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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Apr 05. 2018

벚꽃 핀 여의도에서 꼭 먹어야 할 빵 7가지

여의도를 여행하는 빵순이를 위한 안내서

벚꽃이 피었다.

최근 10년간 집 앞에서 벚꽃을 보는 호사를 누린 덕에, 좀처럼 꽃을 보러 가는 일이 없었는데...
심지어 몇 년 전부터는 서울의 벚꽃 성지라는 여의도에 살게 되면서 더더욱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벌써 여의도에는 꽃구경을 하러 온 사람들이 많다.

허나, 이 예뻐도 꽃을 보고 배부르지는 않은 법.


여의도에서 먹어볼 만한 빵 몇 가지를 소개해본다.

* 소개하는 빵들은 절대로 최고의 빵이나 궁극의 빵은 아니다. 다만 성심껏 빵을 만들어 꽤 만족스러운 제품을 판매한다. 일부러 찾아와서 먹을 것 까지는 없지만, 모처럼 여의도를 찾았다면 먹어볼 가치가 있는 빵들이다.

일단, 5호선 여의나루 역에서 가까운 곳부터 가보자.


1. 고메 브레드의 '단호박 크림치즈 바게트'


여의나루 역 1번 출구에 내려서 서울 아파트 옆으로 길을 꺾으면, 여의도만큼 역사가 깊은 상가 두 채가 나타난다. 얼핏 보면 한 개의 건물이지만, 엄연히 '서울 상가'와 '공작 상가'라는 두 개의 건물이다.


이중 공작 상가 1층에 제법 세련된 간판의 빵집이 있다. 르 코르동 블루(서울) 출신의 셰프가 운영하는 곳이다.

빵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는 있지만 일단 좋은 재료를 사용하는 곳이다.

대중적인 맛은 아니지만 핫 초콜릿이나 밀크티 등 음료에도 꽤 신경을 쓴다. 반면 커피는 빵에 비해서는 조금 부족하지 않나 싶다.


이 집에서 꼭 먹어야 할 빵은 '단호박 크림치즈 바게트'다. 주사위 크기로 깍둑썰기 한 단호박과 크림치즈가 작은 바게트 안에 넉넉하게 들었다. 꼭 잘라달라고 해야 한다.
이 빵을 먹으며 걷다 보면 여의도공원에 금방 도착할 것이다. 빵맛에 빠져서 감탄하다가...

혹시 이 빵이 마음에 안 든다면 마음 가는 대로 다른 빵을 골라도 평타 이상은 보장한다. 기본기가 있고, 재료도 좋아서 아끼는 곳이다.


2. 몽 슈크레의 '에그 타르트'


공작 상가 안으로 들어가 2층으로 올라가면, 왼쪽에 스쿨푸드가 보인다. 더 들어가면 정면에 '몽 슈크레'라는 되도 않는 인테리어의 가게가 있다.

자, 왜 '되도 않는' 인테리어인가.


이 가게 사장님의 센스를 비난할 생각은 전혀 없다. 오히려 꽤 감각적인 편에 속한다.

한쪽 벽면을 마젠타 컬러로 칠했는데, 여기서 사진 찍으면 무조건 인스타에 올리고 싶다. 포토존이다.

다만 이 역사 깊은 상가 2층 구석에 있을 것 같지 않은 비주얼이라... 처음엔 자리가 구석이라 운영이 될까 했는데, 알고 보니 마카롱 주문을 많이 받는 것 같다. 다행. 오래오래 함께하시길...


이 집에서는 '에그타르트'를 꼭 먹어봤으면 한다.

언젠가 막 나오는 에그타르트를 만나 식사 직후에 먹었는데 꽤 괜찮은 편이다.

압구정의 파스텔 드 나따 에그타르트보다는 못하지만 정성껏 만들었다는 티가 난다. 좋은 버터를 사용해서 그런지 구워 나오는 향기가 예술이다. 마카롱처럼 매일 제시간에 나오는 메뉴가 아니어서, 원한다면 미리 전화로 확인하는 편이 낫겠다.

