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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adame Snoopy Feb 24. 2019

합리적 개인주의자들의 사회를 만드는 힘, 책

교보문고 명강의 BIG 10, 문유석 판사 편

벌써 7년째에 접어드는 교보문고 명강의 BIG 10. 강연자와 참가비, 장소를 생각해 볼 때 고개를 갸웃거릴 만큼 혜자스러운 강의다. 지난달 '이적'편을 신청하며 2월에도, 3월에도 듣고 싶은 강연이라 재빨리 신청했다.


2월 강연자인 문유석 판사는 <판사유감>, <개인주의자 선언>, <미스 함무라비>, 그리고 최근의 <쾌락독서> 까지 딴짓의 일인자라 말할 수 있는 분이다. 생각도 마음에 들고 특히 책 읽는 취향이 딱 내 스타일. 이에 관해서는 지난번 <쾌락독서>를 읽고 나서 쓴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madamesnoopy/91




문유석 판사는 '본인은 강의를 자주 하지 않는 편'이라는 말로 문을 열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책에 다 했는데 출간 후 북 토크 요청을 받으면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고민이 된다고. 개인주의자이고, 귀찮기도 하고. 하지만 교보문고 담당자의 삼고초려에 못 이겨 이번 강연을 한다고 하니... 참가자로서는 고마울 뿐이다.


강연 내내 나왔던 '개인주의자' 라는 말. 사실 자라면서 개인주의는 '이기주의'와 동등한 취급을 받았던 것 같다.


전체를 생각해야지 너 혼자만 생각하면 어떻게 할 거야!


앗, 뭔가 나쁜 것 같은데? 정말 개인주의가 나쁜 것인지 위키피디아에서 잠시 찾아보자.


개인주의(個人主義, Individualism)는 개인의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도덕적 입장, 이데올로기, 정치철학, 사회적 시각 등을 의미한다. 개인주의자는 자신의 목표와 욕망을 행사하는 것을 촉진하며, 따라서 개인의 독립과 자립에 가치를 두고 개인의 이익이 국가나 사회집단보다 우선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들은 사회나 정부의 기관 같은 외부 요소들이 개인의 행동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에 반대한다. 개인주의는 전체주의, 집단주의, 권위주의, 공동체주의, 국가주의, 세계시민주의, 부족주의 등에 대조되는 것으로서 정의되기도 한다. 개인주의는 개인에 그 방점을 찍기 때문에 다음과 같은 주장과 함께 시작된다 “인간 개인은 해방을 위한 투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근본 전제를 가지고 있다". 고전적 자유주의, 실존주의 그리고 아나키즘은 인간 개인을 분석의 중심 단위로 삼는 운동의 예시다. 따라서 개인주의는 “자유와 자기실현에 대한 개인의 권리”와 연관된다.


아니다. 개인주의는 오히려 인간 개인을 존중하는 것이었다. 한번 사는 인생인데 나의 도덕적 가치를 중시하는 게 왜 나쁜 일인가? 나도 개인주의를 주장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문유석 판사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그는 한국인의 삶을 '낙오에 대한 공포'가 있다고 했다. 계단을 올라가는 삶이라서, 승진 등에서 누락되면 심각한 좌절을 겪는다고. 사명감의 결과로 승진을 하면 좋지만, 승진만을 위해 노력하다 그게 좌절되면 너무 큰 상실감에 무너지고 마는 것 같다며...


하지만 사람은 다 다르다. 진보주의자의 뇌는 호기심에 크게 반응하게 돼 있고, 보수주의 자의 뇌는 변화에 대한 공포가 큰 것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그는 이기주의자가 아니라 서로 다름을 존중하는 사회를 꿈꾸는 개인주의자였다. 개인이 존중받으려면 비슷한 처지의 사람들이 연대해야 한다고 했다.

그 행복의 끝은 독서모임이라는 말에 '아 정말 이분은 책 덕후가 맞구나' 싶었다. 맞다. 우리는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 책이야말로 다양한 세계를 접하는 창이다. 거기에 독서모임에서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 또 다른 세상을 접한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것 같다.



강연 후 미리 적어냈던 질문 가운데 몇 가지에 대한 답변이 있었다. 정확한 워딩은 차이가 나겠지만 최대한 살려 적어본다. 단 세 번째 질문은 미처 기억하지 못해 빠졌다.


첫째. 판사로 근무하면서 다양한 활동을 하는데, 시간 관리 비법은?

- 재수 없는 대답이 있고, 납득이 가는 대답이 있는데 어느 쪽으로 대답할까요? 납득이 가는 대답은 "3시간만 잡니다."겠죠. 하지만 사실 저는 비법이 없어요. 어떻게 하다 보니 됩니다. 전 원래 계획적인 인간이 못 됩니다. 다만 단기 집중력이 강한 타입이죠. 일생이 벼락치기입니다. 사실 이 강의자료도 어젯밤에 1시간 만에 만들었어요. 쾌락 독서는 1달 남짓 걸려 썼어요. 겨울에는 우울증이 옵니다

 다 귀찮고 강연도 하기 싫고요. 인간은 다양한 자신만의 생존방법이 있습니다. 저는 자기 계발서는 사기라고 생각해요. 스스로 여러 가지를 시도해보는 방법 중 하나가 될 수도 있겠죠. 자기만의 시간관리법을 찾아야 합니다.


둘째. 법원에서 개인주의자 선언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지 않나요? 

- 제 생각에는 그나마 법원이니까 이 정도 살아올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법원에서는 보통 8월 휴가철에 여름휴가를 많이 내는데, 저는 봄, 가을에 내요. 회식 같은 것도 빠질 때가 있는데 그럴 땐 상대방의 체면을 세우기 위한 핑계를 댑니다. 제 주변 분들 가운데 안 돌아가신 분이 없어요. 알지만 못 이기는 척 허락해 줄 수 있는 핑계를 댑니다. 근로법을 들이대며 합리적 추론을 하라고 하기보다는 상대방이 갖고 있는 감성적인 부분, 경로사상이라든가 교육열 같은 것을 이용해 그분에게 허락할 수 있는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죠.


마지막으로 사인받으면서 개인적으로 질문을 했다. 질문지에 적어 냈는데 시간이 부족했는지 선택되지 못했다.


글을 쓰다 보면 마무리가 어려울 때가 있는데, 그럴 때는 그 글을 그만두시나요? 아니면 마음에 덜 들어도 마무리하시나요?

- 저는 그만두지 않아요. 끝까지 씁니다. 어차피 저는 기대 수준이 그렇게 높지 않아요. 제가 쓰는 글은 전문작가들에 비하면 많이 허술하고 낮은 수준입니다. 글쓰기가 어렵지만 끝까지 어떻게든 마무리하는 게 좋습니다. 글 잘 쓰세요.




그의 말만 들으면 꽤 대충 사는 사람인 것 같지만 순간순간 집중해서 최선을 다하는 듯했다. 준비를 안 했다고 하는데 그것도 겸손인 것 같았다. 꽤 말을 잘하셔서(하긴 판사니까) 이런 대규모 강연보다도 소규모 모임에서 질문을 주고받으면 더 유쾌할 것 같았다.


개인주의자 문유석 판사. 이분은 절대로 판사를 그만두거나 하지는 않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과 비슷한 N 잡러들과 함께 계속 글을 쓰며 여러 가지 딴짓을 해 나갈 것 같다.


나도 회사를 그만둘 생각은 없다. 다만, 내가 좋아하는 딴짓을 더 늘려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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