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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Nov 18. 2018

먹고 왔습니다, 가을 교토에서(上)

빵순이를 위한 1일 4식 코스

가을 교토가 최고라던데...


최근 지인 한 명이 교토를 다녀왔고, 또 한 지인이 다녀올 예정이었다.


그런데

다녀올 예정이었던 지인이 급 제안을 했다. 같이 가지 않겠냐고.


동행에게 급한 사정이 생겨 혼자 가게 됐다는 거다.


"혼자 가면 뭐 어때" 라고 생각할지도 모르나... 결정적인 핸디캡이 있다. 원하는 음식을 충분히 시킬 수 없다는 것이다.


물론 두 명도 충분한 인원수는 아니다. 이것저것 원하는 음식을 골고루 시켜 맛보기에는  아쉽다. 적어도 3명은 되어야 이것저것 시켜서 맛볼 수 있다.


마침 시간이 났고

항공사 마일리지로 예약도 가능해 훌쩍 따라갔다. 정말 훌쩍.


가이드북과 셀피 스틱을 준비하긴 했지만, 정말  있는 걸 가지고 그냥 따라간 여행이었다. 먹으러...



교토에서 먹방을


일본을 두 번 방문했는데, 가족들과 가다 보니 두 번 다 패키지여행이었다.

일본 편의점 음식이 훌륭한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가장 맛있었던 음식이 편의점 음식이라는 건 뭔가 많이 아쉬운 후기...


일단 프렌치토스트가 먹고 싶었고

타마고 산도

케이크

그리고 카레 우동


<어제 뭐 먹었어> 9권 교토 여행 편을 따라가고 싶었달까 ㅋㅋ


다행히 지인도 먹고 싶은 음식이 겹쳐서 먹을 것 위주로 동선을 짰다.


내가 먹었던 프렌치토스트는 다 뭘까, 스마트 커피


예전에 쓴 글도 있지만, 나는 촉촉한 프렌치토스트를 좋아한다.

(참고 : https://brunch.co.kr/@madamesnoopy/66)


번화가에 숙소를 잡아 둔 덕분에,  걸어서 아침을 먹을 수 있는 곳이 많았다. 첫 번째 아침식사는 기대가 컸던 <스마트 커피>의 프렌치토스트와 푸딩, 그리고 핫케이크로 정했다.

https://www.google.co.kr/maps/place/%EC%8A%A4%EB%A7%88%ED%8A%B8%EC%BB%A4%ED%94%BC/@35.0094519,135.7649044,17z/data=!3m1!4b1!4m5!3m4!1s0x600108923d5e8d15:0x3eab9174116676c2!8m2!3d35.0094475!4d135.7670931?hl=ko


<어제 뭐 먹었어> 교토 여행에서 시로 씨와 켄지 씨가 먹었던 곳이 바로 여기다.


먹겠다는 일념으로 7시 50분에 숙소에서 가볍게 나갔다. 출근인 줄...

다행히 1층 안쪽 자리로 바로 안내받아 고민할 것도 없이 프렌치토스트, 핫케이크에 각각 커피와 홍차가 나오는 세트를, 추가로 푸딩을 주문했다.

프렌치토스트는 과연 훌륭...

3cm는 되어 보이는 두꺼운 식빵을 계란물에 묻혀 구워냈는데, 계란물이 겉에만 묻었는데도 속까지 촉촉해서 지금까지 생각했던 프렌치토스트와는 다르지만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핫케이크와 푸딩은 만화 속 그대로의 비주얼이었으나 최고라고 하기엔 조금 아쉬웠다. 핫케이크는 차라리 모리나가 믹스가 더 맛있지 않았을까. 모양도 그렇고.


엄마의 맛을 교토에서 만나다, 카페 앤 런치


은각사부터 철학의 길을 걸어와 히노데 우동에서 카레 우동을 먹고자 했으나 한 달에 한번 있는 월요일 휴일이 하필 그날....


눈물을 머금고 다음을 기약하며 터덜터덜 걷는데 어디선가 향긋한 카레 냄새가 났다. 카페 겸  레스토랑인 <카페 앤 런치>로 들어갔는데 뭘 시키든 맛있어 보이는 곳이었다.

향기로 유혹당한 카레라이스와 오므라이스를 시켰다.


오므라이스가 나왔는데 딱 집에서 엄마가 만들어주시는 맛이었다. 분명히 여긴 교토인데 왜 한국 집의 엄마 손맛이 느껴졌을까.