에그타르트(출처: 몽슈크레 인스타그램)


사실 이 집의 시그니처 상품은 마카롱이다.

오픈 초기에는 약간 단단한 식감이었는데, 중간에 공정이 좀 바뀌었는지 요즘은 훨씬 부드러워졌다.

컬러가 강한 마카롱에 거부감이 없다면 먹어볼 만하다. 요즘 유행하는 인절미, 쿠키 누텔라 등 다양한 종류가 있다.

아메리카노도 꽤 맛있고 저렴하다. 가격은 2000원. 그리고 양도 엄청나다.


3. 브레드 05의 '크림치즈 난'

여기는 여의나루 역 바로 옆이라고 말하기엔 좀 걸어야 하지만, 그래도 이쪽 구역은 맞다.


고메 브레드에서 길을 건너 (구) MBC 건물과 삼부아파트 단지 사잇길을 쭉 걸어가서, 찻길이 나오면 다시 길을 건넌다. 왼쪽을 보면 '대교 상가'라는 역시 연륜이 느껴지는 상가가 보인다.


이곳 1층에 'BREAD 05'라는 꽤 괜찮은 빵집이 있다.

동네빵집인데 가격이 파리크라상 수준인 것이 좀 아쉽지만, 먹어보면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동물성 생크림을 쓴 케이크나, 바삭바삭한 파이류도 맛있지만 내가 생각하는 이 집의 시그니처는 '크림치즈 난'이다.

어른 손을 쫙 편 크기의 피자빵 같은 비주얼인데, 위에 올라간 크림치즈와 올리브, 그리고 말린 토마토의 조화가 기가 막히다. 식사로도 훌륭하지만 맥주나 와인 안주로도 강력 추천하는 빵이다. 옆에 비슷한 비주얼의 제품도 있으므로 절대 헛갈리면 안 된다.


이 가게는 빵의 내용물이 상당히 충실하다. 소시지빵에는 소시지가, 크림치즈빵에는 크림치즈가 정말 맛있다.

소시지 빵을 먹어보면 소시지만으로도 웃음이 나오는 맛이다.(특히 소시지 패스츄리가 맛있다.)




이번에는 9호선 샛강역에서 KBS 별관 쪽으로 나와보자.


4. 패트릭스 와플의 '플레인 와플'


이번엔 좀 거리가 있다.

샛강역에서 3번 출구, 앙카라 공원 쪽으로 일단 나간다.

큰 사거리가 나올 때까지 5분 정도 걸어서, CU 편의점을 돌아 오른쪽으로 계속 걷는다. 다시 5분 정도 걸으면 1층에 '청수'라는 여의도 맛집이 있는데, 이 건물 안으로 쑤욱 들어오면 '패트릭스 와플' 이 나온다.

주인이 벨기에분이라고 하는데, 사실 먹어보기 전까지는 '와플이 거기서 거기지'라는 생각을...


하지만 일단 먹어보면 평가가 달라진다.

표면의 설탕도 과하지 않고, 와플은 식어도 쫄깃하다.(당연히 따뜻할 땐 더 맛있다.) 서울 반대편에서 이 와플을 위해 달려올 필요는 없지만, 이 부근을 지나간다면 꼭 맛봐야 후회 없을 와플이다.

와플에 어찌나 자신이 있는지, 메뉴는 딱 두 가지다. 플레인 와플과 아이스크림 와플.


5. 브레드 피트의 '우유 크림빵'


여긴 사실 유명한 집이라 소개할지 망설였는데... 그래도 맛있으니 언급하지 않으면 섭섭하다.


가장 유명한 빵은 아마도 '우유 크림빵' 일 것이다. 나도 이 빵 때문에 이 집에 처음 들르게 되었다. 파리바게트에서도 비슷한 제품이 나오는데, 굳이 비교할 필요는 없다. 이 집이 갑이다.

