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인들의 아침은 스윗하다
'아침식사' 하면 당신은 어떤 것이 생각나는가,
나라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에서 나고 자란 나는 아무래도 김이 모락모락 나는 흰쌀밥이 먼저다. 거기에 내가 좋아하는 반숙 계란후라이 하나, 그리고 멸치볶음, 콩나물무침 같은 소박하지만 정겨운 반찬들이 생각난다.
그게 나에게 ‘든든한 하루의 시작’이었다.
프랑스의 아침식사는 ‘든든함’보다 ‘달콤함’으로 기억된다.
배를 채우기 위한 '식사'라기보다는, 하루를 시작하는 달콤한 의식 같은 것.
프랑스인들의 아침은 간단하다.
버터가 바삭하게 구워진 크루아상, 혹은 부드러운 페이스트리 안에 초콜릿 바 두 개가 들어간 빵오쇼콜라. 또는 과일잼이나 초콜릿잼, 혹은 버터를 바른 바삭바삭한 바게트.
피곤한 날엔 작고 진한 에스프레소 한 잔으로 정신을 깨우고, 조금 더 부드럽게 하루를 열고 싶을 땐 우유를 듬뿍 탄 카페오레로 시작한다.
이것이 프랑스인의 '기본 아침 세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짭짤한 음식은 없다.
한국식 아침처럼 계란후라이도 없고, 콩나물도 없고, 밥은 더더욱 없다.
프랑스에서 아침이란, 하루의 워밍업이자 당 충전 시간이다.
‘가볍고 달콤하게 시작하고, 점심은 든든하게, 저녁은 여유롭게’라는 하루 리듬의 첫 장면이다.
아는 교포분도 프랑스식으로 자란지라 아침식사를 항상 크루아상이나 빵오쇼콜라 같은 비에누아즈리(Viennoiseries)로 해결하곤 했다고 한다. 그런 그가, 남원에 있는 한국인 와이프의 외할머니댁에 간 적이 있더랬다.
그곳에서 맞이한 아침 식사는,
그는 아직도 그날 아침을 잊지 못한다.
크루아상으로 하루를 여는 사람에게, 추어탕 국물은 너무나 진하고 낯설었다.
(다 먹긴 먹었다고 한다.)
물론 미국식 식사가 많이 보편화되어서 계란이나 베이컨 같은 나름 짭짤한 음식들로 아침 배를 채우는 프랑스인들도 점점 늘어나고는 있지만, 아침식사로 크루아상을 거부하는 프랑스인은 여태 보지 못했다.
정 바쁘면 아침을 건너뛰는 사람은 있어도, 허겁지겁 크루아상을 입에 밀어 넣는 모습은 좀처럼 보기 어렵다. 아침식사 시간에는 그저 빵을, 커피를, 이 느린 아침을 ‘맛본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크루아상을 손으로 살짝 뜯어먹거나, 아니면 입으로 바로 베어 먹거나.
아니면 크루아상을 커피에 찍어 먹는 사람들도 있다.
‘왜 바삭한 빵을 일부러 눅눅하게 만들지?’
처음엔 이해가 안 됐지만, 그 따뜻한 커피에 크루아상을 ‘퐁당’ 적시는 순간,
이것이야말로 프랑스식 아침의 여유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한국에서의 아침식사가 '한국인은 밥심이지! 오늘도 힘내자!' 였다면,
프랑스에서의 아침식사는 ‘오늘 하루를 여유롭고 달콤하게 보내기 위한 의식’ 같다.
“C’est la vie.” 이게 바로 프랑스식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