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프랑스에 온 지 딱 4개월이 된다. 프랑스에서의 시간은 느리게 가는 듯 빨리 지나간다.
한국인하면 '빨리빨리', '근면 성실', '일 중독'과 같은 이미지가 떠오르듯, 프랑스인 하면 '불평불만', '게으름' 같은 단어들이 생각난다. 어느 정도는 맞고, 또 어느 정도는 다른 이제 프랑스에 온 지 4개월 차 된 외국인의 시선에서 느낀 생각을 적어본다.
1. 프랑스인은 말이 많다.
프랑스에 온 지 1일 차만에 느꼈지만, 프랑스 사람들은 정말 말이 많다. 블로아는 동네가 작아서, 윌리엄과 길을 지나가다가 가끔 직장 동료들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러면 길에서 20분은 족히 떠든다. 아파트 로비에서 아는 이웃 주민을 만나도, 문을 붙들어 들고 10분씩은 떠든다. 어디 가냐부터, 주말엔 뭐하는지, 평일엔 뭐하는지 등등. 내 생각에 프랑스사람들은 독방에 가둬두면 물이랑 밥은 안 줘도 살지만, 말을 못 하게 하면 오래 못 견딜 것 같다. 오늘은 마트에 갔는데, 계란 파는 코너에서 혼자 계란 종류가 왜 이렇게 많냐며, 그것도 혼자서, 한참을 떠드는 아저씨를 봤다. 처음에는 나한테 말하는 건가 했는데, 혼자 떠드시고 계시는 거였다.. 그만큼 프랑스에서는 말로 의사 표현을 확실히 하는 게 중요하다. 길을 걷다 살짝 부딪혀도 반드시 말로 (‘Pardon(파동)’) 미안함을 표현해야 한다. 눈치껏 챙겨주는 센스를 기대하면 안 되고, 원하는 바를 확실히 ‘말’로 표현해야 그들은 알아듣는다.
2. 프랑스인은 여유롭다.
이것도 말 많은 프랑스인들의 특징과 관계가 있을 것 같은데, 우선 가게를 가든 식당을 가든 직원하고 눈을 맞추고 'Bonjour-'라고 인사해야 한다. 가끔 시장을 가면, 앞에서 계산하는 사람이 판매원 하고 한-참을 떠들고 있는다. 이 사과는 어디서 왔는지부터, 오늘 물건은 뭐가 좋고, 개인적인 이야기까지. 그러면 나는 한참 기다리다가 계산을 할 수 있다. 식당에서도 직원이나 손님이나 절-대 서두르지 않는다. 테이블에 놓인 메뉴를 천천히 보고 있으면, 다른 테이블에서 간소한 담소와 주문받기를 마친 직원이 천천히 주문을 받으러 온다. 보통 식당에 가면, 마실 음료, 식사 메뉴를 고르고 디저트를 고르는데, 디저트 주문도 한 번에 받지 않는다. 식사를 다 마칠 때쯤 어디선가 직원이 나타나 디저트 메뉴를 시킬 건지 물어본다. 알고 보니 이렇게 손님들과 살갑게 이야기하는 것도 프랑스에서 요구되는 자질 중에 하나다. 손님들과 떠들면서 관계를 쌓아나가는 것, 직원 동료들하고 떠들면서 팀워크를 쌓아나가는 것이 그들에게는 '일'의 일부분인이다. 내 눈에는 여유를 부리는 것 같지만, 프랑스사람들 입장에서는 '일'을 하고 있는 중이었던 것이다.
3. 공공 시설물을 보호해야 한다는 인식이 낮다.
'시위'의 나라 프랑스는 정부가 하는 모든 일에 반발심이 껴있는 것 같다. 길에는 개똥이 많고, 뭐 하나 성한 공공시설이 없다. 개똥이 많은 이유도 알 것 같은 게, 얼마 전에 길을 지나가다가 시에서 설치한 개똥 전용 비닐봉지 박스 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는 걸 봤다. 그런데 한 행인이 지나가다 그 안에 비닐봉지를 스스럼없이 다 뽑아가는 것이다. 은행 같은 곳에 가더라도, 계산기가 테이블에 본드로 단단히 고정되어 있고, 그마저도 버튼을 몇 개 빼가서 듬성듬성 빠져있다. (이걸 왜 가져가는 거야 대체..?). 공중 화장실에는 변기 커버도 찾아볼 수 없다. (애초에 훔쳐갈까 봐 설치를 안 하는 듯싶다.) 남들과 함께 쓰는 공공시설이니 보호해야 된다는 생각은 애당초 없고, 가져가는 것에 대해서 죄의식이나 부끄러움 같은 건 없는 것 같다. 맥도널드 같은 곳에 있는 유아용 의자도 자주 없어지는데, 벼룩시장 같은 데 가보면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한다.
4. 프랑스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하다.
프랑스 와서 윌리엄한테 제일 많이 들은 소리 'C'est pas français (그거 프랑스어 아니야.)' 외국인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려는 노력은 좀 해주면 좋을 텐데, 본인들이 쓰는 표현이 아니면 못 알아듣겠다고 딱 잘라버린다. 자기네들만이 쓰는 표현들이 정제되어 있고, 발음이나 표현 등이 어긋나면 못 알아듣겠다고 딱 잘라버린다. 다른 나라에서는 어눌하게라도 본인 나라들의 말을 하면 우쭈쭈 해주는 편인데, 프랑스는 아니다. 외국인한테 너무 가혹한 거 아니냐고...
하, 프랑스에서 살아남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