정갈하게 깍둑 썰기한 야채와 햄을 버터에 볶고, 고슬고슬하게 지은 밥을 토마토케첩과 함께 볶아 얇은 계란 지단으로 감싸 나왔다. 위에 뿌려진 케첩은 3선으로, 완벽한 무늬를 자랑했다.


시장한 탓도 있었겠지만, 정말 엄마가 집에서 만들어주는 오므라이스와 싱크로율 100%.

상대적으로 카레라이스가 맛이 덜했던 그런 식사였다.


이번 여행 중 그 어떤 식사도 남기지는 않았지만, 특히 여기서는 쌀알 하나도 남기면 안 될듯한 느낌이었다. 80세는 족히 되신듯한 할머니, 할아버지 3분이 운영하시는데, 남겼다가는 훈계를 듣던지 맛이 없냐고 실망하실 듯한... 사실 남길 필요가 없이 맛있고 양도 적당했다.


타마고 산도와 프렌치토스트에 반하다, 모모하루 커피


걷고 걷고 또 걷다 지칠 때쯤, 동행에게 묻는다.

피곤한지가 가 아닌 먹을 수 있겠냐고. 어디까지나 이 여행은 먹을 것 위주로 짜인 여행이니까.


사실 서울에서는 <마음과 마음>의 계란 샌드위치를 최고라 생각하지만, 그래도 계란이 맛있는 일본에서 꼭 먹어야지 하는 마음에 찍어둔 곳이 있었다.


https://www.google.co.kr/maps/place/momoharu/@35.0141714,135.7652663,17z/data=!3m1!4b1!4m5!3m4!1s0x6001088c155a5555:0x43a07848abb40d04!8m2!3d35.014167!4d135.767455?hl=ko


인사동 어느 뒷골목 같은 조용한 거리를 걷다 보면 1층에는 식당이, 2층에는 카페 모모하루 간판이 조용히 붙어 있다.


좌석이 많지 않은데도 다행히 자리를 잡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도 정말 교토 같은 느낌...


목적했던 타마고 산도와 프렌치토스트를 주문했다. 사실 홈메이드 도넛과 파운드케이크까지 시키고 싶었으나 저녁에 또 먹어야 하니 참았다.

타마고 산도는 맛있긴 했는데 최고의 맛은 아니었다. 그래도 포근포근한 계란말이가 부드러운 식빵 사이에 끼워진 맛은, 빵에 살짝 발린 토마토 케첩만큼 익숙하고 따뜻했다.


하지만 프렌치토스트는 <스마트 커피> 보다 더 부드러웠다!


안 시켰으면 어쩔 뻔했나.


고즈넉한 창밖 풍경을 바라보며 즐기는 프렌치토스트는 천국의 맛이었다.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은 계란물이 입혀진 두툼한 토스트... 속은 자칫 이게 안 익었나 싶을 정도로 크림 같은 빵...


깊은 맛의 맛차 팬케이크와 밤 크림의 하모니, 해피 팬케이크


아침의 팬 케이크가 좀 아쉬웠지만, 목표한 팬케이크는 꼭 먹어줘야지.


https://www.google.co.kr/maps/place/A+Happy+Pancake+Kyoto/@35.0065884,135.7639993,17z/data=!3m1!4b1!4m5!3m4!1s0x6001089158d0b1cd:0xf1c3296c6820c088!8m2!3d35.006584!4d135.766188?hl=ko


남들은 저녁식사를 할 시간에, 우리는 팬케이크를 먹으러 갔다. 계획이 성공적이어서 빈자리가 많이 있었다.


교토 한정 맛차 팬케이크를 정하고, 다른 한 가지를 고민하다 베리 팬케이크를 시켰다.


둘 다 맛있긴 했는데 플레인 팬케이크에 베리 콩포트를 얹은 이 메뉴는 계란 냄새가 좀 강해서, 계란을 많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면 별로라고 생각할지도...

그리고 곁들여준 생크림이 아쉽게도 식물성이었다. 버터와 베리 콩포트만 발라먹었지만 좀 아쉬웠다.


맛차 팬케이크는 성공적.

맛차가 계란 냄새를 잡아주고, 곁들여 먹는 밤 크림이 환상의 밸런스를 맞춰줬다. 다음에 다시 온다면 맛차 팬케이크만 주문하고 싶다.


다만 커피가 그렇게 맛있지는 않았다.




프렌치 토스트는 계란물에 빵을 푹 적셔야 부드럽다는 생각을 깨준 교토.

다음에 또 교토를 방문한다면, 프렌치토스트 투어만 해도 될 듯 싶다.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다른 프렌치 토스트를 맛보며 행복해지는 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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