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을만한 글을 쓰고 싶은데, 글태기가 왔다
일주일에 한 개씩 글을 쓰기 시작한 지 1년이 넘었다. 내 의지력이라기보다는 글을 쓰지 않으면 잃게 되는 만원의 힘, 그리고 함께 쓰는 글쓰기 모임 동료들의 힘이라는 건 잘 알고 있다.
https://brunch.co.kr/@madamesnoopy/78
정말 다행이다.
글쓰기 모임 기수가 새로 시작할 때 생기는 방학을 제외하고는 아직 글을 제출하지 못한 적이 없으니. 물론 마음에 차지 않는 글을 발행한 적도 많고, 공항 라운지에서 스마트폰으로 글을 써서 완성한 적도 있다.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마감 2시간 전에 시작한 글을 마무리한 적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왜 글을 꾸역꾸역 쓰고 있을까?
내가 쓰고 싶고 마음에 들고 많이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서 글쓰기 근육을 키우려고 쓴다. 하지만 이 글쓰기 근육이라는 건 생각보다 빨리 생기지 않는 것 같다.
글쓰기가 어려우니 글쓰기 전에 갖고 있던 생각들을 한번 되돌아본다.
첫째, 글은 일단 주제만 잘 잡으면 써진다.
노노. 절대 그렇지 않더라.
글을 제대로 써보기 전에는 '무엇을 쓸까'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고 생각했다. 사실 이 말이 틀린 말은 아니다. 무엇에 관해 쓸지만 제대로 결정해도 생각보다 쉽게 마무리하는 경우도 많으니까. 하지만 내가 쓰고 싶은 주제가 반드시 내가 잘 쓸 수 있는 주제는 아니었다. 어쩜 세상일이 다 그렇다. 내가 먹고 싶어 하는 음식이 내 몸에 좋은 음식이 아닐 수도, 내가 입고 싶은 옷이 내게 잘 어울리는 옷이 아니기도 하니까.
둘째, 자료가 많으면 글은 잘 써진다.
이 역시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얘기인 듯싶다. 언젠가는 써먹겠지란 생각으로 사진을 찍어도, 그 사진을 잘 구성하고 배열하지 않으면 좋은 글이 나오기 어렵다. 또한 같은 자료를 가지고도 어떤 식으로 접근하는지에 따라 글이 잘 써지기도, 도저히 마무리하지 못하는 글이 되기도 했다.
셋째, 많이 읽히면 좋은 글이다.
글쎄. 이것도 약간 다른 의미인 듯하다. 눈길을 끌고 읽어보고 싶게 만드는 글이 있지만, 공유를 하고 댓글을 달게 만드는 글은 한 단계 더 나아간 글이다.
몇만 명이 읽었더라도 꼭 두고두고 읽고 싶은 좋은 글이 아닐 수도 있다. 그래도 일단은 많이 읽히는 글을 쓰고 싶기는 하다.
읽을만한 글은 어떤 글일까.
정보를 주는 글을 넘어서 마음에 남는 글이 아닐까. 오늘도 그런 글을 쓰고 싶지만, 잘 써지지 않는다. 많이 읽히는, 많이 공유되는 글을 쓰고 싶다는 욕심을 버리고 다시 글을 시작해야겠다.