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기 앞에서 보이는 허벅지 근육의 진가
프랑스에서 살다 보면 빠르게 체득하게 되는 생활 기술이 하나 있다.
바로 화장실 스쿼트.
프랑스 공중화장실에 가본 적이 없다면 무슨 말인지 이해를 할 수 없을 것이다.
프랑스에서 화장실에 가면, 반반의 확률로 변기 위 플라스틱 커버가 없다.
무슨 말이냐고? 진짜 그냥 플라스틱 커버가 없어서 차가운 하얀색 도자기만 당신을 반긴다.
물론 회사나 적당히 깔끔한 시설물 내에는 플라스틱 커버가 있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한다. "있을 수도 있다"
(공립학교, 고속도로 휴게소, 오래된 기차역 등은 디폴트로 ‘없다’고 보는 게 마음 편하다.)
어디를 가든, 화장실 문을 열 때면 약간의 두려움이 몰려온다. 이번에는 있을까, 없을까.
있다면 다행이다. 평범한 일상처럼 볼일을 마무리하면 된다.
하지만 없을 경우, 당신은 빠르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1. 그냥 앉는다.
→ 차가운 세라믹의 감촉과 함께 멘탈이 붕괴된다.
2. 휴지를 깐다.
→ 깔아본 사람은 안다. 움직이면 들러붙고, 결국 소용없다.
3. 스쿼트를 한다.
→ 불편하지만, 체면도 지키고 위생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선택.
나도 처음엔 휴지를 밑에 깔아보기도 했지만, 자리를 고정하지 못한 휴지들은 어느새 제멋대로 돌아다니고, 결국 나는 차가운 도자기의 감촉이 주는 인생의 쓴맛을 느껴야 했다.
결국 나는 허벅지에 힘을 주고, 공중에 앉은 듯 버티는 편을 선택했다.
상체는 약간 앞으로 기울여 중심을 잡고, 한 손은 혹시 모를 균형 무너짐을 대비해 벽을 슬쩍 짚는다. 이때 중요한 것은 두 가지. 허벅지 근력. 그리고 무엇보다도, 강철 멘탈.
길게 앉아 있을 수는 없다. 짧고 굵게, 효율적으로 미션을 완수해야 한다.
처음 프랑스에 교환학생을 왔을 때, 가장 충격이었고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이었다. 왜 변기 커버가 없는 걸까, 그리고 왜 아무도 이걸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걸까?
알고 보니 이유는 간단했다. 깨끗하게 유지하기가 어려우니까....
올렸다 내렸다, 청소거리 하나 더 추가를 하느니 편하게 도자기만 슥슥 닦는 쪽을 택한 것. 그리고 어차피 커버를 달아놔도 부러지거나, 망가진 채 방치되는 경우가 많다.
없어야 평화가 유지된다.
이것이 프랑스 공공시설의 깨달음(?)이다
혹시 프랑스 생활 중 급한 신호로 공공화장실에 들어갔으나 변기 커버가 없는 걸 발견했다면,
당황하지 말고 조용히 당신의 허벅지 근육을 믿어라. 그리고 되뇌어라.
"오늘은 하체 하는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