(왼) 우유크림빵 (오) 올리브 빵(출처: 브레드 피트 인스타그램)

물론 최초에 이 집을 방문했을 때, 약간 당황하긴 했다.

우유 크림빵에 든 크림이 어떤 크림이냐고 물었는데, 그냥 "우유 크림이에요."라는 답변이...


내가 기대한 건 이런 대답이었다. 먹어보고 나니 나라면 이렇게 말했을 것 같다.

"하얀 크림인데, 식감은 커스터드 크림 같아요. 하지만 우유랑 바닐라빈으로 만들어 정말 부드럽죠. 저희 가게의 대표상품이랍니다."


또 한 가지는 올리브 빵이다. 말랑한 치아바타 같은 빵에 검정 올리브가 콕콕 들었는데... 먹다 보면 금방 한 봉지가 사라진다. 올리브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만족할 빵이다.


6. 아임 베이글의 '베이글 샌드위치'


5번의 브레드 피트와 같은 상가, 같은 지하1층에 있는 가게로 가보자.


이 곳은 원래 1번에서 언급한 공작 상가 옆 '서울 상가' 안쪽에 있었다. 거기서 처음 문을 열었는데 '드디어 여의도에도 맛있는 베이글 집이 생겼다'라고 탄성을 질렀다.


회사에서 가기 좋은 위치였는데... MBC 가 상암동으로 이사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가게도 현재의 위치로 이전했다.


(왼) 페퍼로니 오픈 샌드위치 (오) 아보카도 크랩 샌드위치

일단 베이글 전문이니까 베이글은 다 맛있다. 거기다 직접 만드는 크림치즈는 딘 앤 델루카 보다 소박하지만 충분히 훌륭하다.

연어&할라피뇨, 메이플&피칸 등이 들어간 크림치즈인데 이것만 먹어도 정말 만족스럽다. 실제로 다이어트할 때 빵은 못 먹고 이것만 종류별로 사다가 간식으로 먹었던 적도 있다. 샐러드와 수프도 추천할 만하다.


7. 카페 하스의 '초콜릿 케이크'


이곳은 샛강역 1번 출구, 옛 지적공사 방면으로 나와서 두 블록 걸어가면 나오는 롯데캐슬 엠파이어 상가 1층 구석에 있다. 폴바셋 바로 옆이다.


처음 이 집이 문을 열었을 때, 마카롱과 피칸파이를 먹어보고 '재료는 좋은데 너무 소박하다'라는 평을 내리고 한참 찾지 않았다. 그건 실수였다...

 

이 집에서는 '초콜릿 케이크'를 꼭 먹어봐야 한다.

꾸덕한 초콜릿 케이크 사이에 '나는 정말 질 좋은 초콜릿이다.'라고 말하는 듯 한 초코크림이 샌드 돼있다.

보라, 이 아름다운 초코의 자태를

이곳도 르 코르동 블루(서울) 출신의 소박한 분들이 운영하는 곳이다. 케이크 상담도 진정성 있게 해 준다. 정말 성심껏 만들어 판매하는 개인 빵집이라 소개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여의도에 진정한 맛집은 없다' 생각했다.


아무리 화려해 보여도 여긴 섬이다. 직장인들이 가득한 섬.

여의도 맛집이라고 하면 직장인 점심식사나 회식에 적당한 가게들이 살아남는다. 또, 주말에는 대부분 문을 닫아 갈만한 곳이 적다.


그런 여의도에서 몇 년째 운영 중인 개인빵집은 정말 응원할 만한 곳들이다.

서울의 빵집 지도를 그린다면 뭔가 특수한 곳으로 표시해두어야 할 지역에서 정성껏 빵을 만드는...


내가 먹어보지 못해서 언급하지 못한 가게들도 있다. 여기 소개한 곳이 여의도에서 맛있는 곳의 전부는 아니다.

다만, 벚꽃을 보러 온 이들이 취향에 맞는 빵과 함께 즐거운 한때를 즐기길 바라며...


맛있는 빵과 함께, 더 행복한 꽃놀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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