 웃어넘겼지만. 


한편으론 초등학교 저학년때가 남자애들 서열싸움이 없을 때라 사교성을 배웠으면 좋았을텐데 생각했다. 

나는 대체 학창시절에 여학생들 기싸움을 어떻게 버텨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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